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올해의 '말·말·말' 대전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심지우
입력 2017.12.12 10:08 수정 2017.12.13 10:47

올해도 여러 분야에서 인상적인(?) 한 마디가 탄생했다. 실소가 나는 말, 분노가 치미는 말, 유쾌해져 계속 쓰고 싶은 말… 누구에게 대상을 줘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올해의 말·말·말' 그 쟁쟁한 후보들을 소개한다.

/CGV 페이스북·tvN·영화 '범죄도시' 스틸컷·유병재 페이스북

2017년을 시작하며 온 국민의 관심사였던 대통령 선거. 다소 짧은 선거 운동 기간에도 후보들 간 다양한 말이 오갔는데, 그중에서도 TV토론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4차 TV토론에서의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간 대화가 다음 날 회자했다. 유승민 후보가 '공공 일자리 81만개' 공약에 대해 "4조2000억원으로 81만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냐"고 따져 묻자, 문재인 후보가 "정책 본부장과 얘기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내용이었다.
인터넷에서 재구성된 문재인과 유승민의 가상 대화 내용 /조선DB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 사이의 가상 대화 내용으로 빠르게 패러디되어 퍼졌다. 유 후보가 "삼겹살을 좋아하십니까?" 물으면, 문 후보가 "이미 해명했습니다. 자세한 거는 제 요리사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묻는 화법으로 패러디 돌풍을 일으켰는데, 예를 들면 선거 운동 연설에서 "문재인을 이길 승부사 누굽니까!" 하는 식이다.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연이어 물어 풍자의 대상이 됐다.

'갑철수가 아님을 인증한다'는 패러디물(좌)과 안철수 의원의 선거 유세 모습 /인터넷·조선DB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에서는 초등학교 상장 사진에 '갑철수가 아님을 인증합니다' 식의 문구를 합성해 안 후보의 토론 태도를 웃음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홍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그중 단연 유명한 일화는 이른바 '세탁기 논쟁'이었는데, 홍 후보가 TV토론에서 국가 정책을 발언할 때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한 번 확 돌리겠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유승민 후보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언급하며 홍준표 후보도 세탁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자, 홍 후보는 "이미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홍준표 후보 세탁기가 고장 난 거 아니에요?"라고 했는데, 그때 홍 후보가 "그 세탁기가 삼성 세탁기다"라고 답하면서 풍자 거리가 탄생했다.

삼성 세탁기에 얼굴이 넣어진 인터넷 패러디물(좌)과 선거 유세 중인 홍준표 의원 /인터넷 커뮤니티·조선DB

홍 후보는 이 장면이 화제를 모으자 서울역 유세에서 '친북 좌파' '귀족 노조' 등의 문구가 담긴 티셔츠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행사를 직접 연출하며 패러디하기도 했다. 유세에 쓰인 세탁기는 삼성 것이 아니라 동부대우전자 제품이었다는 후문.


지난해 나향욱 당시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 이후, 정치인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망언을 들고 나왔다.

물난리를 외면하고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나 전국적인 공분을 산 자유한국당 김학철 도의원이 자신들에 대한 국민의 비난 여론을 빗대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레밍 발언' 논란 이후 허리 숙여 사과한 김학철 도의원(왼쪽)/조선DB

김학철 도의원은 "무슨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레밍은 '집단 자살 나그네쥐'로 알려진 들쥐로,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는 습성이 있다.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밥하는 아줌마들'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 의원은 파업 중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밥하는 아줌마, 그냥 어디 간호조무사보다도 더 못한 그냥 요양사 정도라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이언주 의원이 사과문에서 "저도 아줌마 입니다.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말한 제 마음속 또 다른 의미는 어머니와 같은 뜻입니다"라고 쓴 부분이 또 문제가 됐다. /TV조선 캡처

여성을 '아줌마'로 깎아내리는 것과 더불어 간호조무사, 요양사, 급식조리사 등을 한꺼번에 무시한 발언으로 망언의 대열에 올랐다.


지난해 "꽃길만 걷자"라는 말이 사랑을 받았듯 올해도 TV와 영화에서 많은 유행어가 탄생했는데, 그중 유독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던 후보들을 소개한다.

