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경유車 규제 강화하고 있는데

취재= 김기홍, 신수지 기자 편집= 뉴스큐레이션팀
입력 2016.05.18 08:45 수정 2016.05.18 08:55

인도는 개인용·업무용을 막론하고 배기량 2000㏄ 이상 경유차를 뉴델리에서는 등록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기오염이 심한 국가로 꼽히는 인도는 이달 1일부터 뉴델리 등 수도권에서 경유(디젤) 택시 운행이 금지됐다. 대법원이 수도권에서 운행 중인 경유 택시를 압축천연가스(CNG) 택시로 교체해야 하는 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택시 사업자의 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뉴델리에 등록된 택시 8만여대 가운데 3만5000여대가 디젤 택시이다.

전 세계 각국이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을 뿜어내는 경유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독일 폴크스바겐이 경유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하다 적발된 데 이어 이달 들어 국내에서도 일부 경유차의 배기가스 배출량 축소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유차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부추긴 디젤車 우대 정책 하루빨리 없애라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등이 밝혀지면서, 최근 들어 경유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경유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에 한해 유로6(배기가스 규제 기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유차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연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독일에서 연간 판매되는 신차 300만대 가운데 경유차는 절반 이상이지만, 전체 등록 차량 가운데 대다수가 유로6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프랑스도 파리에서 2020년까지 경유차 운행이 완전히 금지된다.


EU(유럽연합)에선 친환경 연료(燃料)로 각광받던 '바이오 디젤'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 경유는 '식물이 성장하면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량이 내연기관 연료로 사용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는 개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안 연료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 경유 연소 때 발생하는 배기가스량이 일반 경유에 비해 최대 3배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EU가 바이오 연료 확산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비자들, 닛산에 집단 소송 추진

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배기가스 배출량을 임의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내 소비자가 수입차 업체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시내 닛산 자동차 판매점에서 한 시민이 전시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닛산자동차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캐시카이 소유주 10여명은 한국닛산을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지난 16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20여종 경유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캐시카이의 배기가스 배출량이 임의로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국내 소비자가 수입차 관련 집단소송을 내는 것은 지난해 디젤 게이트 파문 이후 제기된 아우디·폴크스바겐 소송에 이어 두 번째다.

경유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이 초미세먼지 主犯


질소산화물(NOx)은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₂)를 통칭하는 말이다. 초미세 먼지(PM2.5), 오존(O₃)과 함께 최근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3대 대기오염 물질'로 꼽힌다. 눈과 호흡기 등을 자극해 기침·두통·구토 증상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폐렴, 폐출혈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국제학계에 보고돼 있다.

작년 11월 유럽환경청(EEA)은 "2012년 유럽 전역에서 질소산화물에 노출돼 심혈관·폐 등 각종 질환으로 조기 사망한 사람이 약 7만5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배출가스 조작' 닛산 캐시카이, 소비자 측 "한국닛산 상대 집단 소송"
/고운호 객원기자

초미세 먼지로 인한 사망자(43만2000명)보다는 적지만 오존(1만7000명)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게 EEA의 결론이다. 당시 영국 정부도 "런던에서만 질소산화물로 한 해 9500여명이 숨진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질소산화물의 위해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에 따르면, 2005~2013년까지 9년간 전국 50개 병원의 심근경색증 환자 3만78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산화질소가 0.01PPM(피피엠·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만 증가해도 심근경색으로 한 달 안에 숨질 가능성이 10% 상승하고, 과거 심근경색증을 앓은 적이 있을 경우 사망률을 21%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화여대 하은희 교수(예방의학)는 "이산화질소가 아이들의 지능 발달까지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학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초미세 먼지와 오존 등 다른 유해물질의 발생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질소산화물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기 중 초미세 먼지의 절반가량은 기체 형태로 자동차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과 결합해 오존을 생성하기도 한다. /박은호 기자

경유新車 20종 중 19종 배출량 초과


국내 판매 중인 최신 경유차 대부분이 질소산화물(NOx)을 인증 기준 대비 많게는 20배 넘게 배출하며 공기를 오염시켜 온 사실이 16일 환경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작년 9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장치 조작 사실을 처음 밝혀낸 미국 환경청을 필두로, 지난달엔 독일과 영국, 프랑스 정부가 경유차가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우리 정부도 동일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내외 자동차 제작사들이 수년 전부터 '클린(clean) 디젤'이라고 선전해 왔지만 경유차가 실제로는 '클린'과는 거리가 먼 오염물질 배출 차량이었던 셈이다.

