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올해를 시끄럽게 했던 엘리트들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입력 2016.12.23 08:28 수정 2016.12.27 08:19

'엘리트'의 사전적 정의는 '사회에서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인정한 사람, 또는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사회에서 뛰어난, 그것도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엘리트들이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은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받아넘기기 힘들다.

/조선DB,연합뉴스

올 한 해,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한 '엘리트'들을 모았다.

추락한 '엘리트 법조인'

검찰 안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두 검사가 '스폰서 검사' 논란 속에 차례대로 구속됐다.  '필요'로 묶인 친구 관계 때문에 추락한 진경준, 김형준 검사다.

'126억 주식 대박' 현직 검사장 최초 구속

진경준(49) 전 검사장은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이 뇌물로 제공한 넥슨 비상장 주식으로 126억 대박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절친한 사이였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진 전 검사장은 2005년부터 가족 등과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친구 김 회장에게 여행비를 달라고 손을 벌렸고, 넥슨 회사 차인 제네시스 승용차를 받아서 타고 다녔다.

김 회장은 자신 혹은 회사가 검찰·경찰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잘나가는 검사'였던 진 전 검사장의 도움을 받았다. 검찰 수사로 30년 지기(知己) 사이엔 회복하기 어려운 간극이 생겼다. 진 전 검사장은 최근 재판에서 "(김 회장이 준 금품은) 뇌물이 아니라 단짝 친구의 호의와 배려"라고 했지만, 김 회장은 "지속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했다.

또 진 검사장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한 내사(內査)를 종결해 주는 대가로 자신의 처남이 세운 청소 회사에 147억원어치 일감을 받아낸 혐의까지 드러났다. 68년 검찰 역사상 최악(最惡)의 비리이자, 최초의 현직 검사장 구속으로 기록됐다.

대학 3학년에 사시 합격한 '엘리트'

진 전 검사장은 검찰 내에서 '엘리트'로 불렸다. 대학 3학년 때 사시(司試)에 합격하고 성적도 좋아 첫 근무지도 서울지검에서 시작했다. 검찰의 인사·예산·제도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부서인 법무부 검찰국에서 4년이나 근무했고, 이명박 당선자 시절 대통령인수위에도 파견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그는 조세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권력 주변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니는 그를 곱지 않게 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지방검찰청으로 인사조치해 시련을 맞았으나 2011년 가을 취임한 한상대 검찰총장이 그를 인사청문회 준비팀으로 불러 올리면서 다시 요직으로 복귀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지원으로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거치며 '동기생 중 선두'라는 말을 들었다. ▶ 기사 더보기


폭로로 깨진 '스폰서 친구'

김형준(46) 부장검사도 '스폰서 친구'의 폭로로 해임됐다.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은 고교 통창 사업가 김모(46)씨가 김 부장검사에게 지속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올 2~3월 김씨로부터 지인의 계좌로 1500만원을 송금받고, 김씨가 70억원대 사기·횡령 혐의로 피소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에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부장검사는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동창 김씨에게서 34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 돈은 김씨의 지인 오모(수감 중)씨에 대한 가석방 청탁, 김 부장검사와 특별한 관계였던 여성의 오피스텔 보증금 및 생활비 명목으로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장검사 뇌물 수수 혐의에는 그가 동창 김씨에게 서울 강남의 술집 등에서 240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았다는 것도 포함됐다. ▶ 기사 더보기

"주식 공짜로 달라" "일감 내놔라"… 일그러진 검사장

김 부장검사와 김씨는 중학교와 고교 동창 사이다. 같은 반이었던 고 3 때 김 부장검사는 전교 회장을 했고, 김씨는 반장이었다고 한다. 둘은 대학과 사회 진출 이후에도 친분을 이어가며 서로 '평생 친구'라고 불렀다. 하지만 올 4월 김씨가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일을 계기로 친구 사이는 금이 갔고, '원수지간'처럼 서로 다투게 됐다. 김 부장검사가 자신을 구명(救命)해주지 않고 오히려 구속시키려 했다고 느낀 김씨는 자신이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김 부장검사도 "김씨가 내 약점을 잡아 돈을 뜯으려 했다"며 김씨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 밟은 김형준

김형준 부장검사도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굵직한 사건을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부장검사는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를 거치며 검사들이 선망하는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 기사 더보기

올해 법조계를 강타한 '법조 비리 사건'의 출발점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100억대 도박 혐의로 거슬러 올라 간다. 정 전 대표의 도박 사건을 맡았던 홍만표 변호사가 전관예우로 막대한 이득을 취했음이 밝혀졌고, 정 전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최유정 변호사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음이 밝혀졌다.

