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모아Zoom] '北 명줄 끊기' 나선 미국, 효과 볼 수 있을까?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심지우
입력 2016.10.07 08:08 수정 2016.10.07 09:09

미국 정부는 중국 단둥에 있는 중견기업 랴오닝훙샹(遼寧鴻祥, 이하 훙샹)그룹 대표와 직원 등 4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들이 미국에 둔 재산과 부동산을 옮기지 못하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사실상 적용했다. 훙샹그룹이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고 북한에 핵 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수출하는 등 북한의 핵 개발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가 간 관계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은 나라와 거래하는 나라의 기업이나 은행, 정부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처음 아니다


지난 2010년 미국 정부는 핵 개발을 시도하던 이란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한 바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이란?

미국은 이란 석유자원의 탐사, 추출, 정제 또는 운반 능력을 제한하여 핵개발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 및 국제 테러 지원을 제한하고, 대량살상 무기의 개발, 획득, 운반을 위한 자금조달 금지 목적으로 '포괄적 이란 제재법(CISADA,Comprehenensive Iran Sanctions, Accountability, and Divestment Act)'을 발효했다. 이 제재는 ▲석유산업 관련 제재 ▲기존의 對이란 제재조치 강화 ▲금융 기관 대상 신규 제재 조항 ▲對이란 투자금 회수 조치 ▲對이란 간접 교역국 명단 작성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1993년 발효됐던 '이란 제재법(ISA)'의 내용에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이 추가된 셈이다.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의 의미


북한은 국영 무역기업들이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중국인 중개자를 고용하거나 중국 기업으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대북 제재를 피하고, 홍콩·동남아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오히려 북한이 제재 우회 수단을 통해 물자 조달 능력을 향상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0년 핵 개발을 시도하던 이란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한 바 있다. 이란이 판매하는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훙샹그룹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도 결국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란 제재 당시의 핵심 내용은 이란의 석유수출대금 회수 통로인 이란중앙은행과 거래하는 해외 기업 등이 미국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란은행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쿤룬은행'과 이라크의 '엘라프 이슬람은행' 등을 제재했고 도이체방크 등 유럽계 은행까지 조사했었다. 미국은 이란 중앙은행 등 30곳을 SWIFT에서 퇴출해 이란 경제의 근간인 석유·가스 수출에 치명타를 안긴 적이 있다.


미국 연방 하원의 맷 새먼 외교위 아·태소위 위원장이 발의한 '북한 국제금융망 차단 법안(H.R. 6281)'은 북한을 국제금융망에서 완전히 퇴출하기 위한 초강경책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국제금융 거래망에서 퇴출하기 위해 유럽연합(EU) 등과 협의하는 것을 뛰어넘어 SWIFT 자체까지 직접 제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SWIFT가 북한에 대해 망을 열어주면 아예 SWIFT도 제재하겠다는 취지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 때도 쓰지 않았던 외교 봉쇄 카드도 끄집어냈다. 러셀 차관보는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은 각국과의 회담, 방문 등 외교적 활동을 통해 자국이 국제적으로 합법적인 주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며 이를 제지하도록 전 세계 미국 공관장들에게 지시했다.


현재 북한의 핵 포기 수단으로 '군사적 옵션'을 제외한 모든 카드를 꺼냈지만, 미국이 외교·경제·정보·인권 등 비군사적 압박을 총동원해도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KN-08·1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에 성공하는 등 미 본토가 직접 위협받게 될 경우 미국으로서도 '군사적 옵션'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전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안보리의 제재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미국이 이처럼 강력한 북한 제재에 나선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위협이 거세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CNN은 최근 미국 정부의 깊어가는 걱정을 전한 바 있다. 예비역 중장인 마크 허트링씨는 "다른 주권국가뿐 아니라 미국 영토의 일부까지 위협할 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CNN은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 "북한의 핵무기는 더이상 '이론적인 위협'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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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뉴욕타임스도 "북한 핵무기의 목표는 한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의 전쟁계획이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로 증원군을 보내지 못하도록 괌, 오키나와, 일본의 미군 기지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제재, 효과 있을까?


이란은 제재로 인해 핵심 분야에서 국제 사회와의 교류가 단절됐을 뿐 아니라, 천억 달러가 넘는 해외 자산이 동결됐다. 높은 GDP를 자랑하던 이란이었지만 제재 이후 지난 10년간 실질 경제성장률은 미미한 수준이었고, 대(對) 이란 제재가 한창이던 2012년과 2013년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제재 기간 동안 이란은 40%가 넘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당해야 했으며 실업율은 33%에 달했다.

이미 미국은 올해 들어 북한을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금융 제재에 고삐를 죄었다.


세계 금융이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구멍가게 수준의 소규모 지역금융기관이 아니라면 미국을 무시하고 금융업을 할 수는 없다. 북한 정부나 기관, 개인 명의나 차명, 대리(국제 금융거래를 위해 외국은행에 개설) 외환 계좌는 개설할 수도 없고, 북한의 외환·대리 계좌를 보유한 제3국 금융기관도 북한과 거래를 중단하지 않으면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핵개발 등 특정 사안과 연관된 인사나 기관에 금융 제재를 부과하던 방식에서 무차별·포괄적 제재로 범위와 대상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은 또 관련 금융기관에 대해 자료 수집·조사를 허용해 북한이 위장 회사나 무역업체, 공관원을 활용해 외국 금융기관과 차명으로 거래할 경우 추적할 수 있다. 각국 금융기관이 북한과의 거래를 스스로 찾아서 피하도록 사실상 압박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이 지폐 위조, 마약·무기 거래를 일삼는 북한 기업과 거래하며 '돈세탁'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BDA와 자국 금융기관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모두 끊긴다는 것은 사실상 국제 금융 거래에서 배제된다는 뜻이므로 마카오 당국은 BDA의 북한 자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국가의 금융기관들도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효과를 낳았다.

