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알랑가 몰라] 9990원 가격 정책 원래는 점원이 타깃

최보윤 기자
입력 2013.11.23 03:01
세계 최초 금전 등록기. 이후 현금 출납기 기능도 더해지면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최고 품질 제품을 믿을 수 없는 가격, 3만9900원! 다시 없는 파격 할인 가격에 모십니다." '싼 가격'을 강조하는 광고엔 어김없이 '9'가 등장한다.

'단수 가격(odd pricing)' 정책으로 불리는 이러한 가격 책정법은 소비자들에게 심리적으로 값싸다는 느낌을 줘 판매량을 늘리려는 심리적 가격 결정의 한 방법이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대할 때 대체로 첫자리 숫자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1원' 차이일 뿐인데 소비자들은 지급 단위가 다르다는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단수가격 정책은 원래 점원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손님 돈을 '슬쩍'하는 '손버릇' 나쁜 점원이 타깃이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스티븐 랜즈버그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가격 책정법은 술집 운영자였던 제임스 리티가 1879년 세계 최초로 금전등록기를 개발하면서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손님들이 내고 간 돈을 '슬쩍'하는 직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리티는 거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금전등록기를 개발하고 이를 '청렴한 출납원(incorruptible cashier)'이라 이름 붙였다. 1887년 미국에서 5400대 정도 있었는데 1890년엔 미 전역에 1만6395대나 보급됐다.

금전등록기의 인기가 치솟자 그 '부산물'로 나타난 것이 '99센트 가격' 정책이다. 1달러, 10달러 등 잔돈을 거슬러 줄 필요가 없을 땐 점원들이 '슬쩍'한 뒤 주인에겐 '손님이 물건을 훔친 듯하다'고 발뺌하곤 했었단다. 하지만 99센트로 가격을 매기고 나니 1센트를 거슬러 주기 위해 금전등록기의 현금 서랍을 열어야만 했고 자연스럽게 점원 뒷주머니로 들어가는 돈도 적었다고 한다. 가격을 1센트(혹은 10센트)를 내리고 났더니 '가격 착시 효과'를 일으킨 소비자들의 구매가 크게 늘어났고, 99센트 정책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B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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