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자'의 남자 김추련 자살

창원=강인범 기자 오현석 기자
입력 2011.11.09 03:10 수정 2011.11.09 09:06

생활고·우울증에 목 맨 듯70~80년대 최고 섹시 스타

생활고와 우울증이 1970~80년대 한국 최고의 '섹시 스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70년대 대표적 흥행 영화 '겨울여자'의 남자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원로 배우 김추련(65·사진)씨가 8일 오전 경남 김해시의 한 오피스텔(20㎡·6평)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김씨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강모(50)씨는 "'이 편지를 받을 때쯤이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라는 등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힌 김씨의 편지를 받고 김씨 집을 찾았다가 시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김씨의 바지 호주머니에는 "외로움과 어려움을 견디기 힘들다. 팬들과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적힌 한 장짜리 유서가 들어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원룸식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면서 생활고에 당뇨병과 고혈압, 우울증 증세를 겪어오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씨는 74년 영화 '빵간에 산다'로 데뷔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77년 신성일·장미희씨와 함께 '겨울여자'에 출연해 여성팬들의 인기를 끌었고, 이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꽃순이를 아시나요' '빗속의 연인들' 등 5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87년 영화 '소금장수'를 찍은 뒤 88년 '김추련 영화제작소'를 차렸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카페 등 사업도 여의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출연한 독립영화 '은어'가 유작(遺作)이 되고 말았다.

김씨의 사망 소식에 영화계 동료와 선후배들은 큰 충격을 나타냈다. 고인과 79년 '야시'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안성기(59)씨는 언론에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진작 연락을 좀 드렸더라면 하는 안타까움만 든다"고 했다. 고인의 대표작 '겨울여자'를 연출한 김호선 감독은 "외모는 와일드한데 성격은 상당히 여린편이었다"며 "참 좋은 친구였는데 이렇게 될 줄은…"이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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