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청문회 준비, 행정처에 계속 맡길건가"

박국희 기자
입력 2018.07.12 03:01

전국법관회의서 23일 논의 예정
'사법 행정권 남용' 논란 와중에 법원 내부에서 문제 제기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일 새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김선수 변호사, 이동원 제주지방법원장,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3일 시작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판사들도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재판 독립을 우선시해야 할 판사들이 청문회 준비를 하며 국회의원들을 접촉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하기로 했다.

법원 인사·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에는 현재 30여 명의 판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이 중 9명이 이번 3명의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준비에 투입됐다. 이들은 현직 법관인 이 법원장과 노 관장은 물론 변호사인 김 변호사 청문회 준비까지 맡는다고 한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이 던질 예상 질문 리스트를 뽑고 모범 답안을 일일이 작성한다. 동성 결혼 문제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입법 사항'이라거나, 종교적 병역 거부 문제에 대해 '대체복무제는 필요하지만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라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는 답안을 만드는 식이다.

후보자 개인의 병역 사항이나 재산 형성 과정 등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방어 논리를 세우기도 한다. 때로는 국회의원들에게 인준안 국회 통과를 부탁하고 인사를 하러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은 이전에도 법원행정처에서 했던 것이다.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검사들이 준비한다. 일반 정부 부처에서도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준비한다. 그런데 최근 법원행정처의 사법 행정권 남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과연 이런 일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현직 판사들이 대(對)국회 업무에 나서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한 판사는 "대법관 청문회 준비를 현직 판사들이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권력과 사법부 유착의 시작점"이라며 "왜 판사들이 학연·지연을 총동원해 아는 국회의원들에게 인준안 국회 통과를 부탁하는 전화를 하고 인사를 하러 다녀야 하느냐"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자의 경우 로스쿨 출신들을 직접 고용해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간혹 백악관의 지원을 받는 경우는 있지만 현직 판사들이 청문회 준비에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고 했다. 판사들이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곳곳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정치권에 머리를 굽혀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런 의견이 있을 순 있지만 법적 근거에 따라 판사들이 청문회 준비를 하는 것인 만큼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오해를 받거나 부적절하게 비칠 만한 행동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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