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스스로 만들어 본 경험이 창직의 밑거름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입력 2016.02.01 03:00 수정 2016.02.01 03:31

스스로 직업 창출하는 인재로 키워라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다.”
지난달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나온 전망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2020년까지 약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분석도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미래에 대비하려면 창직(創職·job creation)을 고려할 만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직업이나 직무를 만든다는 뜻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인재로 키우려면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참가자(사진 왼쪽부터)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팀장,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송영광 대디스랩 대표, 윤지민 관광커뮤니케이터./염동우·이신영·임영근 기자
◇흥미·가치관 따라 보람 있는 직업 개척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팀장은 17년 동안 직업과 그 변화를 조사했다.

김 팀장은 "창직은 주어진 직업을 선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개인 스스로의 흥미, 적성, 가치관을 파악하고 직업세계를 알아가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며 "수요자의 요구나 시대 상황에 맞아야 창직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창직 아이템을 선정하고 구체화하는 데 철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우선 다양한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창직 아이템이 직업으로 성장할 만큼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기 위해 현장조사를 해야 한다. 창직 아이템과 연관된 직업인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창직에 도전해본 학생은 취업에도 유리하다.

그는 "창직을 청년 실업의 특효약이라 여기는 시선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직은 취업보다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창직은 틈새 분야에서 자기가 잘할 수 있고 관심 있는 일을 찾아가는 활동, 본인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행복하게 사는 일 그 자체입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 필요"

"미국 캘리포니아대(UCSF) 등 5개 대학병원은 처방전대로 약을 조제하는 일을 로봇이 도맡아 합니다. 옥스퍼드대 교수가 쓴 논문에서는 회계사가 앞으로 20년 안에 없어질 확률이 94%라고 해요. 여러분의 직업은 안녕하십니까?"(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지난달 26일 서울대 데이터마이닝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들이 이 말을 듣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을 한다는 송 부사장은 빅데이터 전문가다. 그는 이어서 "과거와 현재의 가치 기준대로 직업을 고민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의사, 약사가 과연 미래에도 유망할까요? 가장 큰 문제는 학부모도 답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단지 과거 경험으로 이야기할 뿐입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들은 빠르게 자동화 기술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남이 좋다는 직업은 경쟁이 심하고 없어지기 쉽다는 말과 같습니다."

송 부사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 전문가가 되라"고 강조했다. 1985년 안상수체를 발표한 안상수 디자이너를 예로 들었다. 안씨는 국내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분야의 선구자다. 송 부사장은 청소년에게 능동적인 삶을 주문했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지 마세요. 감나무를 심고 수확하는 게 낫습니다. 사회에 필요하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깊게 고민하고 사람을 관찰해야 합니다. 엄마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세요. 좋은 직업, 대학 등 정답을 강요받기만 한 아이는 나중에 스스로 결정해야 할 시기에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방면 경험한 덕에 관광커뮤니케이터 창직"

윤지민씨는 청소년 때부터 예체능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연극, 댄스, 체육, 미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관광에 대한 관심이 특별했던 그는 실무 경험을 쌓기로 했다. 여행가이드를 하고 호텔에서 국제 회의가 열릴 때 통역을 했다. 이집트 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여행사,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비서관실 등에서 인턴도 했다. 2012년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문화관광정책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윤씨는 서울시청에서 한류관광담당 주무관으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는 데 다양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부터 관광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관광의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했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과 소통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이 일을 자발적으로 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확신했어요. 관광 산업의 현장 이야기를 듣고 정책 입안자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전하는 전달자,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안정적인 공무원을 그만두고 '관광커뮤니케이터'라는 신직업을 개척한 이유입니다."

윤씨는 현재 경기 시흥시청 정책기획단에서 관광 정책 자문에 응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3개월씩 관광을 주제로 포럼도 열고 있다. 학계와 일반인, 현장 실무자들이 정보와 의견을 교류하는 자리다. 오는 2월에는 관광 산업과 핀테크가 포럼 주제다. 윤씨는 올 여름 국내 관광 산업의 장단점을 살피기 위한 전국일주를 떠난다. 그는 "관광 정책을 만들거나 사업을 하려면 현장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자녀 능력 길러줄 환경 만들어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던 송영광 대디스랩 대표는 지난 2013년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다. 사회적 인식도 좋고 연봉도 비교적 높았지만 정작 즐겁게 일하지 못했던 터다. 산업 현장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재밌게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송 대표는 새로운 직업, 직무를 개척하려는 청소년에게 '기업가정신'을 강조했다. 어떤 기술이 인간에게 가치와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이해해야 창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송 대표는 "아이들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만드는 경험을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조언했다.

"'공부해라''학원 가라'고 자녀에게 강제하지 않았을 때 아이가 스스로 하는 열정적이고 건설적인 일이 무엇인지 눈여겨 보세요.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등 긍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세요."

조선일보 F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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