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프리즌'? 래퍼들 잇달아 마약피의자로 전락

박성우 기자
입력 2018.06.01 11:46 수정 2018.06.02 14:01
범죄로 얼룩진 ‘힙합’
폭행·강간·음주운전 등 죄목도 다양
일부 래퍼, 범죄를 ‘훈장’으로 착각
쇼미더머니 준결승 진출자 4명 중 3명이 마약

“녹음은 끝내놓고 들어간다.”
지난 28일 유명 래퍼 씨잼(본명 류성민·25)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이런 글을 남겼다. 바로 이날 그는 대마초 흡연, 엑스터시·코카인 투약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구치소에 들어가기 전에 음원 녹음은 마무리 짓겠다는 얘기였다.

씨잼은 케이블 채널 Mnet의 힙합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래퍼다.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이 프로그램 출신들이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쇼미더머니로 이름을 알린 출연자들은 폭행, 강간, 음주운전으로 꾸준히 물의를 일으켰다.

마약은 가장 흔한 경우다. 토너먼트 식으로 매회 탈락자가 발생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준결승에 진출한 4명 중 3명(씨잼, 빌스택스, 아이언)이 마약 투약 혐의로 붙잡혔다. “쇼미더머니가 아니라 쇼미더 ‘범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쇼미더머니3에서 최종 4인으로 살아 남은 출연자의 모습. 이 가운데 바스코(빌스택스), 씨잼, 아이언 등 3명은 모두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방송화면 캡처
◇준결승 진출 래퍼 4명 가운데 3명이 마약 혐의로 붙잡혀
경찰은 씨잼과 함께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 빌스택스(본명 신동열·37)도 마약 투약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빌스택스는 2015년 5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서대문구 자택 등에서 세 차례 대마초를 흡연하고, 지난해 중순쯤 엑스터시와 코카인을 한 번씩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씨잼과 빌스택스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대마초 29g과 흡연 파이프 등을 압수했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마약을 하면 어떨지) 호기심이 생겼고, 음악적 스트레스도 풀기 위해 마약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래퍼 씨잼은 구속 직전인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구속 암시 글을 올렸다. /씨잼 인스타그램 캡처
아이언(본명 정헌철·24)은 이보다 앞선 2016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같은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도 경찰에 붙잡혔다.

‘쇼미더머니5’에 출연한 쿠시(본명 김병훈·34)도 지난해 12월 코카인을 흡입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쿠시는 무인택배함에 보관된 코카인을 가지러 갔다가, 잠복하고 있던 형사들에게 제압당했다.

마약뿐만이 아니다. 쇼미더머니 단골 출연자 정상수(34)는 음주폭행이 습관화된 ‘주폭(酒暴)’으로 경찰서에서 더 유명하다. 알려진 음주난동만 5건. 최근인 지난달 22일에는 성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정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자택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음주 폭행으로 경찰 문턱을 거듭해서 드나들던 정씨는 결국 준강간 혐의로 구속됐다.

‘쇼미더머니4’ 출연자 블랙넛(본명 김대웅·29)은 여성 래퍼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가사로 피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 “남이 대마초 피든 말든” 일부 지지자 옹호 분위기
쇼미더머니에 출연하지 않은 래퍼들도 잇단 구설에 휩싸였다. 래퍼 이센스(본명 강민호·31)는 대마초 흡연, 래퍼 범키(본명 권기범·34)는 엑스터시 투약, 래퍼 던말릭(본명 문인섭·22)은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각각 수사받았다.

국내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쇼미더머니 준결승 진출자 4명 가운데 3명이 마약 피의자”며 “방송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일부 래퍼들의 탈선으로 힙합계 전체가 침체될 까봐 우려된다”고 했다.

힙합 소비층인 10~20대 사이에서는 이들의 범죄를 옹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구속된 래퍼 씨잼의 SNS에는 “사랑합니다. (감방)다녀오십쇼”라는 응원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은 10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출연한 래퍼 윤병호(19)가 올린 것이다. 마찬가지로 쇼미더머니5 출연자 도넛맨(본명 송양원·27)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이 대마초를 피든 말든 뭔 상관”이라며 최근 마약 혐의로 입건된 동료를 감쌌다.

마약퇴치 운동에 앞장 서고 있는 미국 유명 래퍼 에미넴(왼쪽)과 켄드릭 라마(오른쪽) /공식 홈페이지 캡처
◇美 유명 래퍼들은 마약퇴치 앞서
일선 경찰들은 마약을 ‘멋’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경계한다.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끊지 못하는 게 마약입니다. 중독자들은 처음 투약했을 때 기분을 잊지 못해 가정이 파괴될 때까지 마약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어요. 한 번 발 들여 놓으면 본인 의지만으로 끊을 수가 없는 겁니다.” 서울 일선경찰서의 마약수사팀 관계자 얘기다.

힙합계에서는 ‘힙합=마약’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도 했으나, 그것도 옛날 얘기다.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유명 래퍼들이 마약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힙합 가수 최초로 퓰리처상 음악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켄드릭 라마는 “래퍼들이 몰리(클럽에서 유행하는 마약)가 ‘쿨(cool)’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을 보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힙합이 이런 잘못된 트렌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약물 중독을 극복한 래퍼 에미넴도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면서 10대 청소년들에게 약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고위 임원은 “국내 일부 래퍼들 사이에서는 마약을 멋으로, 범죄를 훈장(勳章)쯤으로 여기는 잘못된 문화가 있다”며 “당장 스타를 따라 하는 모방범죄가 발생할 수 있고, 마약의 위법성을 낮게 보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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