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한국·바른 최악 참패...보수야권 지각 변동 불가피

이옥진 기자
입력 2018.06.13 19:45 수정 2018.06.14 10:47
6·13 지방선거 유례없는 참패로 野 정계개편 소용돌이로
자유한국당, ‘포스트 홍준표’ 조기 전당대회에 잠룡·중진 대거 나설듯
바른미래당, 안철수계-유승민계 갈라설 수도

6·13 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야권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14일 개표율이 99.99%인 오전 10시30분 현재 17개 시도지사 선거 중 민주당은 14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선거에서만 당선됐다. 텃밭인 대구·경북(TK)을 수성하는 데 그친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과 재보궐선거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3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 홍 대표는 한국당이 완패하는 것으로 나오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취재진이 소감을 묻자 “좀 이따가”라고만 했다. 홍 대표는 그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라고 올렸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으로, 이를 두고 홍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비슷한 시각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대대표 등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발표를 보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당초 예상보다 참패한 결과다. 한국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영남권 5곳을 포함한 ‘6곳 당선’이라는 내부 전망을 내놨었다. 바른미래당 역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의미있는 득표 등을 목표로 삼았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결과로 인한 야권발 정계개편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당의 경우 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인한 내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는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자유한국당 재건 비상행동’이라는 한국당 관계자 모임은 입장문을 내고 “자유한국당의 재건을 열망한다”며 홍준표 체제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해체를 선언한다”고 했다. 이 입장문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당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혼란스러운 당 분위기를 수습하고 오는 2020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이미 당권주자로 이완구, 나경원, 정우택, 남경필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일부 홍준표계 인사들은 “당을 살리기에 홍 대표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홍 대표가 재출마해) 홍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고 있다. 홍 대표가 사퇴하면 전당대회까지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박주선 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TV로 시청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결합으로 지난 2월 출범한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지도부 선출, 공천 등을 둘러싸고 내홍이 계속돼왔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특히 지방선거 과정에서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서로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바른정당 출신 한 관계자는 “바른정당 출신들과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나와서 새 당을 꾸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지 오래”라고 했다. 당의 대주주인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대표가 자신들의 거취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바른미래당의 운명이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연대하거나 합당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거대여당에 맞서기 위해 두 야당이 힘을 합친다는 전략적인 차원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적폐세력인 한국당과 합당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도 “지방선거 패잔병들끼리 힘을 합치는 것도 우스운 모양새”라며 “지금은 각자 당을 수습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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