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의 세계

백승재 센트럴 투자파트너스 상무 편집 =뉴스큐레이션팀
입력 2017.09.23 05:19

올해는 작년 신기록을 경신하며 적어도 2조5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입니다. 흔히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 금액이 한 해 동안 2조원이 넘으면 "돈이 흘러넘치는 시기"라는 말을 합니다. 연간 투자되는 금액이 2조원이면 현재 투자 대상을 모색하는 벤처펀드 재원은 그 수 배 이상이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증권사, 일반 기업의 자체 투자 자금까지 쓸 만한 벤처 기업을 찾아다니고 있어, 이럴 때 제대로 된 기술과 사업 비전을 가지고 창업을 하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호(好)시절'입니다.

TIPS 창업타운 내의 모습, 이곳은 창업팀·벤처캐피털 등 160여개가 모인 창업 거점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조선DB

과거 벤처캐피털의 흥행기는 2000년 전후의 인터넷 닷컴 열풍 때였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에 벤처 붐이 일면서 돈이 몰려들었고, 당시 2000년 벤처 투자 금액이 2조211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국내 벤처 기업들이 벤처 자금의 투자를 받으며 대표 벤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반짝 벤처 자금 열풍이 꺼졌고, 2004년에는 정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6044억원으로 위축됐습니다.



벤처 기업과 벤처캐피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벤처캐피털은 테크놀로지 기반의 비(非)상장 중소·벤처 기업에 투자해 고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성공 시 고수익을 노리는 자본입니다. 이런 모험적 투자의 시초는 16세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근대적인 의미에서는 19세기 후반 등장한 투자은행(IB)이 전기, 화학 등 신기술 기업들에 단순하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형태가 아니라, 이런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인수한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투자는 극소수의 부호들이 운용하는 개인 에인절(Angel) 투자 성격이었습니다.

(왼)벤처캐피털 회사들이 몰려있는 멘로파크 샌드힐로드 (오)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가 지난 201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 CES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조선DB

현대적인 의미의 벤처캐피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출현했습니다. 이들은 벤처펀드를 만들고 일반인과 기업의 돈을 모아, 벤처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1946년 세워진 ARD(American Research and Development Corporation)가 현대적 벤처캐피털의 출발점입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 세워진 벤처캐피털들이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표적인 벤처 생태계는 서부로 옮겨, 스탠퍼드대학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1950년대 초반, 실리콘밸리에 스탠퍼드대학 연구단지가 문을 열었고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윌리엄 쇼클리는 샌타클래라에 쇼클리반도체연구소를 세웠습니다.

휼렛패커드, 페어차일드, 인텔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이때 '벤처 기업'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50년대 후반 벤처캐피털이 가세하기 시작합니다. 195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벤처캐피털 DGA(Draper, Gaither & Anderson)가 서부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1972년에는 실리콘밸리 멘로 파크(Menlo Park) 샌드힐 로드(Sand Hill Road)에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KPCB(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가 들어섭니다. 이어서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 등이 속속 설립됐고, 샌드힐 로드는 세계 벤처캐피털의 중심지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미국 벤처캐피털의 연간 투자 금액(작년 기준)은 무려 691억달러(약 70조원)입니다. 시장조사기관 프리퀸(Preqin)에 따르면 세계 100대 벤처캐피털 중 68곳이 미국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털뿐 아니라 액셀러레이터(Accerlerator), 크라우드펀딩 등 새로운 벤처 투자의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등장한 액셀러레이터는 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벤처 기업에 경영 노하우는 물론이고 마케팅까지 도와주는 곳입니다. 벤처캐피털보다 보통 투자 액수는 적지만 갓 창업한 기업에 투자해 밀착 관리합니다.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은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서 소액씩 돈을 모아 벤처에 투자합니다.



민간 자본만으로도 충분히 벤처 투자 자금이 도는 미국과 달리, 다른 국가들은 정부 주도의 벤처 자금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은 캐나다, 브라질 등과 함께 정부 출자 자금이 벤처 투자 규모를 좌우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를 받은 기업 중 60%가 정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는 브라질(52%), 뉴질랜드(51%) 등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민간 벤처 투자가 활성화된 미국은 17%에 불과합니다.

각국 정부가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우리나라는 모태펀드(fund of fund)를 활용합니다. 모태펀드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기관의 벤처 투자금을 펀드 형태로 합친 것입니다.

이런 정부 자금을 출자하면 벤처캐피털이 민간 자금을 끌어와, 매칭 펀드(matching fund)를 만들어 운용하는 형태입니다. 정부가 민간 투자의 '큰손'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유럽연합(EU)이 조성한 EIF(European Investment Fund), 싱가포르 정부가 조성한 TIF(Technopreneurship Investment Fund) 등도 모태펀드 형식을 활용합니다.

여기에 최근 정부는 '한국형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소규모 투자 활성화 제도를 잇달아 신설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투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보육시설을 보유해 스타트업에 사무 공간은 물론 다양한 창업 지원을 병행하는 게 특징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털의 성장에는 정부 정책 자금의 도움이 절대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최근 들어선 국민연금, 군인공제회 등 연기금들과 민간은행, 보험사, 금융투자회사들의 벤처펀드 출자도 늘고 있습니다. ▷기사 더 보기



최근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벤처캐피털 투자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프리퀸(Preqin)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올 초부터 7월까지 전 세계에서 벤처에 투자된 자금의 47%가 아시아 벤처 기업에 집중됐습니다. 북미 지역(41%)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영국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최근 "올해 아시아의 벤처 투자 속도를 감안할 때 연내 아시아 지역의 투자가 560억달러(약 6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대비(243억달러) 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텐센트, 알리바바 그룹의 창시자이자 회장인 마윈. /블룸버그, 조선DB

아시아 지역의 벤처캐피털 산업을 이끄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세계 100대 벤처캐피털 중 22곳은 중국에 있습니다. 1위 미국(68곳)에는 뒤지지만 유럽(5곳) 등 다른 지역보다는 많습니다. 중국의 성장세는 전문 벤처캐피털 업체들의 성장도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보다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정보기술) 기업들의 엄청난 벤처 기업 투자에 따른 것입니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벤처투자가 50위에 올라있습니다.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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