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도 하기전에… "개마고원 관광, 백두산 직항" 공약

윤형준 기자
입력 2018.05.15 03:00

與 선거 5대공약 발표하며 '한반도 평화'에 23개 항목 담아
野 "평화 포퓰리즘"… 지자체 권한 넘고 대북제재도 흔들어

더불어민주당은 14일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대북(對北) 사업을 대거 포함한 6월 지방선거 공약을 발표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의 잇따른 개최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지방선거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대부분 유엔 대북 제재에 저촉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권한을 넘는 것들이어서 '평화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북한 비핵화 진전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야당에선 "표를 얻으려고 말도 안 되는 장밋빛 미래만 그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약인 '5대 핵심 약속'을 발표했다. '청년 행복' '미세 먼지 해결' '국민 생활 안전' '일자리 중심의 혁신 성장'과 함께 '한반도 평화'가 들어갔다. 김 의장은 5대 공약에 대해 "우리 사회 절체절명의 핵심적 시대 과제"라고 했다.

이 중 '한반도 평화' 부문에는 총 23개 세부 항목이 담겼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 등과 함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이 상당수 포함됐다.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사업에는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추진, 경원선 철도 연결 사업과 두만강(나선) 지역 남·북·중·러 공동 개발,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백두산-개마고원 연계 관광 코스 개발, 아시안 하이웨이 H1 노선(부산~베이징~터키) 연결, 서울~신의주 고속철도 건설 등이 들어갔다.

특히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이나 백두산-개마고원 연계 관광 코스 개발 등은 지난 대선 공약이나 100대 국정 과제 발표에도 포함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 한마디에 공약을 급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만찬 당시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공약이 대북 제재 기조를 크게 흔드는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유엔은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과의 합작 사업 또는 경제 협력체의 설립·확장 등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는 물론이고 공약에 적시된 다른 관광·개발 사업들도 현재로선 추진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공약에 포함된 대북 사업들은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 추진 단계에 따라 진행되는 걸 전제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검증 가능한 완전한 북핵 폐기 없이 논의되는 어떠한 남북 사업도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며 "완전한 북핵 폐기 없이 섣부른 기대감으로 지방선거 공약을 내놓는 것은 북한의 오판을 야기할 수 있고, 대한민국 스스로가 국제사회의 탄탄한 공조에서 이탈하는 꼴"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향후 5년간 청년들에게 공적 임대주택 25만실 공급 및 공공 부문 채용 비리에 대한 제재 규정 신설(청년 행복 분야) ▲미세 먼지 원인 규명 및 예보 정확성 제고(미세 먼지 해결 분야) ▲교통사고 사망자 수 절반 감축(국민 생활 안전 분야) ▲신규 벤처 투자 펀드 조성(일자리 중심의 혁신 성장 분야) 등을 공약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야당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 차원 의제를 공약으로 내놨고, 그 내용도 대부분 '100대 국정 과제'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 중앙당 차원의 공약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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