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남자가 물었다 "같이 음악하실 분?"

권승준 기자
입력 2014.10.01 03:00

[자라섬 오는 뮤지션 이단 라이헬]

"내 음악엔 다양한 장르 공존… 처음 본 서울은 활기찬 도시, 韓 뮤지션과 소통하고 싶어"
4일 자라섬재즈축제서 공연

낯선 음악가 한 명이 한국에 왔다. 이스라엘의 뮤지션 이단 라이헬(37) 얘기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션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무명(無名)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궁금하다면 오는 4일 경기 가평군에서 열리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그의 공연을 보면 된다. 30일 그와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라는 지역 자체가 제겐 생소합니다. 어제 서울에 도착해서 둘러봤는데 아주 활기찬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한국 관객들은 무척 열정적이라는데 기대가 됩니다."

자신이 디자인한 모자를 쓴 이단 라이헬은 인터뷰 장소 인근에 있던 재래시장에서 길거리 상인의 의자와 휴대용 라디오를 빌려 즉석에서 포즈를 취하며 즐거워했다. /김지호 기자

그는 자신의 음악을 '이스라엘식 팝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음악을 들어보니, 재즈부터 시작해, 탱고, 아프리카 전통음악 등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적 요소가 섞였다. 멜로디나 사운드 면에서 한국 가요처럼 친숙하게 들리는 곡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요소를 단순히 뒤섞은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온 이민자로 이뤄진 나라입니다. 전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언어와 악기로 된 음악을 듣고 자랐습니다. 그런 다양함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녹아든 것이 바로 저의 이스라엘 음악이죠."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직접 노래를 부를 때도 있지만,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 작업으로 유명하다. 팝스타 앨리샤 키스나 독일의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그와 함께했다. 이집트, 예멘 등 아랍권 국가의 뮤지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 적도 있다. 그는 "예술가의 역할은 서로 다른 문화 간의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이 평화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죠. 많은 이들이 그저 전쟁이 없는 것이 평화라고 생각하지만, 제 생각에 평화는 모든 문화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입니다. 음악을 통해서 다양한 문화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한국 방문이라는 라이헬은 "한국의 뮤지션들과도 많이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날 저녁 서울 원서동에서 열린 창우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 거문고 연주가 허윤정과 협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새로 이메일 계정(koreatlv@gmail.com)을 하나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 음악이 궁금하거나 저와 함께 공동 작업을 해보고 싶은 뮤지션은 누구나 이 계정으로 연락해주세요. 한국도 이웃 국가인 북한과 대립 관계라는 점에서 이스라엘과 비슷한 점이 있죠. 한국의 음악도 저와 통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조선일보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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