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탈북여성의 호소…"김정은 영악…트럼프가 책임 물어야"

김명진 기자
입력 2018.06.13 21:18 수정 2018.06.13 21:31
NYT, 유튜브에 탈북운동가 박연미씨 동영상 게재
박씨, 트럼프에 “최악의 독재자에 책임 물어야”
“영악한 김정은…정상회담을 이미지 세탁에 이용”
“文대통령, 히틀러와도 똑같이 포옹할까”


탈북 운동가 박연미(25)씨가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12일(한국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자유 진영의 리더로서 최악의 독재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탈북 운동가 박연미(25)씨는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호소했다./유튜브 캡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자사 유튜브 계정에 박씨의 주장을 담은 ‘나는 북한에서 탈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2분 33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13일 오후 9시 현재 조회 수 8만 회를 넘어섰다. 댓글도 500개 이상이 달렸다.

박씨는 “지금 세계는 역대 가장 악랄한 독재자 중 한 명인 김정은과 손잡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면서 “당신은 어떤 양보에 대한 요구도 안 하고 이런 독재자와 앉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김정은) 정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인권 탄압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는 강제 수용소를 운영하고, 통제를 위해 인민들을 고의적으로 굶기고, 자기 가족까지도 살해했다”면서 “김정은은 영악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미·북 정상회담)을 자신의 국제적 이미지를 깨끗하게 하는 것으로, 또 그가 북한에서 얼마나 위대한지를 입증하는 무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내가 일곱살 때 비슷한 장면을 본 적 있다. (2000년) 최고 독재자(김정일)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때”라면서 “그 이후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김정일은 더 부자가 됐다”고 했다.

박씨는 “김정은의 관심을 받고 있을 때 그 관심을 북한 주민을 자유롭게 하는데 사용해 달라”면서 “인간의 생명보다 급한 게 무엇인가. 자유 진영의 리더로서 최악의 독재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시민을 향해서도 “당신들은 당신의 대통령에게 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가 북한의 인권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포옹하는 것을 봤을 때, 나는 혼자 고민해봤다. ‘문 대통령이 히틀러에게도 똑같이 할까?’”라고 했다.

박씨는 16세였던 2009년 아버지가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자 어머니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 몽골을 거쳐 가까스로 한국에 들어와 정착했다. 그는 최근 각국에서 북한의 생활과 탈북 과정, 한국에 정착한 뒤에 겪었던 경험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북한 인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2014년 영국 BBC 방송은 박씨를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BBC는 박씨를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난을 알리는 사회 활동가(activist)라고 소개했다.


아래는 박씨가 ‘나는 북한에서 탈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낸다(I Escaped North Korea. Here’s My Message for President Trump)’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발언한 내용 전문.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옹하는 것을 봤을 때, 나는 혼자 고민해봤다. '문 대통령이 히틀러에게도 똑같이 할까?'

지금 세계는 역대 가장 악랄한 독재자 중 한 명인 김정은과 손잡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 이 정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인권 탄압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는 강제 수용소를 운영하고, 통제를 위해 인민들을 고의적으로 굶기고, 자기 가족까지도 살해했다.

나는 13세 때 북한을 탈출했다. 그때까지 내 삶은 고문이었다. 나는 200만~300만명의 인민들이 숨진 기근에서 살아남았다. 나는 살기 위해 잠자리를 잡아먹었다. 나는 등굣길에 굶주려 죽은 시체들을 지나갔다. 내 아버지는 10년간 정치수용소에 수감됐다.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구하기 위해 암시장을 찾은 것이 수감 이유였다. 내가 독재자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면서부터 내 친척들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님. 당신은 어떤 양보에 대한 요구도 안 하고 이런 독재자와 앉아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영악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자신의 국제적 이미지를 깨끗하게 하는 것으로, 또 그가 북한에서 얼마나 위대한지를 입증하는 무대로 이용하고 있다.

난 이런 쇼를 전에도 본 적이 있다. 내가 7세 때다. 최고 독재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다. 그리고 그 이후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김정일은 더 부자가 됐고 김대중(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님! 김정은의 관심을 받고 있을 때 그 관심을 북한 주민들을 자유롭게 하는 데 사용해 달라. 핵무기들은 제거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보다 급한 게 무엇인가. 자유 진영의 리더로서 최악의 독재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국 대중에게 부탁한다. 당신들은 당신의 대통령에게 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가 북한의 인권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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