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최초 '비핵화' 담긴 판문점 선언, 6·15, 10·4 공동선언과 비교해보니

이옥진 기자
입력 2018.04.27 19:07 수정 2018.04.27 19:1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7일 정상회담은 역사상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다. 앞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에서는 6·15 공동선언이,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에서는 10·4 공동선언이 나왔다. 이날 발표된 공동 선언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라고 명명됐는데, 정상간 회담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과거 두 선언에서 두 정상이 합의해 선언문에 담긴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판문점 선언의 이행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도보다리 산책을 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최초로 담긴 ‘비핵화’ 표현
6·15 공동선언은 200자 원고지 2.5매 분량으로, 10·4 공동선언(13매)과 판문점 선언(13.5매)보다 짧은 편이다. 6·15 공동선언에는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남북 통일 구상의 공통점(남측의 연합, 북측의 낮은 연방제안)을 통한 통일 지향 △이산가족·비전향장기수 문제 해결 △경제교류 협력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 검토 등이 담겼다.

6·15 남북공동선언./청와대 제공
10·4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에는 이보다 많은 내용이 담겼다. 두 선언의 내용을 비교해보면, 가장 특기할 만한 점은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된 부분이다. 10·4 공동선언에는 ‘핵’이란 표현이 한 번 나오는데,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란 부분이다. 핵문제와 관련해 지난 합의들을 이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는 ‘비핵화’라는 표현이 3번 나왔다. 공동선언문 가장 마지막 부분인 3조 4항에서는 두 정상이 △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고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각자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다소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정상간의 합의에서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거론된 것이다.

향후 군사적 조치에 대해 판문점 선언에는 10·4공동선언과 비슷한 내용이 담겼다. 다만 판문점 선언에서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보다 내용이 구체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전단 살포 금지’가 명문화됐다.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때에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한다’,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했다’라는 부분도 담겼다.

10·4 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남과 북은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분쟁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했다’ 등 원론적인 내용이 담겼다.

10·4 공동선언. /청와대 제공
‘정전체제 종식·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란 표현은 두 선언에 모두 담겼다. 다만 10·4 공동선언에서는 정전체제 종식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한다’고만 한 반면, 판문점 선언에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고 했다. ‘종전 선언’과 관련해서도 10·4 공동선언에서는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했고, 판문점 선언에서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또는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했다.

후속 조치를 위해 10·4공동선언에서는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 부장간 회담을 한 달 뒤 개최하기로 했고, 판문점 선언에서는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고 국방부장관 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했다.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의문 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협력 등은 10·4선언 재확인 수준
10·4 공동선언에서는 남북간 경제 협력 문제가 비중있게 담긴 반면, 판문점 선언에는 경제 관련 부분이 10·4 공동선언 내용을 재확인 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10·4 공동선언에는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부분이 담겼다. 이를 위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 이용 추진, 개성공업지구 건설,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수송 시작,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협의,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이 담겼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에는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한다’고만 담겼다.

교류·협력과 관련해 10·4 공동선언에는 ‘역사,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등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백두산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2008년 북경 올림픽경기대회에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처음으로 이용하여 참가하기로 했다’ 등이 담겼다.

판문점 선언에는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한다’,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6·15 등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한다’,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한다’ 등이 담겼다.

10·4 공동선언 때는 ‘남과 북은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에서는 ‘내부문제’와 관련된 내용이 없다.

인도적 문제 해결 부분은 두 선언이 비슷한 수준에서 다뤘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에서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부분이 담겨 보다 구체화됐다고 볼 수 있다. 10·4 공동선언에서는 ‘흩어진 가족과 친척의 상봉을 확대하고 영상 편지 교환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연재해를 비롯하여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동포애와 인도주의, 상부상조의 원칙에 따라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판문점 선언에서는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친척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편, 향후 고위급의 회담에 대해서는 10·4 공동선언보다 판문점 선언에서 격상됐다고 볼 수 있다. 10·4 공동선언에서는 한 달 뒤 남북총리회담을 서울에서 갖기로 한 반면, 판문점 선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을 또 열기로 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두 정상은 정기적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한 수시 논의를 하는 데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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