정 전 대표는 판·검사 출신의 전관(前官) 변호사들에게 '구명(救命) 로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0억원대 해외 원정 상습 도박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는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를 선임했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2심에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 변호사를 선임하고 보석(保釋) 또는 집행유예 조건으로 50억원을 줬다. 하지만 2심에서도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 전 대표는 수임료 반환을 놓고 최 변호사와 다퉜고, 이것이 법조 비리 사건으로 확대되는 시발점이 됐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법조 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횡령·배임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고, 8개월간 수감 생활을 끝내고서 또 구속됐다. 정 전 대표로부터 재판 관련 청탁과 함께 1억7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인천지법 김모(57) 부장판사도 구속됐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스폰서 부장검사 김형준, 피의자 소환… 또 '친구 게이트'

'특수통'으로 화려한 이력

홍만표 변호사는 검사 시절 탁월한 수사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한 엘리트 검사 출신이다. 검사 시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 비리,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박연차 게이트까지 맡아 수사하며 이름을 날렸다. 특수통으로 최재경, 김경수 변호사와 함께 '17기 트로이카'로 꼽혔다.

변호사가 된 뒤에는 동양그룹, STX, 솔로몬저축은행 등 보통 변호사는 쉽게 맡을 수 없는 재벌 총수 사건을 처리하며 더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정운호 회장의 업체 네이처리퍼블릭을 비롯해 KT, 현대건설 등 대기업의 고문도 맡았다. 개업 1년 만에 100억 원 가까운 매출액을 기록할 정도였다고 한다.  ▶ 기사 더보기

"당차고 유능한 여성 판사"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도 법원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엘리트 법조인이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전주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를 지냈다.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2009년~2011년)을 지내기도 했다.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은 대법관이 판례 연구에 이용하는 자료를 수집하고 판례 정보를 정리하는 중요 보직이다.

2014년 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판사 생활을 접었고, 대형 로펌에 입사 후 8개월 만에 독립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 판사들은 그를 "당차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유능한 여성 판사"로 기억하고 있었다. ▶ 기사 더보기

'5억 뒷돈·13억 탈세' 홍만표에 징역 3년

엘리트 관료들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대박은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으로 번져갔다. 우병우 전 수석은 '리틀 김기춘'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민정수석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정권 전체의 실세로 자리매김하며 '대통령의 남자'로 불렸다.

처가의 강남 땅 매각 의혹부터, "코너링이 좋아서" 운전병으로 뽑혔다는 아들의 '꽃보직' 논란, '최순실 국정농단' 묵인 또는 개입 의혹, 장모 김장자씨의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입학 개입 의혹 등 수많은 의혹의 중심에는 우 전 수석이 있었다.

넥슨이 사준 '20명 소송 걸린 우병우의 강남땅'

누가봐도 의심스러운 진경준의 넥슨 주식 대박은 "누가 뒤를 봐줬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거기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있었다. 진 전 검사장의 '주식 대박'에 대해 우 전 수석은 "자기 돈으로 주식 산 게 무슨 문제냐"고 했다.

검찰 수사에서 진씨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우 수석 처가(妻家)의 땅을 넥슨이 사줬다'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우 전 수석이 진씨의 넥슨 주식 보유를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데는 그럴 수밖에 없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이런 소문이 돈 배경이다. 우 전 수석 처가는 기흥CC(골프장)를 소유한 수천억원대 자산가다. 이것은 웬만한 검찰 관계자나 검찰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이 될 때 423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전체 공직자 가운데 1위였다. ▶ 기사 더보기

우 전 수석은 넥슨코리아에 매각한 자신의 처가(妻家) 강남역 부동산에 대해 "복잡한 거 안 걸려 있는 깨끗한 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년간 20명의 소송이 걸렸던 '심플하지 않은' 땅이었던 것이 밝혀졌고, 넥슨코리아로부터 2011년 10월 해당 부동산에 대한 잔금 1193억원(전체 땅값의 90%)을 지급받고 등기를 넘겨주기 직전에야 우 수석 처가 땅의 소유권 문제가 비로소 깨끗하게 정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넥슨코리아가 이처럼 중간에 낀 땅의 소유권을 놓고 재판이 진행 중인 '께름칙한' 우 전 수석 처가의 부동산을 1326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사준 것은 우 전 수석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기사 더보기

최순실의 국정농단 알면서 묵인했거나 도왔다?

우병우를 향한 의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나면서 더욱 증폭됐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최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의 국정(國政) 농단을 알면서도 묵인했거나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전횡을 감시하고 방지해야 할 민정수석실의 책임자가 이들과 결탁해 불법을 덮어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청와대와 검찰 주변에는 민정수석실이 차은택·이성한씨 등 두 재단 관계자들을 내사한 적이 있다는 말이 퍼져 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실에서 내 뒷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K스포츠재단이 지난 5월 말~6월 초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을 받았다가 되돌려주는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이 검찰의 수사 정보를 재단 측에 알려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K스포츠재단은 롯데로부터 받은 70억원을 검찰이 롯데그룹을 압수 수색하기 하루 전날인 6월 9일부터 닷새에 걸쳐 돌려줬다. 검찰의 수사 정보는 대검과 법무부를 거쳐 민정수석실로 보고되는데, 이들 중 누군가가 재단 측에 '롯데 압수 수색' 정보를 알려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 기사 더보기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는 2014년 최순실·차은택씨 등과 함께 기흥CC에서 골프를 한 사실이 검찰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됐다.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우 수석은 장모에 의해 청와대에 들어갔고, 민정수석이 됐다"며 "검찰에는 '우병우 사단'이 그대로 있다"고 했다.

