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여전한데, 한미동맹 근간 흔들려"…외교 전문가, 안보 공백 질타

윤희훈 기자
입력 2018.07.04 18:34 수정 2018.07.04 21:24
김현욱(맨 오른쪽) 국립외교원 교수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교안보 전략 간담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간담회를 주최한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현욱 교수./윤희훈 기자
‘북한 비핵화는 하나도 진전되지 않았는데, 한미동맹은 형해화됐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안보 전략 연속 간담회’에선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대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한 한반도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 연합훈련 중단이 결정됐고, 동시적·단계적 해법이 먹혀 들어간 것 같다”면서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은 아예 쏙 들어갔다. 북한식 비핵화 방법론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현욱 교수는 “지금의 연합훈련 중단까지는 용인할 수 있다. 여기서 비핵화 진전을 이뤄낸다면 다행인데 문제는 미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점”이라며 “남북 간 데탕트는 진전이 되지만 비핵화는 진전이 없고, 중국의 대북 지원이 본격화하면 한미 동맹이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압박 전략’을 쓰다가 판문점선언에 나온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 수준의 합의만 하고 최고의 합의라고 하는 걸까. 실망했다”며 “미국이 포장한 것에 비하면 내놓은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성과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만남 자체를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제안으로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연합훈련을 중단할 정도로 북한이 선행동을 한 게 없다”면서 “훈련 중단은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도발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동맹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한미동맹이 밑바닥에서 흔들리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도 “주한미군 감축은 큰일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핵심은 재래식 군사력이 아니라 핵과 화생방 능력이기 때문에 숫자가 줄어도 핵억지력만 제공하면 된다”며 “하지만 철수는 다른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통령이 중간선거와 재선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며 “여기에만 매진하는 미국 대통령에게 세계 정세가 달려있다는 게 상당히 불안한다”고 덧붙였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 전력이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선 왜 신경을 안 쓰는지 모르겠다”며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이 제주도를 비롯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6·12 미북 정상회담 합의를 낮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민심을 거스르는 발언을 하게 돼 죄송하다”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민심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이어 “한미동맹은 형해화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에 가치를 안두는 사람이다. 그는 왜 주한미군을 둬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무역질서도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에 번영과 안정을 가져왔던 근간이 모두 무너지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 안보태세까지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원장은 현 정부의 안보 태세 붕괴의 근거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첨단 병기 개발 중단 △국방 개혁 중단 △군사분계선 인근 진지 공사 전면 중단 등을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안보 상황이 온다는 낙관론을 바탕으로 모든 게 중단됐다”며 “미국과 북한의 회담 진행 상황을 떠나서 우리 국민은 우리 국가가 지킨다는 태도로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 좌장을 맡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악수하는 장면을 보면서 감정 과잉 상태가 됐다. 두 정상이 만나서 악수하고 밥먹고 서명한다고 해서 비핵화가 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김근식 교수는 “많은 전문가들이 닉슨의 방중과 상하이 코뮈니케를 언급하는데,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1979년 1월 1일 미중 수교가 성사되기 전날, 미국은 대만과 단교했다. 그걸 우리 시대에 대입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을 찬양하는데, 만에 하나 우려한대로 비핵화가 안되면 어떻게 되느냐”며 “미국은 ‘안되면 말지’라는 입장이겠지만, 우리는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감이 다르다”고 했다.

간담회 말미 플로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지 못할 경우, 향후 미북 비핵화 대화의 전개 방향’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현욱 교수는 “만약 미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면 트럼프 정부와 완전히 다른 대북정책을 펼 것”이라며 “트럼프조차 내년엔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익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되면 북미관계를 깰 수 있다”고 했다.

홍현익 수석연구위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엔 지금과 180도 다른 정책을 쓸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비핵화 기회를 줬는데도 안했다. 선제 공격 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엔 주한미군의 지상군 전력이 철수하더라도 북한이 핵도발시 즉각적으로 전술핵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약을 맺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도 핵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 북한군의 재래식 전력은 우리군 전력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인터랙티브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