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물건] '제 눈에 안경' 찾기

구성 및 제작=뉴스큐레이션팀 권혜련
입력 2017.04.05 08:25 수정 2017.04.05 10:22

"내게 밝은 두 눈이 있었으니/ 하늘이 주신 것 실로 많았지./ 기운이 쇠하여 어두워지자/ 하늘 역시 어찌할 수 없었는데/ 또 이처럼 반짝이고 환한 물건을 내어주시어/ 사람에게 주어 그것에 의지하게 하니/ 이제 노인이 아니고 젊은이가 되었네/ 털끝만 한 것도 자세히 눈에 들어오니/ 누가 이런 이치를 알아내었을까?"

17세기 조선의 실학자 이익이 쓴 애체경명에 나오는 내용이다. 안질과 노안으로 고생하던 조선의 선비들에게 안경은 그야말로 학문의 기쁨을 되찾게 해준 축복의 물건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안경은 임진왜란 직전 일본의 통신사로 갔던 김성일 안경. 시력을 보완한다는 필요로 들여왔으나 한때는 불경의 상징이었고, 한때는 멋쟁이의 상징이기도 했다. 안경이 들어온지 400여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시력을 교정하기 위한 물건으로 쓰이지만 한켠에서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로도 쓰인다. '필요'에서 '취향'의 영역으로 옮겨간 안경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이규태 코너] 안경박물관

그냥 안경이 아니다, 다 같은 안경이 아니다
안경 안에는 수많은 명칭이 있다. 안경의 전체 모양을 결정하는 프레임, 렌즈 부분과 안경다리를 이어주는 브릿지, 두 렌즈가 들어있는 테를 연결하는 가로대, 테의 끝부분에서 구부러져 귀에 안경을 고정하는 안경 다리 등이 그것이다.

/픽사베이

안경 테는 모양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둥근 형태의 안경은 '라운드테', 사각형 모양은 '스퀘어', 타원 모양은 '오벌' 이라고 한다. 테의 상단과 하단에 육각형 형태를 한 테는 '배럴'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가장 많이 쓰는 보스턴테부터 깔끔하고 이지적인 분위기를 내는 하금테까지 안경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테의 종류

보스턴테 : 가장 대중적인 안경테로 대부분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단순히 둥근 형태가 아니라 아래쪽으로 갈수록 폭이 점점 좁아지는 원형 디자인이다. 보스턴이란 명칭의 어원은 정확하지 않으나 1950년대 미국 보스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

웰링턴테 : 보스턴테와 형태가 비슷하면서 조금 더 각진 모양. 둥근 얼굴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되는 디자인이다. 보스턴테에 비해 사각형에 가까우며 뿔테 안경에 가장 많이 쓰이는 디자인이다.

아이브로(하금테) : '하금테'로 불리는 이 안경테의 정식명칭은 '아이브로'다. 아세테이트 같은 플라스틱으로 테의 윗부분을 두껍게 처리하기 때문에 마치 그 모습이 눈썹같다고 해서 '아이브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로 안경테 윗부분은 플라스틱, 아랫부분은 메탈로 제작돼 안경 하나에 여러 가지 소재가 사용된다.

캣츠아이 : 렌즈의 양끝이 고양이 눈매처럼 올라간 프레임이다. 여우처럼 도도하고 까칠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 폭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주로 당당하고 개성있는 이미지를 주고 싶을 때 등장하는 안경테이다.

티어드롭 : 일명 '잠자리 안경'이라 불리는 안경이 '티어드롭'이다. 렌즈가 광대까지 내려오는 티어드롭은 햇빛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에서 자주 쓰였지만 최근엔 일반 안경테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디자인이 됐다.

투포인트 : 우리가 일반적으로 무테라고 부르는 안경테이다. 프레임 없이 렌즈와 안경다리를 직접 연결한다. 안경을 안 쓴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내구성이 좋지는 않다.

