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떡고물 이젠 안 나눈다"

방현철 경제부 차장
입력 2018.07.06 03:13
방현철 경제부 차장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경제가 홀로 질주하고 있다. 이달 말 나올 2분기(4~6월) 성장률은 연간으로 환산해 5%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5% 성장은 2014년 3분기(5.2%)를 빼곤 2003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성장 지속 기간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최근까지 108개월(2009년 6월~2018년 6월)을 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경기(景氣) 확장 기간이 가장 길었던 1990년대 IT 혁명기 이후 둘째로 길다.

유럽·일본 등 다른 선진국은 작년 9월을 전후해 경기가 다소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기는 꺾일 조짐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 세금을 깎아주고 인프라 투자를 위한 정부 지출을 늘려 경제에 기름을 붓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과열을 막으려 올 하반기에 두 차례나 더 금리를 올린다고 할 정도다.

과거 미국의 성장은 전 세계가 같이 나눌 수 있어 축복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경제의 '단독플레이'가 세계경제 곳곳에서 파열음을 만들고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과 유럽에 대해 "불공정 무역을 참을 수 없다"며 관세 전쟁을 걸었다. 자국 성장의 '떡고물'을 더 이상 다른 나라와 나누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 금리 인상에 체력이 약하고 빚이 많은 신흥국들은 흔들리고 있다. 벌써 아르헨티나는 외환 체력이 바닥나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밀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주요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G20(주요 20국)으로 모여 '팀플레이'를 해왔다. 각국이 공조해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으로 돈을 풀었다. 하지만 이제 G20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나타난 미국의 '단독플레이'에 당황하고 있다.

스포츠 팬들이라면 '단독플레이'의 위험성을 잘 알 것이다. 혼자 앞서 나가다 상대방의 태클에 걸리면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홀로 체력을 다 써버리면 만회할 방법도 없다. 득점을 올릴 가능성도 낮아진다. 그런데 지금 더 큰 문제는 '팀플레이'에 복귀하라는 조언에 미국이 귀를 막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 경제의 '단독플레이'가 던지는 경고음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우선 외환 방패를 튼튼히 보수해야 한다. 외환 보유액이 4000억달러여서 신흥국 위기를 비켜 갈 수 있다고 위안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일본·미국 등과 언제라도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격인 통화 스와프를 다시 개설해야 한다. 수출에만 목매는 경제 체질도 바꿔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이니 혁신 성장이니 구호나 되뇔 때가 아니다. 기업들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낡은 규제부터 걷어내는 행동에 당장 나서야 한다.



조선일보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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