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잃은 승부 조작 브로커들 NC 협박 "A구단은 이럴 경우 돈 메워줬다"

강호철 기자
입력 2016.11.08 03:00
승부 조작의 '검은손'들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선수가 승부 조작을 따르지 않아 돈을 잃었다며 구단에 돈을 물어내라고 요구하는 수준까지 왔다.

NC 다이노스의 한 관계자는 7일 "2014년 6월쯤 구단에 브로커(또는 전주)를 자처하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NC 소속의 젊은 선수가 승부 조작과 연루됐는데, 내가 돈을 잃었다. 다른 A구단은 이럴 경우 돈을 메워줬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이 브로커의 말이 사실이라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브로커들이 약점을 쥐고 NC뿐 아니라 다른 구단에도 소속 선수의 승부 조작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구실로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야구계에선 각 구단이 소속 선수의 승부 조작 사실을 면담이나 자체 조사로 알아내고도 구단 이미지 등 악영향을 고려해 숨기고 있다는 추측과 소문이 파다했다.

KBO는 이에 대해 "NC 측으로부터 협박받았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이후 진척 상황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다"며 "NC 외에 다른 구단으로부터 이런 유형의 협박 사실은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구단 측은 협박 전화를 받은 뒤 선수들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성민의 의심스러운 돈거래 내용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 브로커는 단순 사기범이 아니라 선수들의 승부 조작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보인다. NC 관계자는 "이성민이 '사적으로 돈을 빌린 것뿐'이라며 완강하게 부인한 데다 승부 조작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조사가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불법 베팅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승부 조작은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5월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2015년 불법 스포츠 도박 규모는 무려 21조8000억원이다. 전주(錢主)와 선수를 연결하는 브로커 중에는 전직 야구 선수 출신과 현역 선수의 가족까지 포함돼 있다. 일부에선 "승부 조작 브로커들이 기업형 조직으로 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야구인은 "브로커는 교묘한 방법으로 선수에게 접근한 뒤 그걸 약점 삼아 협박한다"며 "한 번 걸려들면 승부 조작에서 빠져나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24면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