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굴업도 일대 다도해보다 예뻐… 환경 해치지 않으며 개발 가능해"

최재용 기자
입력 2011.07.27 03:09

[이 사람] '굴업도 개발 연구' 홍익경제연구소 하석용 소장
굴업도 개발 사례 중요, 인천 섬 개발 모델될 것… 민간·기업협의체 만들어 문제는 바로 처리하면 돼

"이번 굴업도 개발 문제는 인천시가 추진하는 연안 섬지역 개발사업의 첫 단추라 할 수 있어요. 이 문제를 이성적으로 풀지 못하면 인천시의 해양개발사업은 모두 '물 건너간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지난 5월부터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개발방향에 관한 연구' 작업을 벌여온 사단법인 홍익경제연구소의 하석용 소장은 "수년 동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이 3910억원을 투자하려는 이 관광단지는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에 18홀짜리 골프장과 관광호텔, 콘도미니엄, 요트장, 수영장 등을 만들겠다는 내용. 이 회사는 이를 위해 굴업도 전체 땅 172만6912㎡의 대부분을 이미 사놓았다. 인천시도 이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쓰면 좋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 섬이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생태의 보고(寶庫)'인 만큼 개발사업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씨앤아이레저산업이 홍익경제연구소에 굴업도의 '실태조사'를 부탁했고, 연구소는 최근 3개월 간의 1차 연구를 마무리했다.

"6개월간 검토해 보고 이 연구를 맡았어요. 개발사업자가 맡긴 연구라 객관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말도 있더군요. 그런데 어느 연구소가 돈 받았다고 원하는 방향에 맞춰주나요? 연구비가 1억9000만원이에요. 석박사급 인력 23명이 8개 분야별로 석달 동안 현장 오가며 연구·조사하는데 이 돈이 많은가요? 누가 맡겼느냐가 아니라 연구성과가 얼마나 객관적인가를 봐야죠."

하 소장은 이번 문제의 핵심을 '소유권과 공익성'이라고 규정했다.

하석용 소장은 굴업도 관광단지 계획에 대해 시민 사회에서 객관적 논리보다는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보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땅주인인 회사가 자기 땅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 행사인 만큼 원칙적으로 시빗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회사는 그 땅에 골프장이나 리조트 등의 관광단지를 만드는 것이 공익(公益)에 맞는 일이라 하고, 환경단체들은 그것을 하지 않고 섬을 보존하는 것이 공익에 맞다고 한다. 결국 어느 것이 진정 공익적인가를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 소장은 이에 대해 "투자에 비해 어느쪽이 얻는 것(편익)이 더 큰가를 따져봐야 하는데 이는 인천시의 판단과 시민들의 여론, 언론의 시각 등이 모여 결정될 일"이라고 했다.

"객관적으로 굴업도는 환경면에서 전국의 섬 가운데 하위 30% 수준에 드는 섬이에요. 인하대가 조사한 '인천 섬지역 식생(植生)자료' 결과를 보아도 식생보존 등급이 거의 중간 수준(3급)이죠."

그는 전문가들과 함께 섬을 돌아본 결과 이곳의 골프장은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또 요즘의 골프장은 예전과 달리 독성이 적은 농약을 쓰는 데다 수질 정화·처리시설도 잘 갖추도록 돼있어 별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굴업도 관광단지 사업이 계속 논란이 되는 데는 예전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사업의 기억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1990년대 중반 정부는 이곳에 방사능폐기물처리장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인천시민들의 거센 반발에다 이 섬에서 처리장 안전에 큰 위협이 될 활성단층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계획은 백지화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인천에서는 굴업도에 대해 '우리가 지켜낸 시민의 섬'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여기서 이 섬의 가치에 다소 '거품'이 끼었다는 것이다.

"객관적 자료도 내놓지 못하면서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다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분명한 방지·감시 장치를 만들어야죠. 예전 동양화학(현 OCI)의 폐석회 처리 때처럼 민간과 기업이 협의체를 만들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봐요"

하 소장은 이와 함께 개발사업을 벌일 경우 그 혜택이 인근 섬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 덕적군도의 47개 섬을 2번 돌아봤다는 그는 "거기에 남해 다도해보다 더 예쁜 섬들이 많았다"며 "시드니나 밴쿠버처럼 그 섬들을 해상택시 같은 것으로 이어 관광단지를 만든다면 주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은 이제 제조업체들마저 떠나 다른 활로가 없어요. 환경을 지키되, 어떻게든 바다를 소비시장으로 만들어야만 해요. 그런데 굴업도 문제도 하나 해결 못한다면 이보다 훨씬 환경이 좋은 백령도나 덕적도 같은 서해 5도는 어떻게 개발할 건데요?"
조선일보 A14면
공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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