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이러려고 장 지졌지 말입니다" 올해의 말·말·말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심지우
입력 2016.12.26 08:33 수정 2016.12.27 08:13

"못 간다고 전해라~"

2015년 12월부터 2016년 초까지 유행한 가수 이애란의 '백 세 인생' 가사가 올해 패러디의 포문을 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온 대사인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도 올해 초까지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행을 이끌었다.

각 분야에서 본격 2016년부터 시작된 것들만 뽑은 올해의 말, 말, 말.

올해 초 방영된 Mnet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인기를 얻은 김세정은 첫 번째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스무 살 김세정은 "엄마, 오빠 우리 셋이서 바닥부터 살아왔는데 이제 꽃길만 걷게 해주겠다. 힘든 분들 많을 텐데 나를 보면서 힘내시고 꽃길만 걷길 바란다"며 소감을 전해 화제를 모았다. 이 소감은 "꽃길만 걷자"라는 유행어로 번졌다.

"엄마, 앞으로 꽃길만 걷게 해 드릴게요" 눈물을 쏟았던 김세정 / Mnet 프로듀스101 캡처

원래 '꽃길만 걷자'라는 말은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공공연히 쓰여왔다고 알려졌으나, 김세정 이후 세대를 불문하고 여러 사람에게 쓰이는 말이 됐다.


군대에서 쓰이는 줄만 알았던 딱딱한 '다나까체'를 여성들끼리도 쓰게 만든 드라마가 있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다. 극 중 특수부대 장교 유시진 역을 맡은 송중기는 동료 군인들과 대화할 때는 물론 의사 강모연(송혜교)과 연애를 하면서도 '다나까체'를 썼다. "이 남자, 저 남자 너무 걱정하는 남자가 많은 거 아닙니까? 이 시간 이후 내 걱정만 합니다" 같은 식이다.

/MBC 무한도전 캡쳐

여성들은 '~말입니다'를 여러 상황에서 쓰며 '신선하다' '멋지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때아닌 '다나까체' 열풍에, 국방부는 당황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 방영 직전 국방부는 병영 문화 혁신을 위해 장병들이 일과 시간 이후 일상 대화에서 '해요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로 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말입니다'는 아예 금지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있었다. 알파고와 1승 4패로 졌지만 많은 이가 그를 진정한 승자로 기억한다. 대국이 시작한 순간부터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불공정한 경기라는 항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패배 결과를 두고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류가 진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조선DB

3연패로 경기의 승패가 이미 결정되었음에도 마지막 대국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1승을 거둔 '인간 승부사'의 모습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 큰 감동을 주었다. SNS에서 네티즌들은 "인간의 승리가 아닌 이세돌의 승리", "알파고가 패한 것이지 인공지능 기계가 진 것은 아니다"로 바꾸며 패러디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사나가 '친구를 만나느라 shy shy shy'라는 가사를 혀 짧은소리로 '찡구를 만나느라 샤샤샤'라고 부르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원 형태는 '샤이 샤이 샤이(shy shy shy)'다. 일종의 몬데그린(mondegreen·어떤 발음이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발음처럼 들리는 현상). 부끄럽다는 원뜻과 달리 흥겨움을 표현하는 추임새로 쓰이는 의성어가 됐다.

/피키캐스트 캡쳐

작년 10월에 데뷔한 트와이스는 '샤샤샤' 열풍으로 올해 명실상부 국가대표 걸그룹이 됐다. 문장 끝에 '샤샤샤'를 붙이며, "새 신을 신고 샤샤샤" "맛있다고 샤샤샤"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 많이 활용됐다.


명실상부 올해 영화 최고의 대사는 "뭣이 중헌디?"였다. 지난 5월 개봉해 687만8091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곡성'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명배우들의 열연과 나홍진 감독의 치밀하고 충격적인 연출력이 관객을 현혹했지만, 무엇보다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 역을 맡은 아역 김환희의 신들린 연기가 흥행을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JTBC 최고의사랑 캡쳐

극 중 효진은 기이한 증상을 보이며 고통을 호소했고 이를 걱정하던 아버지 종구를 향해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뭣이 중헌디!"라며 발악했다. 섬뜩하리만큼 강렬한 이 대사는 이후 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패러디가 되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15년 7월에 방영된 MBC 프로그램 '세 바퀴'에서 가수 김흥국이 개그맨 조세호에게 "안재욱의 결혼식에 왜 안 왔느냐?" 다그쳤고, 조세호는 당황해하며 "모르는데, 친분이 없는데 어떻게 가요"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뒤 올해 조세호의 인기에 힘입어 그 방송이 회자가 되며 "왜 안 왔어요?"가 여러 버전으로 패러디됐다.

/부산경찰 트위터 캡쳐

조세호는 '불참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며 "조세호씨, 오늘 파티에 왜 안 왔어요?" "왜 일본 팬 미팅 때 안 오셨어요? 등 연예인들의 패러디도 이어졌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 파면됐다. 파면은 공무원법상 징계 중 가장 강도 높은 중징계로 5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퇴직금은 절반만 받게 된다.

