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알못

이혜운 기자
입력 2018.03.03 03:02

[Why? 사전]

알못.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즉 문외한을 뜻한다. 쓰일 때는 대부분 '~알못' 형태의 접미사로 쓰인다. 반대말로는 '잘알(잘 아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의 시작은 2011년이다. 2008 ~2009년 인터넷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프로게이머로 전성기를 누리다 2010년 후반부터 슬럼프를 겪던 허영무는 팬들의 비난에 2011년 3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게임 알지도 못하는 놈들아. 너네들이 와서 함 해볼래?'라고 썼다. 그 글을 본 사람들이 '겜알못'으로 줄여서 허영무나 인터넷에서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말로 쓰였다. 게임 채팅방에서 '겜알못 주제에'라는 말이 등장하면 분위기가 험악해지곤 했다.

그러나 이 단어는 점차 해당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칭하는 용어로 광범위하게 확대 사용되고 있다. 흔히 쓰는 말로는 스포츠 분야의 '축(구)알못'과 '야(구)알못', 인문·사회학 분야에서 '군(대)알못', '경(제)알못' 등이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인터넷에서 겸손하게 질문을 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제가 '숏알못(쇼트트랙 문외한)'인데 저 상황은 반칙 아닌가요?"라고 묻거나, "제가 '법알못'인데 이럴 때는 성추행이 성립하는 게 맞나요?" 등이다. 이런 질문들에는 대부분 해당 분야 '잘알' 등이 성심성의껏 답변을 달아주곤 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여주인공 고순(고현정)은 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일침을 날린다.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사실 세상사에선 겸손한 '알못'보다 어설픈 '잘알'의 발언이 더 위험할 때가 많다. 스스로가 '잘알'이라기보단 '알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조선일보 B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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