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J정권 대표적 비리 '이용호 게이트' 장본인 이용호씨, 이번엔 횡령… 수감중 구치소로 온 편지 1통에 들통

안준용 기자
입력 2012.04.17 03:05

횡령혐의 기업인, 이씨에 편지 "보유한 채권 잠시 빌려달라"

1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관계 로비 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의 장본인 이용호(54·사진)씨가 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자원개발업체인 D사와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인 L사의 내부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횡령에 가담했다는 단서를 확보해 수사 중이다. 두 회사는 보해저축은행 비리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오문철(59) 대표와 브로커 박모(47)씨가 2009년 무렵 인수해서 사실상 운영한 회사다.

이용호씨는 2007년 출소했지만, 2010년 10월 자신의 변호사 돈 1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법정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복역 중인 이씨가 어쩌다가 또 수사를 받게 됐을까.

이씨 주변 인사들과 검찰 등에 따르면 오 대표가 광주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의 이씨에게 보낸 편지 한 통과 D사 주주들의 제보가 발단이 됐다고 한다. 오 대표는 보해저축은행 비리로 올 2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오 대표는 이씨에게 보해저축은행 돈 142억원을 불법대출해 줄 만큼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였다.

오 대표는 최근 이씨에게 "속이 너무 상해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다"며 "이 회장(이씨)이 출소하면 박○○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적은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박○○'은 브로커 박씨를 지칭하는데, 오 대표는 박씨가 자신 몰래 회사 돈을 빼내간 일을 교도소로 면회 온 지인들을 통해 알게 돼 이씨에게 '복수해 달라'고 한 것이다.

오 대표는 또 "이 회장이 갖고 있는 L사 채권 100억원을 잠시만 빌려주면 쓰고 돌려주겠다"고 이씨에게 사정하는 내용도 편지에 담았다. 검찰은 오 대표가 이씨가 보유한 채권으로 박씨를 압박하려는 의도에서 이런 요구를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오 대표와 박씨가 130억 넘는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를 잡았으며, 이 과정에 이씨도 끼어들어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세 사람의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하지만 이씨는 검찰에서 "나는 오 대표나 박씨의 횡령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1990년대 후반 잇단 기업 사냥과 주가 조작을 하다 금융당국과 검찰에 적발됐으나 DJ 정권 실세들의 비호로 법망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검찰의 축소·은폐 수사에 대한 특검 도입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씨, 동교동 집사로 불리던 이수동씨 등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처벌받았다.


 

조선일보 A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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