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지키는 북한… 폭풍前의 고요?

입력 2003.05.18 20:22 수정 2003.05.18 23:59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7일 미국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한 직후,
귀국 보고에서 “핵문제의 진전에 따라 남북관계를 신축적으로 가져갈
것”이라며, ‘남북 교류협력과 핵문제 연계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떤 기조로 남북문제를 다룰 것인지와 함께,
이에 대한 북한측 반응이 주목된다.

국가안전보장회의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DJ 때처럼 (북한에)
끌려다니면 북핵 문제도 풀기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핵문제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 현금이 들어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북한이 폐연료봉에 손대는 등 상황이
더 악화되면, 기존 교류·협력도 중단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북측 반응이다. 노 대통령의 미국방문 중 북한에 대한 언급들은
예전 같으면 북한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북한은 2002년 4월 당시
최성홍(崔成泓) 외교부장관이 미국의 한 언론사와의 간담회에서 미국쪽에
치우친 발언을 했다고, 신문·방송을 내세워 연일 비난공세를 펼친 뒤,
5월 초로 예정돼있던 경협추진위원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했었다.

그러나 18일까지 북한의 대응은 다른 모습이다. 우선 북한은 노 대통령의
방미 언급이나 한·미 공동성명(5.15)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19일부터 22일까지 평양에서 남북 경협추진위원회(경추위)
5차회의를 예정대로 갖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명분보다 실리(實利)를 앞세우기 시작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으로선 남북관계를 유지하는 게 미국과
북핵문제를 푸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한·미정상회담 전에 10차 장관급회담을 가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반응만으로 북한의 입장이 변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 노 대통령의 ‘말’만 있을 뿐 구체적 정책 변화가 드러난
게 없기 때문에 잠시 남쪽의 ‘진심’을 타진해 보려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추위를 통해 남측 입장을 확인한 뒤에 북측의 ‘본심’을
드러낼 것이란 지적이다. 또 이번 경추위에서 식량지원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커, 식량을 얻기 위해 마지못해 대화에 응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북한이 이번 경추위를 통해 불만을 털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으로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6·15 공동선언
이행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데다, 이번에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되풀이했기 때문에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남북관계는 한동안 교착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공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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