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公約 백지화됐지만… 靑 "절차에 감동, 민주주의의 승리"

정우상 기자
입력 2017.10.21 03:21

[원전 건설 재개] 내용보다 과정에 의미 부여

원전 재개보다 축소 권고 강조… 탈원전 추진 인사들 책임론도
文대통령, 입장 직접 밝힐 계획

청와대는 20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라는 공론화위 권고안에 대해 "존중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드의 국회 동의 추진에 이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같은 '간판 공약'이 정부 초기에 연속해 백지화됐지만 청와대는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공론화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공사 재개' 쪽으로 시민참여단 분위기가 흘러가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청와대 역시 이를 알면서도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론화위 권고안과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라는 권고안 '내용'보다는 공론 조사를 통한 결과 도출이라는 '과정과 형식'에 의미를 부여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공론화위의 발표를 보며 놀라움과 함께 경건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87년 6월 뜨거웠던 거리의 민주주의, 지난겨울 온 나라를 밝혔던 촛불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 공론화위가 보여준 또 하나의 민주주의…대한민국과 그 위대한 국민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은 날'이라고 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권고안이 발표된 20일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 당·정·청협의회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이낙연(맨 앞) 국무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명제들이 확인됐다"고 했다. '감동의 이유'를 묻자 한 고위 관계자는 "자기 생각과 다른 결론이 나오더라도 수용하겠다는 것, 그 과정들이 감동스러웠다"고 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국민은 정확한 정보가 주어지고 토론을 하면 매우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전문가들의 토론이었다면 결코 자신의 처음 생각을 변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공론 조사의 객관성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공론화 과정에 영향을 줄까 봐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59.5%)가 공사 중단(40.5%)보다 19%포인트 높게 나온 공론화위 조사보다는 원전 확대(9.7%)나 유지(35.5)보다 축소(53.2%)가 높게 나온 결과에 더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 측은 "원전 비중 축소라는 정부 정책에 대해 동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공약은 원전을 악(惡)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었다"며 "원전 수출은 국익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공론 조사 결과에 대한 좀 더 객관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탈원전'은 소득 주도 성장, 적폐 청산 등과 함께 '간판 정책'인데, 이것이 정권 초기에 여론에 의해 거부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은 70%인데, 공사 중단 의견은 40%다. 30%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했다"며 "이런 차이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의 체계가 정립되기 이전에 탈원전 정책을 급격하게 추진했던 관계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원래는 탈원전이 아니라 전력 산업의 합리화라는 경제적·산업적 관점에서 추진할 사안이었는데, 갑자기 환경운동의 관점에서 '탈원전'이 강조되며 소모적 논쟁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원전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의지가 강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론 조사 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했고, 7월 21일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는 "전력 수급 계획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2030년까지 원전을 몇 개 더 폐쇄할 수도 있다"고 했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후속 발표가 '탈원전'에 맞춰질지, 에너지 정책 전반의 재조정에 맞춰질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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