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3.2% 체감률 15.2%... 민심과 통계, 왜 따로 놀까

취재=최규민·곽창렬 기자 편집=뉴스큐레이션팀
입력 2015.10.23 07:53 수정 2015.10.23 08:18

구직 아예 단념한 사람은 통계서 실업자로 안 잡혀

현대경제연구원 806명 설문... 지표와 체감 경기 괴리 커


2010년에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동기생 60명 가운데 졸업하고 취업한 사람은 15명 정도에 불과하다. 군 입대로 졸업이 늦은 남학생 15명, 취업이 힘들어 대학원에 간 동기 5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0명 가운데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전체 구직자 중 절반이 채 안 된다. 체감 실업률이 60%를 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7.9%다. 이 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구직 활동 중인 이모씨는 “만약 정부 발표대로 청년 실업률이 10%도 안 된다면 나처럼 취업 못한 우리 동기들은 뭐냐”며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실업률 통계를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체감 성장률 -0.2%, 체감 실업률 15%


“우리나라 경제가 1년 전에 비해 몇 % 성장하거나 후퇴한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평균 0.2% 후퇴한 것으로 느낀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한국 경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성장했다. 본인의 가계소득이 얼마나 증가 또는 감소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평균 0.1% 감소했다고 답했다. 2분기 가계소득이 2.9% 증가했다는 정부 공식 통계와는 천양지차다. 특히 50대 이상 은퇴연령층과 자영업자들은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체감 실업률과 실제 실업률 격차 또한 컸다. 응답자들의 체감 실업률은 평균 15.2%로 조사돼 9월 현재 공식 실업률(3.2%)과 다섯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특히 경제활동이 활발한 20~40대 남성들 사이에서 체감 실업률이 높게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물가에 대해서도 불만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6%이지만, 설문 참여자들은 지난해보다 평균 3% 물가가 올랐다고 응답했다. 지표와 체감 경기 사이에 이렇게 큰 괴리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①현실 반영 못하는 지표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문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 지표다. 대표적인 것이 실업률이다. 실업률은 ‘실업자/경제활동인구x100’으로 계산하는데, 구직을 단념하거나 ‘그냥 쉰다’는 사람이 증가할수록 실업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또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처럼 본인은 정식 취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통계상으로는 취업자로 잡힌다.


물가 역시 현실과 괴리가 큰 지표 중 하나다. 물가는 국민들이 가장 많이 쓰는 481개 품목의 가격 변동을 가중 평균해서 계산하는데, 이 품목들의 목록과 가중치가 실생활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가령 담뱃값이나 교통비, 장바구니 물가 인상 등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데도 실제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②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 비율 높아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것도 체감 경기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꼬박꼬박 월급 받는 근로자는 경기가 나빠져도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자영업자들은 경기가 안 좋아지는 순간 곧바로 느낄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실제로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경기는 임금 근로자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임금 근로자들은 체감 경제성장률이 -0.2~-0.3%라고 답한 반면, 자영업자들은 체감 성장률이 평균 -0.6%라고 했다. 체감 소득 면에서도 정규직은 작년보다 소득이 0.8% 증가했다고 했는데, 자영업자들은 소득이 2.8%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③인터넷 타고 전염되는 부정적 심리


체감 경기가 실제보다 훨씬 나쁘게 느껴지는 데는 심리적인 요인도 일정 부분 작용한다. 김희삼 KDI 박사는 “소득이 100만원 늘 때 느끼는 편익보다는 100만원 줄어들 때 느끼는 불행의 증가가 훨씬 크게 느껴지는 ‘인지편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정적인 심리가 전염되는 측면도 있다. 가령 ‘고용이 호전됐다’는 기사에는 ‘그런데 난 왜 안 뽑냐’ ‘거짓말 같다’ 등 부정적인 댓글 일색인데, 이런 게시물들을 통해 ‘감정 전염’ 현상이 나타나 체감 경기가 더 악화되는 것이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을 만큼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소비활동에 직결된다”며 “정부가 통계 수치에만 안주하지 말고 체감 경기를 개선할 대책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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