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최고참 "이젠 K리그로"

석남준 기자
입력 2018.07.03 03:00

[2018 러시아월드컵] 신태용호 맏형과 막내가 말하는 "우리들의 월드컵"
3경기 풀타임 30㎞ 뛴 이용… 귀국하자마자 헬스클럽으로

이용(32·전북)은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최고참이었다. 하지만 주장 완장은 기성용(29)·손흥민(26)이 찼다. 2일 인터뷰한 이용은 담담했다.

"제가 리더십이 강한 편이 아니에요. 말보다 몸으로 하는 게 낫겠다 싶었죠."

이용은 2014년 브라질과 올해 러시아월드컵 조별 리그 총 6경기를 풀 타임 소화했다. 이번 대회 세 경기에서 총 30.711㎞를 뛰었다. 그는 100% 이상 체력을 썼을 텐데도 2일 서울 한 헬스클럽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 다시 K리그에서 뛰어야죠."

이용이 스웨덴과 벌인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붕대를 감은 채 뛰고 있다. 그는 대회 개막 전 세네갈과 치른 평가전에서 이마가 찢어졌지만, 임시로 상처를 꿰매고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오종찬 기자
울산에서 뛰다 지난해 전북으로 이적한 이용은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했다. 그는 "월드컵에 가기 전 최강희(전북) 감독님께 월드컵 가기 전 전화 드리니 '나는 용이만 응원할 거야. 잘해야 돼'라고 하셨다"며 "이제 은혜를 갚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용은 이번 러시아월드컵 풀백 역할을 소화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특히 3차전 독일전에서 돋보였다. 그는 독일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했다. "평소엔 괜찮은데 운동만 하면 배가 아픈 스포츠 탈장으로 고생했어요.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수술한 다음 완전히 회복했어요. (당시 의료진이) 치료해준 걸 후회할 수도 있겠네요."

이용은 독일전에서 공격수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의 슈팅에 낭심을 맞았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숱하게 낭심을 맞았지만 이번 크로스의 슈팅으로 느낀 고통이 가장 컸다"고 했다. 골을 넣기 위해 일 초도 아까웠을 독일 선수들도 그라운드에서 뒹구는 이용을 보며 이렇다 할 항의도 하지 않았다. 이용은 "같은 남자로서 독일 선수들이 (내 고통에) 공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서울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는 이용. 국내리그 출전을 대비한 몸 만들기다. /이용
이용은 "대표 선수들이 팀 미팅 때나 라커룸에 모여 있을 때 각자 한마디씩 하면서 정신력을 다지고 하나로 뭉쳤다"고 했다. 이용도 독일전 전반전을 마치고 라커룸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수비하는 걸 즐기자. 그리고 성급해지지 말자. 독일도 해볼 만하다. 기회가 왔을 때 집중해서 한 골 넣어보자."

한국은 16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FIFA 랭킹 1위 독일을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이용도 월드컵 6경기 만에 첫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이용은 한국에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곱창 외식'을 했다고 한다. 그에게 앞으로 목표를 물었다.

"훈남이란 소리를 종종 듣지만 여자 친구는 없어요. 이해심 많은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이제 K리그가 발전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고 싶어요. 결국 좋은 선수가 있어야 관중이 보러 오는 거잖아요."


조선일보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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