안경=그 사람
안경을 벗으면 오히려 어색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안경은 이미 얼굴의 일부로 안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또한 그들이 누구인지 나타내주는 물건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의 안경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빌 게이츠(Bill Gates)는 안경을 쓰는 대표적인 유명 인사이다. 그가 자주 쓰는 안경은 덴마크 브랜드인 린드버그(Lindberg),  테오(Theo)사의 멜레(Mele), 마이키타(Mykita) 등이다. 이 중 린드버그는 빌 게이츠가 가장 애용하는 안경으로 알려져 있다. 건축가였던 린드버그가 검안사 부모의 영향을 받아 1969년에 개발한 브랜드다. 비행기 재료였던 티타늄만으로 나사 하나 없이 제작해 '가장 가볍고 실용적인 안경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안경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패션에서도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일관된 스타일을 고집해왔다. 늘 검은색 터틀넥, 데님 차림을 고집한 그는 안경도 무테 안경만을 썼다. 그가 쓴 안경은 독일 브랜드 르노(Lunor)의 클래식 런드(Classic Rund)제품이다. 안경 다리가 바로 렌즈와 연결된 완벽하게 동그란 모양의 렌즈가 특징이다.

존 레넌의 안경
존 레넌(John Lennon)이 사망 직전 가장 아끼던 안경은 일본 브랜드 하쿠산(白山)안경의 제품이다. 1979년 일본을 방문하면서 하쿠산의 안경을 접한 그는 "이 안경은 가장 완벽한 선택"이라고 극찬했으며 제품을 사기 위해 몇 번이나 일본을 방문했다. 이 브랜드는 존 레넌 덕분에 유럽에까지 입소문이 나 전세계의 팬들이 몰렸다. 2013년 존 레넌의 아내 오노 요코가 총기 사용을 반대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존 레넌이 사망 직전 착용했던 피 묻은 안경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하쿠산 안경 제품이다. ▶기사 더보기

앤디워홀의 안경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즐겨 쓴 안경은 만들어진지 100년이 넘은 안경 브랜드 '모스콧(Moscot)'의 '밀첸(Miltzen)'이다. 그는 이 모델의 크리스탈 색을 즐겨 썼는데 동그란 모양의 뿔테 안경을 쓴 사진은 앤디워홀의 대표적인 사진이다.

정치인과 안경
19대 대선에서 안경을 쓴 정치인들이 대거 대선주자로 나서면서 이들의 안경도 주목받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12년 대선 후보 때 착용했던 안경을 그대로 쓰고 있다. '린드버그'의 안경으로 70만~150만원의 고가(高價) 제품이라, 지난 대선에서는 "서민 후보가 쓰기엔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던 안경이다.


이 안경은 문 후보뿐만 아니라 안희정 충남지사와 정진석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도 쓰면서 정치권에 유명해졌다. 변형이 잘 되지 않아 오래 쓸 수 있는 실용성 때문에 문 전 대표가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더보기

(왼쪽부터)'린드버그' 안경테를 착용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희정 충남지사, '볼프강 프록쉐' 제품을 착용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의 안경은 '볼프강 프록쉐(Wolfgang Proksch)'라는 브랜드 제품이다. 가격은 30만원대다. 린드버그 보단 젊고 진취적인 느낌을 준다. 최순실 사태를 맡았던 이규철 특검보도 이 브랜드의 서브 브랜드 '니로'를 착용했다. ▶기사 더보기

역대 대통령 중 임기 동안 안경을 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안경 착용은 특히 화제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이 백내장 수술 이후 보호용으로 안경을 쓰자 청와대 주변에서 "대통령이 안경을 쓴 뒤로 날카로운 이미지가 많이 순화됐다" 는 이야기가 나왔다. 호평이 이어지자 청와대 참모진은 부드러운 이미지가 필요한 행사의 경우 안경을 계속 착용하는 방안을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당시 착용했던 안경은 실루엣이라는 브랜드의 제품이다. ▶기사 더보기

'제2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안경. 정작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안경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들이 안경을 고를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은 얼굴형이다. 하지만 단순히 얼굴형만 보고 안경테를 고르기에는 안경은 얼굴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전체적인 스타일을 좌우하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얼굴형에 따라

얼굴형은 안경테를 고를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얼굴형과 정반대 모양의 테를 고르라고 알려져 있다. 둥근 얼굴을 가진 사람은 사각형의 테, 각진 얼굴을 가진 사람은 부드러운 타원 모양의 테를 하는 식이다.


이목구비 위치에 따라
광대, 코, 미간 등은 안경의 테가 지나는 곳으로 안경 하나로 사람의 전체 분위기와 이미지가 크게 바뀌기도 한다. 조금 더 세밀하게 안경을 고르는 방법을 알아보자.

