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도 디자인이 되나요?

양부용 기자
입력 2018.06.04 21:46
모발이식, 가발 쓰다 지쳐 밀었더니 신세계
탈모흔적 점으로 가리는 두피문신
두상에 맞는 디자인이 중요

탈모의 흔적을 점으로 가리는 사람이 있다. 자신을 ‘대머리디자이너’라고 소개한 디크리스(43·예명)씨는 본인의 머리가 삭발의 흔적이 아니라 모두 점으로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탈모로 갖은 고생을 하다 두피 문신으로 답을 찾았다.

할아버지, 아버지 대대로 탈모 유전자가 있던 그는 스물여섯 살 때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흑채, 모발이식, 가발 등 다양한 탈모 치료를 시도했지만 항상 디자인이 불만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두상에 맞지 않은 스타일 때문에 오히려 얼굴이 더 커 보이거나 삐뚤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탈모치료에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직접 디자이너가 됐다. 탈모 환자의 두상에 어울리는 ‘대머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디크리스씨의 직업이다.

그를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젊은 탈모환자들이다. 특히 이성문제로 고민하다 찾아온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고객이 대머리가 되기로 결심하면 현미경으로 두피의 상태를 진단하고 메이크업 제품을 활용해 가상 디자인을 시작한다. 정면, 옆모습, 뒷모습 등 다양한 각도로 두상을 살피며 고객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찾아준다. 그가 디자인을 완성하면 전문 문신 시술자가 촘촘하게 점을 찍고 잉크로 색을 넣는다.


대머리 디자인을 거친 두피 문신 전 후 모습 / 디크리스 제공
그는 흑채 등으로 탈모의 흔적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면 두피 문신을 권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탈모가 많이 진행됐고 직업적으로 헤어스타일에 제약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한번 밀어보라”고 권유한다고 한다. 자신의 삶이 변화했듯 탈모 때문에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성문제로 고민하던 친구가 밝 웃으며 찾아왔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는 대머리디자이너. 그는 더 많은 탈모인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디크리스씨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 삭발을 한다는 것이 두려울 수는 있지만 자신의 두상에 맞는 대머리 디자인을 찾는다면 충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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