'소년 등과'로 이름 떨친 엘리트

우병우 전 수석도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서 요직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것으로 유명하다. 어릴 적부터 '천재'소리를 들으며 자랐으며 서울대 법대 4학년이던 20세에 사법 시험에 합격하며 '소년 등과'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 유명세를 탔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검사장 승진에서 고배를 마시고 퇴직했다. 장인이 이상달 전 정강건설 회장으로 '재력가 사위'인 우 전 수석은 상속재산이 많아 탈락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1년 뒤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공직에 화려하게 복귀 했으며 그 뒤로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 유출 사건 등을 수습하면서 능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 초 1년 만에 민정수석에 전격 발탁됐다.

우 전 수석은 처가 땅 의혹이 최초 보도된 지 111일째,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80일 만에 검찰에 출석했다. 취재기자를 쏘아보는가 하면 검찰 청사 안에서 팔장을 끼고 웃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황제 소환'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수석은 경제수석이던 2013년 말 이미경 부회장을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VIP)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너무 늦으면 난리 난다"라거나 "(검찰)수사까지 안 가야 하는데"라는 발언으로 손 회장을 압박하기도 했지만, 본인이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손 회장은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오고간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문화사업을 중요정책으로 육성하기로 결정했고 CJ그룹이 문화사업과 관련돼 많은 사업을 하고 있는 내용을 이야기했다”며 “격려 차원의 이야기만 오갔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검찰에서 기자들에게 "나라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인데 경제수석을 지냈다는 사람이 이런 자리에 와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참담하다"고 했다. 이런 그를 본 지인들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한 후배 관료는 "목소리도 별로 크게 내지 않는 사람인데 어쩌다 이런 일에 엮여서 추락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출세 가도만 달린 관료

그는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행시 23회에 합격,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도 받은 그는 관료 생활 동안 출세 가도를 달렸다.

재정경제부 서기관이던 1999년 그는 단숨에 30여명의 선배를 제치고 국장급인 정책조정심의관에 기용됐다. 강봉균 당시 재정경제부장관이 단행한 인사였는데 "지나친 발탁"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재정경제부 차관보(1급)에 올랐는데 그때에도 말이 많았다. 권오규 당시 경제부총리는 임명된 지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차관보를 서열이 낮은 직위로 보내면서까지 그를 차관보로 승진 발령했기 때문이다.

조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고교 동기인 정두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도움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근무했다. 결혼식 주례였던 한승수 국무총리와 인연으로 총리실 국정운영실장(1급)이 됐고, 그 뒤 정운찬 총리 시절에 차관급인 총리실 사무차장 겸 세종시 추진 실무기획단장으로 승진했다.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맞서는 역할을 했다.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되면서 2010년 8월 정 총리가 사퇴할 때 함께 옷을 벗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첫 경제수석으로 발탁됐다. 박 대통령 측과 별 인연이 없었지만 전격 기용됐다. 그해 8월 국민의 세(稅) 부담이 늘어나는 세제 개편안이 나온 뒤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했던 것"이라는 이른바 '거위털' 발언을 해서 비판을 받았다.

나향욱(47)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민중은 개·돼지, 민중은 그저 먹고 자게 해 주면 그만"

경향신문은 나 기획관이 해당 일간지 부장·출입기자와 가진 저녁 자리에서 취중에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가자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에선 비난 댓글이 쏟아졌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도 "당장 나 기획관을 파면하라"고 반발했다. ▶기사 더보기

나 전 기획관 측은 교육부에 "'민중은 개·돼지' 발언은 영화 '내부자들'에 나온 대사를 인용한 것이며 '신분제' 발언 역시 갈수록 고착화되는 사회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현실을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자'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전날 잠을 거의 자지 못해 피로한 상태에서 폭탄주·소주를 10잔 넘게 연거푸 마셔 많이 취했고, 이 때문에 본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해명에도 중앙징계위로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인 '파면' 처분을 받았으며,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굵직한 부서를 거친 엘리트 공무원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도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공무원이다. 나 전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과부 장관 비서관을 역임하고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 밖에도 나향욱 기획관은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 등 굵직한 부서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나 기획관은 지난 3월에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정책기획관은 대학구조개편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등 교육부의 핵심 정책을 기획하는 보직이다.


소위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일탈과 그의 '법망 피하기' 행태는, 엘리트들의 추락이 왜 위험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득권의 중심에 선 엘리트가 휘두르는 권력은 사회의 법과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고,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뛰어난 능력'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는 엘리트들의 추락을 보고 싶지 않다. 엘리트의 뛰어난 능력으로 사회의 법과 질서가 잘 자리 잡아 가기를, 어지러운 나라 상황을 구해줄 2017년의 '엘리트'를 기대할 뿐이다.

▷더 많은 연말특집을 보고 싶다면!
공시지가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