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업&다운 결산]② 대형로펌 무릎 꿇린 강소로펌

최순웅 기자
입력 2016.12.27 12:25 수정 2016.12.27 13:03
올해 ‘법조 업&다운' 시리즈에서 소개한 기업 소송에서 전문성을 앞세운 강소로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강소로펌이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빅3’ 대형로펌과 맞붙어 승소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공정위, 국세청 등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기업들이 대형로펌의 전관(前官) 변호사로 무장하자, 비용 문제로 대형로펌을 선임할 수 없는 정부는 ‘골리앗’에 맞설 ‘다윗’을 투입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강소로펌을 발굴해 재미를 봤다.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법무법인(로펌) 강호, 증권 소송에서는 로펌 한누리가 두각을 나타냈다.

◆ 대형로펌 맞서 공정위 지킨 강호

로펌 강호는 위기의 공정위를 구해 명성을 얻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 처분을 1심으로 본다. 법원의 공정위 관련 첫 재판은 2심에 해당한다. 따라서 첫 재판에서 패소하면 사실관계보다 법리를 주로 다루는 대법원에서 판결을 뒤집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강호는 공정위가 2심에서 진 재판을 뒤집는 이변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강호를 이끄는 조정욱(45·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는 공정위 출신도 판사 출신도 아니지만 공정거래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골리앗을 잇따라 무너뜨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조원의 국방 예산이 투입된 ‘장보고-Ⅲ 잠수함 연구개발 사업’과 관련해 담합 혐의를 받은 삼성탈레스(과징금 26억7000만원), LIG넥스원(24억7000만원), 포스코건설(50억원)이 공정위를 상대로 벌인 과징금 취하 소송이었다.

조선DB
공정위는 입찰담합 혐의로 2012년 2월 삼성탈레스에 26억7000만원, LIG넥스원에 24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물렸다. 그러자 두 회사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공정위는 삼성탈레스와의 첫 재판에서 패소했다. 공정위는 같은 내용의 LIG넥스원과의 소송도 낙관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공정위의 대리인으로 이 소송을 맡은 강호가 승소했고, 공정위는 삼성탈레스 소송도 강호에 맡겨 뒤집기에 성공했다.

2심에서 율촌을 선임했다 패소한 LIG넥스원은 상고심에서 태평양과 김앤장 변호사 9명을 투입했다.
연합군의 화력은 변호인단 이름만으로도 위압적이었다. 김앤장에서는 서울행정법원장을 지낸 이재홍(60·10기) 변호사와 공정위 출신의 최기록(52·23기) 변호사, 태평양에서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오금석(52·18기) 변호사와 국방부 등에서 일했던 국방조달전문가 설광윤(42·군법무관임용고시 15회) 변호사가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심에서 승소한 공정위도 상대편 변호인단의 면면을 보고 3심 승소를 자신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강호는 원고 패소 취지의 파기환송을 이끌었다.

포스코건설의 50억원대 공정위 과징금 반환 소송에서도 강호는 포스코를 대리한 김앤장의 공정거래 베테랑 변호사 등 6명을 상대로 승소했다.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을 모두 맡은 김앤장은 형사소송에서 포스코건설의 무죄를 이끌었기 때문에 행정소송에서도 기세등등했다. 강호는 윤인성(48 ·사법연수원 23기), 양대권(44·26기) 등 공정거래 베테랑 변호사와 맞서야 했다.

윤인성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공정위 카르텔 정책자문단 자문위원(2009~2013년), 대법원 행정처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거쳐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공정거래 전문가다. 양대권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에서 공정거래 업무를 전담했다.

