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건강보험 적자, 작년 2000억 돌파

최원우 기자
입력 2018.04.30 03:00

[80만원 내고 1억 암치료… 健保 축내는 얌체 외국인]

석달만 머물면 가입되는 제도 악용… 최근 3만여명 암치료 등 받고 떠나

지역 건강보험 가입한 27만명 대다수가 치료 끝나면 곧장 출국… 건보 전체 적자 중 15% 차지
결핵 무료진료 노리고 입국하는 건보 무임승차 외국인도 늘어
英 6개월·日 1년 체류해야 가입… 한국, 외국인 가입기준 보완 시급

국내에 일정한 직장 없이 체류하는 외국인 환자가 건강보험을 이용하면서 발생한 재정 손실이 2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 최도자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유발한 재정 적자는 2050억원이었다. 이들이 공단에 낸 보험료보다 공단에서 이들의 진료비로 지급한 금액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이 같은 재정 적자는 2012년 778억원에서 꾸준히 오르다 지난해 2000억원까지 넘었다.

지난해 기준 건강보험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27만여명으로 전체 가입자(5094만명)의 0.5%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유발한 적자 규모는 전체 건보 적자(1조4000억원)의 15%를 차지했다. 외국인 지역가입자 수는 2012년 13만7407명에서 지난해 27만416명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들 중 상당수가 건강보험 혜택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건보 무임승차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외국인 A씨는 2015년 국내 병원에 10개월간 입원해 항암 치료를 받았다. 이 기간 A씨는 건강보험료로 월평균 약 7만9000원씩, 다 합해 8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내고 항암치료뿐 아니라 허리 디스크 등 각종 진료를 받았다. A씨가 이런 진료 서비스를 누리는 동안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진료비는 1억1700만원이 넘었다. A씨는 퇴원하자마자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건강보험에 가입해 혜택을 챙기고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은 최근 3년간 3만명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해 진료를 받고 나서 해외로 돌아가 건보 자격을 상실한 외국인이 2015~2017년 3만2000명이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이 이들 때문에 지급한 치료비는 227억9000만원에 달한다.

◇결핵 진료에도 무임승차 급증

정부가 건보재정으로 제공하는 결핵 진료 사업에도 외국인이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병원에서 치료받은 외국인 결핵 환자는 2007년 791명에서 2016년 2940명으로 10년 새 3배 넘게 증가했다. 국내 결핵 환자는 줄고 있는데, 유독 외국인 환자는 급증한 것이다. 2016년 7월부터 결핵 진료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건강보험이 제공하면서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도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전국 보건소나 국립결핵병원에서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를 찾는 외국인 결핵 환자가 늘어나 재정 부담은 물론 내국민 감염 위험까지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엔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 조건으로 국내 체류 기준 자체가 없었다. 외국인 등록만 하면 일정한 건보료만 내고 가입할 수 있었다. 국적을 상실한 해외 동포에게도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먹튀'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재정 손실이 커지자 2008년 3개월 이상 체류해야 한다는 기준을 신설했다. 현재는 3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에 대해 전년도 지역가입자 월평균 보험료(2017년 기준 8만9933원) 한 달치를 미리 내면 건보 혜택을 주고 있다.

◇"선진국 비해서도 기준 느슨"

이 같은 제도는 선진국에 비해서도 기준이 여전히 느슨해 건보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에선 유럽연합(EU)이 아닌 나머지 국가 체류자는 6개월 이상 체류해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경우엔 의료비 전액을 부담하게 한다. 일본은 체류 기준이 1년으로 더 엄격하다. 독일은 일부 사회보장협약을 체결한 나라 국민에 대해서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나머지 외국인은 아예 가입을 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먹튀를 방지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기요양보험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건강보험 전문가는 "보통 의료 서비스와 달리 장기요양보험은 젊을 때 보험료를 적립해 노후에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라며 "외국인이 나이 먹고 들어와 우리 국민이 쌓아둔 장기요양보험에 무임승차하는 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문재인케어 도입으로 가뜩이나 건보 재정에 부담이 커질 텐데, 무임승차 외국인들까지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것을 정부가 왜 수수방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에 취업한 직장인이나 유학생의 경우 질병이 생기면 당연히 건보 혜택을 주어야겠지만 편법·불법적으로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복지부는 "실태 조사를 통해 주로 건보 혜택을 이용하려는 외국인이 지역가입자로 가입하는 도덕적 해이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며 "체류 기준 연장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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