북한의 경우, 평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달러를 막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느냐가 중요하다. 평양에선 달러가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으며, 북한이 유럽 등지에서 해외 공관을 통해 달러 결제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제재는 BDA 은행식 제재보다 더 포괄적이고 직접적인 제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마카오 BDA 내 북한 계좌 2500만 달러(약 275억 원)를 동결하자, 당시 북한 지도부는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법석을 떨었던 바 있다.


그러나 BDA 제재 이후 북한은 현재 중국이나 유럽 등지에 비밀 계좌를 분산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보 당국이 200여건 이상의 비밀 계좌 정보를 확보했지만, 다양한 위장 거래 수법을 개발해 자금을 은닉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얼마나 제재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도 있다.


북한의 금융거래를 막아도, 정상적인 금융시스템을 이용하는 비중이 작아 제재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중국의 소규모 지방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대북 제재와 마찬가지로 북한과 주로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의 협조, 중국 당국의 정책적 의지가 있어야만 실질적인 자금 차단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가 있었지만, 북한은 늘 빠져나갈 곳을 만들어왔다. 철광석 수출을 금지했지만 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중(對中) 철광석 수출은 오히려 3.9% 증가했다. 이는 안보리 결의가 북한의 석탄·철광석 수출을 금지한다면서도 민수용 광물의 수출은 허용했기 때문이다. 민생용 광물 수출을 차단하지 않는 한, 제재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방증이었다.


미국은 이번에 이런 '구멍'까지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은 석탄 수출로 연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데, 이는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한다"며 "북한산 석탄·철광석의 대중 수출과 관련한 '구멍'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민생용까지 제재해 수출 자체를 봉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北과 관계 격하시킨 나라, 올 들어 최소 12개국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결국은 북한 정권의 불법 행위를 방조하고, 북한의 인권 위반 상황을 용인한 중국을 압박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일 핵무장론'을 은근히 끄집어내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러셀 차관보는 "중국은 현재 한국이나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핵 능력 보유를 추진할 위험성에 대해 매우 신경 쓰고 있다"며 "이런 점이 중국의 대북 압박 노력을 배가하는 데 있어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의 유래와 핵심 원인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북핵 문제의 실질은 북·미 간 모순으로, 미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진징이(金景一) 중국 베이징대 교수도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국의 인식"이라고 했다.

정부 외교 당국자는 "북한 핵 개발을 비군사적 방법으로 중단시키려면 미국의 'BDA+대이란 제재'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며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만이 북한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고, 이런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라고 말했다.


'BDA+대이란 제재' 모델을 활용해 미국→중국→북한 순으로 제재 시스템이 가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미 행정부가 북한 돈세탁을 돕고, 핵 개발에 필수적인 산화알루미늄 등을 수출한 혐의로 중국 단둥의 중견기업 훙샹(鴻祥)그룹을 제재한 것은 'BDA+대이란 제재'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제재 해제되면 다시 미사일 개발에 청신호?


제재가 성공해서 핵개발을 당분간 막더라도, 차후의 핵개발까지 막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란이 지난 1월 이란의 국영은행 2곳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금융 제재를 푸는 비밀 합의에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란의 두 은행은 2023년까지 안보리 제재를 받고 2024년에 제재에서 풀려나야 하는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 행정부가 미·이란 핵협상이 올해 1월 발효되는 데 맞춰 8년을 앞당겨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서 해제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이란 핵협상 타결이 발표된 직후인 올 1월 17일 미국과 이란은 두 은행에 대한 제재 해제 등을 포함한 합의 문서에 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의 고위 관리는 WSJ에 "세파 은행 등에 대한 제재 해제는 협상 패키지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세파 은행 등은 이란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금융 지원을 한 혐의로 2007년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 내에서는 세파 은행에 대한 제재 해제가 이란의 미사일 개발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마크 두보위츠 연구원은 "미국이 이번 제재 해제로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청신호를 켜줬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북한을 더 괴롭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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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얼마 전 실행한 훙샹 제재만으로는 김정은의 '핵 폭주' 의지를 꺾기는 어렵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단둥에만 해도 훙샹처럼 북한을 대신해 돈세탁을 해주고, 유엔 제재 물품을 은밀히 사주는 기업이 15~16개쯤 된다"며 "이런 기업을 찾아내 제재해 나간다면 북한은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단둥의 바오화(寶華)실업이라는 회사도 북·중 밀수로 기업을 키웠다고 한다. 훙샹처럼 대북 수출을 위한 컨테이너 보세 창고를 운영하며, 북한의 서해 조업권을 중개해 돈을 벌었다. 단둥 항을 보유한 르린(日林)그룹도 대표적인 친북(親北) 기업이다. 미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 르린은 지난 1월 4차 핵실험 직후 자발적으로 북한 선박 입항을 금지하기도 했지만, 북한으로 가는 중국 배는 르린의 손을 거쳐야 한다. 단둥의 소식통은 "훙샹 외에 북한과 주로 거래하는 화운(貨運·물류)회사 2곳이 최근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이 중 한 회사의 대표는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산 광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 기업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훙샹(鴻祥)그룹이 아니라 완샹(萬向)그룹이며, 완샹도 대북(對北) 불법 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에 나와 있는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RFA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한 혐의로 훙샹그룹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지만 훙샹그룹은 북한과 거래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이라며 "중국 당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다른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훙샹그룹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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