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말 "성과 못 내 초조하다"면 경제 역주행부터 멈춰야

입력 2018.07.12 03:2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경제 운영의 성과를 못 내 "너무 초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성패는 경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는데 시간 여유가 길어야 1년밖에 안 남아 위기감이 크다"고 했다. 한 달여 전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가 개선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은 90%가 긍정적"이라고 한 것과는 다른 말이다. 경제팀의 핵심인 김 위원장이 "정부도 반성하고 있다"며 위기감을 토로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일자리는 줄고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김 위원장 발언이 보도된 날에도 6월 취업자 증가폭이 8년여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청년 고용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악 수준이다. 대부분 선진국이 몇십 년 만의 일자리 호황을 누리는데 한국만 거꾸로다. '일자리 정부'가 되겠다던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일자리에 무능하다.

근본적으로 성장 활력이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고 제조업 가동률이 하향 추세다. IT·조선·자동차 등의 주력 산업은 중국 등에 다 따라잡히고 반도체 하나 남았다. 미래 먹거리가 돼야 할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선 이미 경쟁에 뒤졌다. 경기는 하강 조짐이 뚜렷하다. 내수(內需)가 식고 서민 경제가 얼어붙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수출도 글로벌 무역전쟁에 휘말리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지금 상황은 예견됐던 것이다. 검증도 안 된 '소득주도 성장론'이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라 경제를 실험 대상으로 만들었다. 세금 퍼부어 성장하고 일자리도 만든다는 시대착오 정책에 올인하고,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 노동 약자의 일자리를 줄이는 역설을 자초했다. 온 정부 부처가 총동원돼 반(反)대기업 드라이브를 걸었다. 가장 시급한 노동개혁은 아예 제쳐 놓았고 규제혁신은 입으로만 한다. 실용적이어야 할 경제에 정의와 공정이란 정치적 가치를 들이댔다. 이러고서 경제가 잘되면 마술이다.

지난 1년여 동안 한국 경제는 선진국에서 입증된 성공 공식과 거꾸로 갔다. 기업이 투자와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끌고 일자리도 만드는 선진국과 반대로 반기업·반시장을 치달았다.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이 쏟아져도 '정의로운 경제'를 이루겠다며 밀어붙였다.

다행히 최근 정부 내에 전반적으로 방향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방문 중 삼성 공장을 방문하고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되겠다"고 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규제완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득주도' 일변도에서 '혁신성장'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얘기가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늦었지만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다.

정말 경제를 살리려면 경제에서 '정치'부터 빼야 한다. '정의'는 법무부 장관이 할 말이지 경제 담당인 청와대 정책실장이 할 말은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 세금으로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1만원, 상상 초월 예산 증액, 대기업을 적폐로 보기 등 모든 문제 정책은 경제 정책이 아니라 정치 정책이다. 정부의 경제 방향 전환이 사실인지는 곧 드러나게 돼 있다. 정부 뜻대로 되는 최저임금위는 최근 소상공인들이 그토록 호소하는 업종별 차등화를 거부했다. 곧 결정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보면 "성과 못 내 초조"가 빈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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