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1년 했는데 '19년 더'…르완다판 '3선 개헌'

김경필 기자
입력 2015.12.20 23:12 수정 2015.12.21 10:32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각)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있는 한 투표소에서 자신의 대통령직 3선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21년간 집권한 폴 카가메(58) 르완다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철폐해 19년 더 재임할 수 있게 하는 르완다판 ‘3선 개헌’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고 AP와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샤를 무냐네자 르완다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카가메 대통령이 2034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하는 헌법 개정안이 투표자 98.4%의 찬성으로 국민투표를 통과했다고 이날 밝혔다. 르완다 선관위에 따르면 국민투표는 18일 치러졌으며 유권자의 98.3%인 625만6469명이 참여했다. 최종 결과는 21일 공표될 예정이다.

투치족 출신인 카가메 대통령은 르완다를 이루는 양대 인구집단인 후투족과 투치족 간에 벌어진 내전에서 후투족을 물리치고 1994년 권력을 장악했다. 임시헌법 하에서 파스퇴르 비지뭉구가 대통령으로 취임했지만, 실권은 부통령 겸 국방장관이었던 카가메에게 있었다. 카가메는 2000년 비지뭉구를 압박해 대통령에서 사임하게 하고 스스로 대통령이 됐고, 2003년 신헌법 하에서 다시 선출돼 7년 임기의 대통령이 됐다. 2010년 신헌법 하에서 치러진 두 번째 선거에서도 승리해 2017년까지 임기를 연장했다.

현행 르완다 헌법에 따르면 7년 임기의 대통령직은 한 사람이 두 번만 맡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카가메는 2017년까지만 재임할 수 있다. 이번에 통과된 헌법 개정안도 대통령직은 한 사람이 두 번만 맡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기는 5년으로 줄었다.

다만 카가메에게 현행 7년 임기 대통령직에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 대통령 임기 단축과 연임 제한은 2024년부터 적용되고, 현행 헌법 하에서 이미 대통령직을 몇 번 지냈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카가메는 2017년에 시작하는 7년 임기 대통령직 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2024~2029년, 2029~2034년 임기 대통령직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카가메가 2017·2024·2029년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 카가메는 1994년부터 2034년까지 총 40년간 집권하는 셈이 된다.

물론 카가메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르완다는 언론의 자유가 없고 야당에 대해 정치적 탄압이 가해지는 국가로, 실제 카가메가 선거에서 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14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는 180개국 가운데 162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즉각 이번 헌법 개정을 비난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투표 전에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임기 제한에 예외를 둔 것도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카가메 대통령은 르완다를 발전시켰다”며 “이제는 집권 당시 임기 제한을 존중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 자신의 명성을 소중히 할 역사적 기회”라며 카가메 대통령에게 2017년으로 임기를 마칠 것을 촉구했다. 르완다 주재 유럽연합 대사는 국민투표 당일인 지난 18일 “투표일이 12월 8일 발표됐고, 개정안 내용은 투표 전날에야 공개됐다”며 “논의를 위한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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