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명의가 되려면 까다로운 진단보다 ‘손 씻기’부터 잘해야

김은영 기자
입력 2018.07.12 06:00
어떻게 일할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324쪽 | 1만5000원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특히 그 일에서 실패라는 것이 너무 쉽고 흔하다면? 의대생 시절이나 레지던트 시절, 내 최대 관심사는 유능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레지던트는 그날 내게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 주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의사 아툴 가완디가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의 본질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더 나은 의료의 가능성을 찾아 헤맨 기록이다. 임상 외과 의사로서 개인적인 경험과 문제의식을 풀어 놓는 동시에, 의료 현장의 다양한 관점과 시도를 취재해 녹여냈다. 이라크 전장의 야전병원, 독극물 주사를 사용하는 사형집행장, 제왕절개 수술이 한창인 분만실 등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뤘다. 이를 통해 직업에서의 성공의 본질을 되묻고, 의사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에 합당한 책임과 최선의 태도에 대해 성찰한다.

가장 먼저 언급한 원칙은 ‘손 씻기’다. 19세기 중반, 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병원에서 분만한 산모의 20%를 사망에 이르게 하던 산후 열(출산 후 발열)의 범인으로 의사들을 지목했다. 당시 집에서 분만한 산모의 사망률은 1%에 불과했다. 제멜바이스는 병동 의료진이 매 진료 전 반드시 손톱솔과 염소를 이용해 손을 씻게 강요했고, 산모 사망률은 곧바로 1%로 떨어졌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난 지금, 병원 감염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2003년 사스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출현해 몇 주 만에 전 세계 수만 명에게 퍼져 그 가운데 10%가 사망했을 때도, 일차적인 감염 매개체는 의료 종사자들의 손이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 종합병원의 신생아 집단 사망을 필두로 병원감염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의사들은 여전히 손을 제대로 씻지 않는다. 가완디는 의사들이 제대로 손을 씻게 만들려는 온갖 시도와 끝나지 않는 노력을 글로 옮기면서 스스로 묻는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특히 생명을 다루는 것이 나의 일이라면?” 그가 수술했던 환자의 병실 앞에 붙은 ‘감염’ 표시를 인식한 어느 날, 한순간도 그것이 자기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음을 고백하면서.

저자는 의료를 넘어 어떤 분야에서건, 위험과 책임이 따르는 일에서 새로운 선택과 시도가 성공하려면 다음 세 요소가 핵심이 된다고 말한다. 바로 성실함, 올바름, 새로움이다. 그는 무엇도 정답이라 말하지 않지만, 최고를 능가하는 최선이 있으며 그것에 이르는 길을 찾는 무수한 시도와 실패야말로 개인과 사회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열쇠라고 전한다.

가완디는 뉴요커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연재한 탐사보도와 칼럼을 바탕으로 2007년 이 책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네 권의 책을 출간했고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전 세계의 보건의료 문제에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며 사회적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타임스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워런 버핏,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설립한 헬스케어 벤처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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