워너원 멤버 박지훈은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해 특유의 자세와 함께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문구를 유행시켰다. 박지훈은 프로그램에서 101명의 연습생 중 유일하게 3위권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멤버로, 그가 방송 중에 말한 "내 마음속에 저장"은 팬들 사이에서 유행하더니 여러 연예인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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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를 탄생시킨 워너원 멤버 박지훈(좌), 청와대 단체사진 (중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저장' 포즈를 취한 배우 마크 러팔로 (우) /Mnet·TV조선 캡처·CGV 페이스북

"내 마음속에 저장"은 올해 상반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선정한 콘텐츠 속 최고의 유행어로 선정되었으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행사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 및 기자단 단체 사진에서 해당 손짓을 사용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스튜핏(stupid)'은 충동적인 소비나 그 행위를 볼 때 따끔하게 지적하는 말로, 개그맨 김생민의 이름을 건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며 유행했다. 시작은 인터넷 방송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의 한 코너였지만, 인기가 좋아 인터넷으로 단독으로 방송했고 지상파까지 입성하게 됐다.

방송에서 "안 사면 100% 할인이다" "음악은 1분 미리듣기로 듣는 것이다" 같은 대사를 모은 김생민 어록(語錄)도 나왔다. /KBS 캡처

이 프로그램에서 김생민은 '돈은 안 쓰는 것'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시청자가 보낸 영수증과 사연을 본 뒤 지출 관련 조언을 해줬다. 잘 한 소비는 '그뤠잇(great)'을 외쳐주는 식이다. 김생민은 이 프로그램 덕에 데뷔 25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전화 안 받니"란 뜻으로, 영화 '범죄 도시' 속 두려움을 주는 인물 장첸(윤계상 분)이 사용하는 말투에서 파생됐다. 연변 사투리로 말끝을 '~니'로 끝내는데, "니(너) 내가 누군지 아니" "돈 받으러 왔는데 그것까지 알아야 되니" 같은 식이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현실에서도 장첸 말투를 따라 하기 시작했고, 인터넷 풍자물까지 등장했다.

네티즌이 패러디해 만든 스마트폰 잠금화면 /트위터·페이스북

패러디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아이 받니'. 가령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의 이름을 '아이 받니? 니 그거 아니 받으면 죽는다 알았니'로 저장하고, 얼굴을 장첸 사진으로 설정하는 식이다. 연인에게 전화가 오면 이름 대신 장첸의 협박 말투와 악의에 찬 얼굴이 스마트폰 화면에 등장한다.


올해 인터넷으로 유행해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린 후보를 소개한다. 특히 2017년에는 '급식체(학교에서 급식 먹는 10대들의 은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 말의 유래는 인터넷 드립·방송 BJ 등 과거로 거슬러가야 하지만, 현재는 급식체(학교에서 급식 먹는 10대들의 은어)로 자리 잡은 인터넷 유행어다.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나 섣불리 믿기 어려운 경우에 쓰는 말이다.

방송에서도 "이거 실화냐?"라는 말을 사용하거나 자막을 달기도 한다. /MBC every1·JTBC 캡처

올해 KBS 개그콘서트에서는 이 유행어를 이용해 '이거 실화냐?'라는 코너를 만들었고, 각종 TV 프로그램과 광고에도 쓰이면서 널리 사용하게 됐다.

'오지다' '지리다'는 대표적인 급식체로, 너무 충격적이거나 놀라울 때 사용되고 있다. 최근 방송된 tvN 'SNL 코리아 시즌9'의 코너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에서 자세히 다뤘다. "우와 지린다" "오졌다리 오졌다" "인정? 어 인정"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네티즌이 급식체로 작성한 사직서 /조선닷컴

급식체를 두고 '심각한 언어 파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10대가 재미있어서 쓰는 언어 변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급속도로 퍼진 말이다. 네티즌들은 청문회가 후보자의 능력이 아닌 가족과 관련된 도덕성 검증에만 쏠렸다며 야당을 비난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치와 관련 없는 각종 게시글에도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라는 말이 달리며 유행했다.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 관련 인터넷 패러디물 /트위터·인터넷 커뮤니티

사실 '이게 다 XX 때문이다' 문구의 어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후반에 비롯됐다. 2005년 노 전 대통령을 적대시하던 세력은 그를 비판하기 위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프레임을 만들었고, 모든 일을 '노무현 탓'으로 돌렸다.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 같은 경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낳은 프레임이라는 해석도 있고, 네티즌 간의 놀이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무성 전 바른정당 의원이 공항 입국장에서 보여준 일명 '노룩패스(No Look Pass)'는 압도적으로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수행원을 보지 않고 캐리어(여행용 가방)를 밀어 넘긴 김 의원의 행동은 '김무성 놀이'로 불리며 시민들의 풍자 대상이 됐다.

노룩패스 패러디가 국·내외서 쏟아졌다. /유병재 페이스북·지미팰런쇼·SBS 캡처

미국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까지 '노룩패스' 패러디에 합류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연예인이 패러디했다. 당시 노룩패스 했던 김 의원의 캐리어는 덩달아 연관검색어에 오르며 제품까지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이러려고 장 지졌지 말입니다" 2016년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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