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美軍유해 발굴만…"

최현묵 기자
입력 2018.06.13 03:00

[6·12 美北정상회담]
- 국내 전문가들 "트럼프 완패"
"북한 뜻 99% 반영한 사기극" "주한미군 자연히 감축될 것" "미·북 새로운 관계 모색한 것"

6·12 미·북 정상회담과 뒤이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전문가들은 대체로 "협상의 달인이라던 트럼프가 완패했다"고 평가했다. 회담 성패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들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기당했다"는 혹평도 나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공동성명엔 검증 가능한 비핵화란 말도, 비핵화 시한도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까지 거론한 건 그야말로 폭탄 발언"이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번 합의로 북한 비핵화는 완전히 물 건너갔다"며 "트럼프 기자회견에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훈련 중단이 언급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CVID를 포기한 게 아닌가 싶다"며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면 한미연합사의 기능이 정지되기 때문에 미군은 자연히 감축될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의중이 99% 반영된 희대의 사기극"이라며 "공동성명 내용을 보면 구속력을 부과할 만한 게 없고, 원칙 차원의 얘기만 들어 있다"고 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가치와 연합 훈련의 정당성을 부정했다"며 "한·미 동맹은 해체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고 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역시 "처음 기대보다 미진한 게 사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원칙적 합의만 한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신뢰 구축 차원에서 북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반출이나 핵탄두 폭파 쇼라도 들어갈 줄 알았는데, 65년 전 끝난 6·25전쟁 당시의 유해 발굴 정도밖에 없었다"며 "트럼프가 미 의회를 설득할 게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에 취해서 너무 오버했다"며 "미국에 돌아가서 여야 모두에게 맹공을 당하면 갑자기 합의 자체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첫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의견도 있었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수십년간 적대 관계에 있던 북한과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모색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고,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기초적 합의를 하고, 구체적 이행 방안은 실무 협상에 맡겨놓은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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