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만 잡아도 벌금 100만원, "밤길 조심" 협박文字 50만원

전수용 기자
입력 2014.06.30 03:01 수정 2014.06.30 09:42

[내일부터 폭력사범 벌금 강화]
때리는 시늉하며 "죽인다" 협박, 최소 200만원 이상 벌금내야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옛 애인에게 협박 문자를 보내는 등 각종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대검찰청은 다음 달 1일부터 폭행·상해(傷害)·협박 등 폭력 범죄에 대한 벌금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폭력 사범 대부분이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중 75%가 50만원 이하의 가벼운 처벌을 받지만 앞으론 가벼운 폭행도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1995년 이후 20년 만에 새롭게 만들어진 기준이다. 검찰 관계자는 "새 기준은 벌금액을 2배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했다.

친구와 술 먹다 뺨 한 대… 벌금 100만원 이상

검찰은 폭행 범죄의 경우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지(범행 동기)와 폭행 정도(경미·보통·엄중)에 따라 각각 세 가지 기준을 설정해 폭행 유형을 모두 9가지로 분류했다. 이 분류 방식에 따라 처벌 수위는 기소유예(起訴猶豫·재판에 넘기지 않고 용서해주는 것)부터 300만원 이상 벌금까지 나뉜다.

피해자가 폭행 원인을 제공했다면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벌받는다. 손님이 술값을 안 내고 오히려 욕설을 해 술집 주인이 화가 나 폭행한 경우다. 멱살을 잡고 흔들거나 가슴과 몸을 밀치는 가벼운 폭행이라면 50만원 미만이나 기소유예에 해당된다. 뺨이나 얼굴을 1~2회 때리거나 주먹으로 몸을 수차례 세게 때린 경우엔 50만원 이상, 얼굴을 수차례 강타하거나 넘어뜨려 발로 차고 밟는 심한 폭행일 때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에 해당된다.

친구와 술 마시다가 말다툼 끝에 화가 나 폭행하거나 길에서 부딪친 일로 시비가 벌어져 폭행하게 된 '쌍방과실형'은 피해 정도에 따라 각각 50만원 이상(경미), 100만원 이상(보통), 200만원 이상(엄중)으로 처벌받게 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거나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을 말렸다는 이유로 폭행하는 소위 '묻지마형'은 최소 100만원 이상으로 처벌받는다.

상해 범죄는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지에 따라 기본 벌금형에 상해 2주에서 1주가 늘어날 때마다 30만~100만원씩 가중처벌받게 된다.

예를 들어 담배 빌려달라는 학생을 훈계하다가 학생이 대들자 화가 나 멱살을 잡고 흔들어 상해 2주 진단이 나왔다면 피해자인 학생이 원인을 제공한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도 가능하다.

"밤길 조심하라" 문자로 협박했다면

협박 범죄는 협박 내용 경중(輕重)과 실행 가능성, 범행 동기를 고려해 달리 처벌받게 된다. 예를 들어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 밤길 조심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가정하자. 이런 문자는 협박 내용과 실행 가능성이 낮은 '경미한 협박'에 속해 범행 동기 등 참작 사유가 있다면 50만원 미만, 그렇지 않은 경우 50만원 이상으로 처벌받는다. 협박한 사람이 협박 피해자에게 폭행을 당한 직후 이런 문자를 보냈다면 50만원 미만이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50만원 이상 벌금형에 해당한다.

또 지하철에서 조용히 하라는 말에 격분해 '손으로 때릴 듯한 태도를 보이며' "남의 일에 왜 참견이냐, 너 나한테 죽었다"라는 식으로 소리를 질러 협박했다면 보통 정도의 협박으로 동기 등 참작 사유가 없어 벌금 200만원 이상으로 처벌받는다. 아파트 현관문을 발로 차면서 "문을 안 열면 칼로 목을 찔러 죽인다"고 했다면 협박 내용이 심하고 실행 가능성이 높아 앞선 지하철 사례보다 엄한 벌금 300만원 이상으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가해자가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를 따지기 위해 위층으로 갔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경우라면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한 점을 고려해 앞선 지하철 사례와 같은 기준(벌금 200만원 이상)으로 처벌받게 된다.

검찰은 이러한 기본 원칙하에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처벌 수준을 2분의 1로 줄여주고, 피해자가 2명 이상이거나 2명 이상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는 가중처벌키로 했다.

조선일보 A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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