김앤장은 형사소송에서 무죄를 받은 것을 발판삼아 행정소송에서도 포스코건설 직원이 영업팀장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참여했더라도 정보수집 수준이지 담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강호는 오히려 건설사들이 무죄를 받은 형사소송에서 단서를 찾았다. 강호는 대우건설, SK건설 등 직원들이 공정위 조사 단계부터 검찰 조사까지 포스코건설 직원이 모임에 참석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강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 개미들의 로펌 한누리, 6년 이상 소송해 김앤장 연거푸 꺾어

증권 관련 소송에서 떠오른 강자는 로펌 한누리다. 한누리는 김상원(83·고등고시 8회) 전 대법관이 그의 두 아들인 김주현(54·17기), 김주영(51·18기) 대표변호사와 2000년 공동 창업한 투자자 집단소송 전문 법무법인이다.

한누리는 ‘개미들의 로펌’, ‘뚝심 로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대형로펌으로 갈 수 없는 개인투자자들의 집단소송 등에서 활약하고 있고 6년이 걸려도 포기하지 않고 최종 승소를 이끈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누리는 올해 ‘법조 업&다운’에서 2번 ‘업’에 소개됐다. 업은 승소, 다운은 패소를 의미한다.

한누리는 로열뱅크 오브 캐나다(RBC)를 상대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집단소송 허가 소송에서 승소했고, 독일 도이치은행의 주가 조작으로 ELS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며 낸 소송에서도 피해자를 대리해 승리했다. 두 소송 모두 김앤장이 상대 로펌이었다.

ELS란 주가지수가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연 4~8%)을 얻을 수 있는 파생 상품이다. 반면 그 범위를 벗어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조선DB
한누리가 지난 4월 RBC를 상대로 집단소송 허가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반 손해배상 소송은 피해자들이 승소해도 소송인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면 다시 소송해서 이겨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지만 집단소송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도 승소의 효력을 갖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집단소송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해당 ELS의 발행 계좌는 68만7660개, 발행금액은 68억7660만원(개당 액면금 1만원), 투자자는 437명이었다. 2명이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 나머지 투자자 435명도 보상받을 수 있다.

김앤장은 1, 2심에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한누리를 상대로 승소했다. 한누리는 3심에 승부를 걸었다. 7명으로 구성된 한누리 변호인단은 김앤장의 12명 대군과 맞섰고 대법원은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RBC는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했다. 정식 재판을 하라는 판결이 나오기까지 6년이 걸린 긴 싸움이었다.

도이치은행의 주가 조작으로 ELS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며 낸 소송에서도 한누리가 피해자들을 대리해 김앤장을 눌렀다. 이번 소송에서도 한누리의 뚝심이 돋보였다. 1심은 한누리, 2심은 김앤장이 각각 승소했다. 김앤장은 1심과 2심에서 한누리 변호인단의 두배 이상 규모로 팀을 꾸렸다. 하지만 끝내 대법원과 재항고심에서 한누리가 승소했다. 이번 사건도 파기환송심 결과를 받기까지 6년 넘게 걸렸다.

◆ 대형로펌 긴장시키는 강소로펌

이밖에도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빅3’ 대형로펌들이 실력을 갖춘 중소로펌을 만나서 무릎을 꿇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로펌 원은 조세 소송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대리해 태평양과 광장을 잇따라 꺾고 승소했다. 원은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 증축 후 취득세 부과대상 여부를 놓고 의왕시를 대리해 태평양을 꺾고 승소했다. 알파돔시티와 성남시가 100억원대 취득세와 가산세를 놓고 벌인 소송에서도 원은 성남시를 대리해 승소했다. 알파돔시티 대리인은 광장이었다.

로펌 정진은 김우중(80)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명주식 공매대금 사용을 둘러싼 소송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대리해 김앤장과 화우 연합군을 상대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중소로펌인 서울센트럴은 경북 상주시의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 무산을 놓고 벌어진 손해배상 소송에서 태평양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로펌 주원은 35억원 취득세를 둘러싼 취득세 취소 소송에서 용인시를 대리해 현대자동차를 대리한 광장을 상대로 2심에서 역전했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대형로펌은 중소로펌보다 인력이 많고 각 분야 고문 등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면서도 “대형로펌은 소형로펌보다 상대적으로 소송을 많이 맡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하는데 강소로펌이 맹공하면 대형로펌이어도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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