(위) 트위터에 올라온 패러디 국가브랜드/(아래) 알바노조 관계자들의 시위, 연합뉴스

그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에 네티즌들은 분노를 표하며 각종 패러디를 쏟아냈다. 가뜩이나 '흙수저' '헬조선' 등으로 자조하던 '민중'들에게 '개·돼지'라는 표현은 더욱 쓴웃음 섞인 패러디로 표출됐다.


지난 8월 리우올림픽이 끝나고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은 전국구 스타가 됐다. 결승전에서 "할 수 있다"고 읊조리고 대역전 드라마를 쓰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줬다. 이후 박상영을 향해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행사 섭외가 잇따랐다. 박상영은 "길을 가다가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을 수도 없이 받았다"며 "행사에 나가 '할 수 있다'란 말을 1000번도 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KBS 슈퍼맨이돌아왔다 캡쳐

'투잡'은 부작용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전국체육대회에서 충격의 예선 탈락을 경험한 것이다. 박상영은 "전국체육대회가 자극됐다"며 "다시 본업인 펜싱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이후 쇄도하던 행사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으며, 11월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이돌그룹 블락비의 멤버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지코가 출연한 한 워터파크 광고에서 유래했다. 지코가 부른 CM송의 가사인 '하태핫태'는 유명해지더니 어느새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하얗게 태우고 핫하게 태운다'는 뜻의 '하태핫태'는 이후 이중적인 의미를 담아 어느 상황에서든 활용됐다.

/XTM 잡학다식한 남자들의 히든카드 M16 캡쳐

'뜨겁다, 화끈하다'는 뜻의 영어 표현인 'HOT(핫)'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가사가 중독성을 느끼게 하며, 뜨거운 여름의 피서지인 워터파크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인기 있는, 화제가 되는' 등의 뜻으로 여러 곳에서 사용됐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교육감에게 "서울시 교육청이 'MS 오피스'를 일괄 구매하는 과정에서 왜 특정 업체(마이크로소프트사)와 수의계약을 했냐"며 추궁했다. MS 오피스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개발한 업무용 소프트웨어다. 이에 조희연 교육감이 "MS 오피스를 MS(마이크로소프트)에서 사지 어디서 삽니까"라고 답하면서 이은재 의원의 황당 질의가 화제가 됐다.

이은재 의원과 조희연 교육감 패러디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이후 이은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주로 한글과컴퓨터에 관해 얘기했는데 (조희연 교육감이) 계속 마이크로소프트 부분을 얘기해 마치 그걸 들으신 분들은 제가 MS가 뭔지, 한컴이 뭔지 구별을 못 하는 사람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해명에도 "갤럭시를 왜 삼성에서만 사느냐?", "신라면을 왜 농심에서만 사느냐?" 등의 패러디가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혐의로 검찰 구속 수사를 받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가 페이스북에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올렸던 사실이 드러나며 공분을 샀다. 정씨는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며 남의 욕 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라고 썼다.

(좌) 정유라씨가 2014년 12월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페이스북 캡처, 가수 예은이 인스타그랩에 올린 패러디 /예은 인스타그램

정씨의 이 발언은 "지지율도 실력이다" 등의 말로 패러디되며 확대됐다. 가수 예은은 인스타그램에 정유라를 패러디한 사진을 올리며 "돈은 실력이 아니란다"라며 해시태그를 걸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드러난 후, 박근혜 대통령이 2차 대국민 담화에서 했던 발언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최고의 유행어로 등극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고 토로한 다음 날부터 각종 예능과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패러디되며 회자했다.

인터넷에서 패러디된 대통령 발언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런닝맨'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서는 "내가 이러려고 지구에 왔나?"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등으로 패러디되었으며, 네티즌들은 "내가 이러려고 길라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이러려고 미사일 쏴줬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등으로 가장 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했던 말이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야 3당의 탄핵 추진 합의에 대해 "실천도 하지 못할 일들을 함부로 한다"며 "그 사람들이 그걸 실천한다면 제가 뜨거운 장에 손을 넣고 지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금까지 야당은 국민과 기자들 앞에서 실천하지 못할 거짓말들을 많이 했다"며 "또 며칠 뒤에 말 바꾸는지 안 바꾸는지 장 지지기 내기 한 번 하자"고 말했다.

(좌) 이정현 대표의 발언 /JTBC 방송 캡처, (우) 네티즌의 '장 지지는 이정현' 패러디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탄핵안이 가결된 후 정세균 국회 위원장이 "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고 선언하자, 국회 본회의를 방청하고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새누리당이 공범이다. 이정현은 장 지져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정현 대표가 '장 지지는 모습'을 연출한 패러디 사진을 잇달아 만들며 '공약 이행'을 촉구했고, 이 대표는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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