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왔던 닉쿤·소희 발탁… 노래, 춤, 외모 다 갖췄던 건 수지"

최승현 기자
입력 2013.02.25 03:07

아이돌 발굴 '미다스의 손' 이지영 JYP 신인개발팀장
아이유, 구하라, 현아, 2PM… 미국·유럽·아시아 돌며 신인 캐스팅 나선 지 10년째
특기 한가지만 있어도 뽑지만 학교 성적 안되면 돌려보냈죠

2PM, 2AM, 아이유, 구하라(카라), 김현아ㆍ남지현(이상 포미닛), 윤두준ㆍ이기광(이상 비스트), 효린ㆍ다솜(이상 시스타), 미스에이, JOO, 영재(B.A.P)….

현재 한국 가요계를 이끄는 스타 아이돌들이다. 각기 다른 기획사에 소속돼 빼어난 노래와 춤 솜씨를 보여주는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스타가 될 가능성을 감지하는 촉수가 누구보다 예민한 한 캐스팅 매니저의 눈에 들어 가요계에 입문하게 됐다는 것. 10년째 각종 오디션을 통해 신진 아이돌을 발굴하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 이지영(33) 신인개발팀장이다.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그를 21일 서울 청담동 JYP 사옥에서 만났다.

"올해로 신인 발굴에 나선 지 딱 10년째네요. 그동안 제가 오디션을 했던 친구들이 20만명쯤 될 겁니다."

대학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공부했던 그는 2004년 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 캐스팅 매니저 일을 시작한 뒤, 2005년부터 JYP로 자리를 옮겨 10년간 한우물을 팠다. 그가 신인을 선발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보통 '끼'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전 동의하지 않아요. 지금 스타가 된 아이돌 중에도 연습생 시절에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숫기가 없는 친구가 많았거든요. 노래, 춤, 외모 중 어느 하나라도 특별한 재능이 보이면 뽑습니다. 사실 세 가지를 다 갖춘 연습생은 수지(미스에이)를 제외하곤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스타성은 이후에 키워줄 수 있는 부분이죠."

아이돌 신인 발굴에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는 이지영 JYP 신인개발팀장. 그는“해외 오디션에 외국인 참가자들이 몰려드는 걸 볼 때마다 우리 음악의 힘이 엄청나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그는 "오디션을 통과해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 인성을 많이 보게 된다"고 했다. "춤과 노래를 연습하며 몇 년간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려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바른 성품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학업 성적도 지켜봅니다. 내신 7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일단 집으로 돌려보내요. 성적을 기준 이상으로 올리기 전까지는 연습생 생활도 잠정 중단하는 거죠."

전국 대도시는 물론,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 도시까지 돌며 오디션을 하는 그는 "스타에 대한 막연한 꿈을 안고 10~20회씩 따라다니며 오디션을 보는 어린 학생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오디션을 볼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단점을 파악하고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열정만 보여주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밀어붙이니 결과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디션장에 아무리 많은 지원자가 몰려들어도 그는 학교, 길거리 캐스팅에도 신경을 쓴다. 각 학교에 다니며 학생들에게 "교내에 춤, 노래로 유명한 친구가 누구냐?"고 설문 조사를 한 뒤, 개별적으로 접촉해 1인 오디션을 보는 것. SNS를 통한 정보 수집도 중요하다. 그는 "종종 SNS에 'JYP 캐스팅 매니저가 특정 시각 어느 장소에 있을 것이니 관심 있는 사람은 모이라'고 알려 숨은 인재를 찾기도 한다"고 했다.

닉쿤소희는 연예인이 될 생각이 없었는데 캐스팅된 아이돌이다. "닉쿤은 미국 LA에서 글로벌 오디션을 열었는데, 한국인 친구를 따라 그 옆에서 열린 '한인축제'에 놀러 왔던 소년이었어요. 우연히 보게 됐는데 외모가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밤 9시 무작정 그 친구 집 앞으로 가서 간신히 설득해 길거리 오디션을 봤죠. 차 문을 열어놓은 뒤,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춰보라고 했는데 타고난 리듬감도 있더군요. 소희는 말 그대로 친구 따라 오디션장에 왔다가 '너도 한번 해보라'는 회사 측 제안에 응했다가 선발됐습니다."

그는 자신이 선발한 연습생 출신 아이돌이 첫 방송을 할 때 항상 방송사에 같이 간다. "매번 펑펑 울게 돼요. 그 친구들이 고생한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그렇죠. 너무 대견해요. 꼭 엄마가 된 기분이죠."

조선일보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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