◇"19개 차종이 배기가스 인증 기준 초과"

환경부의 이번 조사는 20개 차종을 대상으로 각각 3000㎞ 길들이기 주행을 실시한 후 ▲실내 인증 시험 모드 ▲고속도로와 도심, 교외 도로를 달리는 실도로 조건 주행 ▲외부 온도를 고온·저온으로 변화를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배기가스 장치 불법 조작이 적발된 닛산의 소형 SUV 캐시카이는 실내 및 실외 배기가스 검사를 통해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가 정상 조건에서도 작동 중단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EGR은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로, 2010년 이후 출시된 차량에 장착돼 있다.

정부, 미세 먼지 종합대책 마련

제작사들은 "불법 아니다"


대부분 자동차 업체는 환경부 발표에 대해 "수용한다"고 하면서도 "현행법상 불법이 아닌데 마치 불법으로 비치는 것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국닛산은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제조하는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 및 임의 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도 "향후 환경부에 적극 협조하며 이번 사안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닛산 관계자는 "유럽 모든 국가에서도 유로6 인증을 충족했듯 한국에서도 우리는 적법한 인증 절차를 통과해 시판했다"면서 "기술적인 기준치가 낮은 것을 마치 의도적인 불법으로 지정한 데 대해서는 소명(疏明) 기간을 통해 환경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시판 중인 경유차 20종을 조사한 결과 닛산의 SUV 모델인 ‘캐시카이’가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하는 임의 설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환경부가 16일 밝혔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이날 정부 세종 청사에서 ‘캐시카이’에 설치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QM3에 대해 '권고' 지적을 받은 르노삼성 측 역시 "최근에 환경부 조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외부 기관에 의뢰한 결과 기준 대비 7배를 초과해 이번 조사 결과(17배)와 큰 차이를 보였다"면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제시한 기존 방침대로 내년 9월부터 신차에 대해, 2019년 9월까지는 기존 판매 차량에 대해 실외 배기가스 배출 기준치를 충족시켜 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유로6, 유로5

유럽연합(EU)의 디젤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 질소산화물의 경우 유로6 기준은 ‘1㎞ 주행 시 0.080g 이하’로 유로5 (0.18g 이하)보다 엄격하다. ▷기사 더보기

환경부, 캐시카이 '임의설정' 조건 알고도 인증했다


환경부가 닛산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임의설정’ 조건을 알면서도 인증을 허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캐시카이 임의설정 근거로 환경부가 제시한 ‘엔진룸 흡기 온도 35도 이상시 배출가스재순환 장치 정지’등의 내용을 한국닛산이 작년 6개월 전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한 닛산 공장에서 직원이 캐시카이 차량을 점검하는 모습./블룸버그 제공

환경부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가 환경부 인증을 받으려면 특정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며 "한국닛산이 엔진과 연결된 파이프 재질의 일부가 고무로 돼 있다는 점이나 흡기온도가 35도를 넘어가면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작동이 중단된다는 내용을 작년 11월 환경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논란 이후 작년 12월부터 20종의 경유차량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 19개 차종이 실내 인증 기준치를 웃도는 질소산화물을 내뿜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닛산 캐시카이는 배출가스양을 조작하기 위해 ‘임의설정’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6일 환경부는 밝혔다.

임의설정이란 배출가스 시험모드와 다르게 일반 상황에서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기능이 저하되도록 부품의 기능을 정지·지연·변조하는 행위를 말한다.

6개월 전, 문제가 없다며 캐시카이 인증을 허가했던 환경부가 태도를 바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문제 가능성을 알았다면 환경부가 당시 인증을 미루고 한국닛산에 지적했어야 한다”며 “임의설정이 사실이라면 닛산에 1차적인 문제가 있지만 환경부의 직무유기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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