눈과 눈 사이의 거리, 코의 높낮이, 광대의 위치에 따라 안경의 모양이 달라야 한다.  자신의 이목구비의 위치와 비율을 고려해 테를 고르면 단점을 보완하고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 미간 사이가 넓은 사람은 가로대가 긴 테를, 눈이 작은 사람은 렌즈가 큰 안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코가 낮은 사람은 가로대 위치가 낮은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신체적 특징에 따라
얼굴형, 이목구비 뿐만 아니라 피부 상태, 메이크업의 유무, 머리와 눈썹의 숱에 따라 안경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피부 트러블 생겼을 땐 무채색 안경
얼굴에 뾰루지가 생겼을 때 이를 감추기 위해 안경을 끼는 여성들이 간혹 있는데, 이땐 가급적이면 무채색을 고르는 게 좋다. 얼굴빛이 울긋불긋한 상황에서 무늬나 색채가 화려한 안경을 쓰면 피부 트러블이 오히려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피부색이 까무잡잡한 편이라면 금색 안경테를 고를 것. 말 그대로 금테를 써도 좋고, 뿔테 중 은은한 금색이나 노란색, 주황색을 띤 것을 골라 써도 얼굴이 화사해 보인다.


안경 쓰고 메이크업, 다른 악세서리?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안경을 쓰고 거울을 보면서 이런 고민들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화장을 좀 해줘야 하나', '목걸이나 귀고리를 하면 영 어색해 보일까?'

남인선 '이경민 포레' 메이크업 실장은 "안경의 종류에 따라 메이크업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령 돋보기 안경처럼 눈이 튀어나온 듯 보일 수 있는 원시(遠視) 안경을 쓸 땐 차분한 색깔의 아이섀도와 밋밋한 컬러의 블러셔로 얼굴 톤을 눌러주는 게 좋다고. 근시(近視)용 안경을 쓸 땐 눈이 푹 들어가 보이기 때문에 밝은 칼라의 섀도를 발라준다. 화려한 색깔의 안경테를 썼다면 가급적 립스틱은 밋밋하거나 조금 어두운 색깔을 바를 것. 그래야 산만해 보이지 않는다. 안경을 쓴다 해도 아이라인은 그리는 게 효과적이다. 눈매가 또렷할수록 멍해 보이지 않는다.


머리 숱이 없다면 뿔테, 눈썹 진하다면 무테
눈썹이 짙을 경우, 무테나 윗부분 색이 연한 반 무테를 쓰면 눈매가 시원하게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자꾸 빠지는 경우, 무테를 쓰면 전체적으로 얼굴형이 길어보여서 마이너스가 된다. 오히려 이때는 검정색의 뿔테를 써서 인위적으로 얼굴 상층부의 선을 명확하게 그어주는 것이 좋다. 눈초리가 쳐졌을 때는 각이 진 뿔테나 금속 테를 쓰면 눈에 힘이 들어가 보인다. ▶기사 더보기




현재 안경 시장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혁신'이다. 써봐야 사게 되는 소매유통업(brick and mortar)을 기반으로 하는 안경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창업) 분야로 뜨고 있다.


2009년 미국 뉴욕에서 탄생한 온라인 안경판매업체인 와비파커(Warby Parker)가 대표적. 지난해 미국 경영전문지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서 구글, 애플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수백년간 변화가 없던 안경 판매시장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다. 와비파커 홈페이지에서 최대 5가지를 골라 5일 정도 써본 뒤 이 중 가장 마음에 든 안경을 고른다. 시력과 눈 사이의 거리를 적어내면 2주 후 맞춤 제작된 안경을 받아보는 시스템이다.  소규모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고급 브랜드는 '첨단'과 손잡고 있다. 나사 없는 고급테로 유명한 독일의 아이시베를린(Ic!berlin)은 지난해 얼굴형에 딱 맞는 3D프린팅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선보여 유연성과 착용감을 한층 높였다. 벨기에의 비스포크(맞춤) 브랜드 테오(Theo)를 만드는 호에 디자인 스튜디오 역시 호야 렌즈와 합작해 3D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선보였다. ▶기사 더보기

공시지가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