1부뿐인 문건, 4개월 뭉개다 제출… 송영무 미스터리

전현석 기자
입력 2018.07.12 03:05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
3월 기무사 보고 받고도 아무 조치 안해… 법률 검토도 외부 의뢰

'위수령·계엄 문건'에 대한 기무사 수사를 앞둔 가운데 그간 송영무 국방장관의 석연찮은 행동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송 장관이 기무사의 보고를 받고도 아무 조치 없이 넉 달간 문건을 쥐고 있다가 뒤늦게 여당 의원에게 제출토록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군 안팎에선 송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이번 특별수사단 지휘 라인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을 보고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고 또는 질책'"이란 말이 나온다.

①宋, 3월 보고받고도 왜 뭉갰나

송 장관은 지난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기무사 문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당시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촛불 시위 때 군이 위수령을 발동해 병력을 투입, 시민을 무력 진압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때였다.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법무실장 임명 - 송영무(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전익수(왼쪽) 공군본부 법무실장을 국군기무사의 위수령·계엄령 문건 등을 수사할 특별수사단장에 임명하고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기무사 요원 중 일부가 이 사령관에게 "조현천 전 사령관 재직 시절인 작년 3월 기무사도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이 사령관은 이후 해당 문건을 들고 송 장관을 찾아갔다. 기무사는 당시 해당 문건을 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종이로 딱 1부만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이 사령관에게 "문건을 두고 가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송 장관은 기무사 측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도, 조치를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는 "법리 검토 결과, 기무사 월권이고 촛불·태극기 집회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수사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런데 송 장관은 담당 조직인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아니라 다른 정부 부처 고위 인사에게 법률 검토를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②국방부 처음엔 모르쇠

국방부는 지난 3월 '기무사 문건' 보고 5일 후 이철희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군이 위수령을 발동하려 했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자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기무사가 이미 송 장관에게 위수령·계엄 문건을 보고한 상황이었다. 송 장관이나 기무사가 이 같은 문건이 존재하는 사실을 군에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송 장관은 청와대가 특별수사단 구성을 지시하자 뒤늦게 엄중 처리 방침을 밝혔다.

③왜 넉 달 후 기무사 문건 제출?

이 의원은 지난 5일 기무사 문건을 공개했다. 그는 3일 국방부에 자료 요청 형식으로 문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에 이어 6일에는 군인권센터가 기무사 문건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문건의 존재를 알고 계속 자료 요청을 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에 응하지 않다가 7월에야 뒤늦게 제출했다. 당시 다른 내부 문건도 연달아 폭로됐다.

국방부는 뒤늦게 문건을 제출한 이유에 대해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송 장관이 갖고 있던 한 부의 보고서가 뒤늦게 제출된 경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군 안팎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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