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日 민주당의 '39개월 天下'

차학봉 산업1부장
입력 2018.07.12 03:13

無償교육·아동수당 공약으로 2009년 총선 돌풍 일으켰지만
경제 惡化·행정 무능력에 몰락… 이들의 실패를 反面敎師 삼아야

차학봉 산업1부장

일본 민주당은 정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자유·진보 성향 정치인들이 1996년에 결성한 민주당은 2009년 총선에서 54년 집권의 자민당을 무너뜨렸다. '자민당 영구 집권론'이 나돌던 일본에서 경천동지였고 혁명이었다. 자민당 장기 집권에 대한 염증과 더불어 민주당이 제시한 공약이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월 2만6000엔의 아동수당 지급, 공립 고교 무상 교육,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월 7만엔의 최저연금 보장, 75세 이상 고령자 무상 의료….

후진국에서나 통하는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민주당은 무상 복지를 매니페스토(정책 공약)로 둔갑시켰고 불황에 지친 서민들은 열광했다. 민주당은 연간 170조원에 달하는 공약 재원을 토목공사 같은 공공사업 축소 등을 통해 세금을 절약해 충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집권 초 70%가 넘는 지지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불과 39개월 만에 정권은 붕괴했다. 2012년 12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57석의 미니 정당으로 전락했고 이젠 당명(黨名)조차 남아 있지 않다. 퇴출된 줄 알았던 자민당은 아베 신조 총리를 내세워 다시 장기 집권 가도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 소멸의 이유는 뭘까. 동(東)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중국과의 영토 갈등, 외교 정책 실패 등 돌발 변수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민주당의 이념 편향, 포퓰리즘, 탁상행정형 정책이 실패를 잉태했다.

첫째,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는 무상 복지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 경기를 회복시키는 '내수 주도형 성장'을 공언했다. 이론은 완벽해 보였다. 그러나 정부의 돈주머니는 화수분이 아니다. 공짜 점심은 없고 눈속임은 오래가지 않는다.

둘째, 반(反)기업·친(親)서민 정책의 역설이다. 노조를 지지 기반으로 한 민주당 정부는 일자리와 가계소득의 원천이 기업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경제 원칙을 비웃었다. 수출 대기업들이 엔고(円高)로 경쟁력을 상실, 빈사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친서민' 민주당 정부는 엔고로 수입 물가가 내려 서민 가계에 도움 된다는 환상에 빠졌다. 내수가 70%라는 일본이지만, 수출 대기업의 실적 악화는 서민 경제까지 냉동시켰다.

셋째, 민주당이 내세운 탈(脫)관료주의는 정부 행정의 무능력화를 초래했다.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정책을 주도하겠다며 행정을 총괄하는 차관급 회의를 폐지했다. 등 돌린 관료들이 부작용 많은 이념형 정책을 수수방관했고 민주당 정부는 무능 정부가 됐다. 관료들은 이념형 정책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기술자들이다. 기술자가 등 돌리면 기계는 돌아가지 않는다.

2009년 한국의 야당 의원들은 일본 민주당의 압승에 흥분, 공약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 정부의 정책은 일본 민주당 정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했지만,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는 대기업은 검찰, 국세청, 공정위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위축돼 있다. 적폐로 몰린 관료 조직은 복지부동이다. 근로시간 단축 등 부작용이 뻔한 정책도 보완 대책이 없이 쏟아지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한국 경제는 폭퐁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정부도 정치권도 관심 자체가 없어 보인다. 일본 민주당 정부의 집권 과정이 아니라 몰락사를 연구해야 문재인 정부는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한국 경제도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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