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계자료 개방해 공유하자.... 崔榮勳

입력 2003.03.11 20:37 수정 2003.03.12 04:30
재정경제부는 퇴직금을 대체하는 기업연금을 조기에 도입하겠다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또 보건복지부는 시행 15년 만에 불신을 야기한 현행 ‘저부담 고급여’ 연금 체계의 기형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보화시대에서 국가와 기업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원천인 정보지식을 이용해 정책 수행 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특히 국가의 주요정책 결정은 신뢰성 있는 원자료(raw data)를 조사, 개발해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통계정보에 바탕을 둬야 한다. 그러나 지난날 정치적 배려와 인기정책에 편승한 정부의 시행착오로 국민연금 등의 주요정책 결정과정에서 통계자료에 대한 정확성과 신뢰성 문제가 강하게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여기서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새 정부에 제시해 본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통계자료는 원자료에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의 자료수집처에서 분석의뢰기관의 요구 내지 필요에 의한 가공자료 때문에 통계전문가들이 분석결과의 타당성 검증 및 예측을 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자료의 접근 불가능은 자체조사를 할 수밖에 없는 민간경제연구소마다 자료조사를 위한 시간·경비의 낭비뿐 아니라 또 다른 통계결과 발표를 불러오고, 이로 인한 일관성 결여는 대다수 국민들과 외국정부기관 등으로부터 통계결과의 불신을 초래한다. 물론 국가기관의 기밀에 속하는 비공개 자료가 존재함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며, 상당히 많은 원자료의 비공개는 정부발표 통계의 공신력 저하와도 직결되는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최근 적신호를 보이는 금융 및 실물시장 경제지표 악화의 근본 원인은 원자료에 충실한 부양책의 방관에 기인한다.

둘째, 국가 주요정책 결정 시 쉽게 유혹받을 수 있는 것이 자료분석 결과에 근거하기보다 정부정책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원자료를 가공하는 자료조작 가능성의 문제다. 가령 정부가 소비자물가의 증가율을 미리 설정한 후 소비자물가지수를 임의로 맞추기 위해 선정품목과 시기를 조정한다면 소비자의 실제 체감물가지수와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과거의 국민연금 및 의약분업사태 등과 관련된 정부통계의 부실 설계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통계분석자료의 정확한 정의와 통일성이 필요하다. 특히 대국민 발표용의 수치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정부 수치발표의 이중성과 불일치로 인해 상당수 국민들은 통계수치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업통계 발표 시 조사대상의 근로자 사업체 기준을 부처별로 다르게 정의하고 있으며, 대다수 국민들은 차이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마치 정부기관의 조사결과가 다른 것으로 인식한다. 실업률 추정도 ILO 및 OECD 등의 국제기준에 의한 다양한 실업률 산출과 더불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입각한 체감실업률 등을 동시에 분석해 정책결정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 발표 시 블루·화이트·골드 칼라 등의 필요계층에 따라 여러 단계로 차별화된 수치발표를 정례화하고 있으나 우리는 획일적인 기관별 발표에 한정돼 있다.

결론적으로 통계수치가 일반에게 친숙히 다가가기 위해 통계자료는 특정인 혹은 특정집단에 의한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되며 개방화를 통해 다양한 계층에 의한 공유문화 형성이 제도적으로 확립돼야 한다. 원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다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통계정보시스템 구축을 이룩할 때, 이를 임의로 조작·가공할 가능성은 원천봉쇄되며 대학과 연구소 등의 검증기관을 활성화할 수 있고, 통계정보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 통계자료 발표 시 인용자료의 출처공개 및 조사방법 등의 명확한 설명과 필요 시 통계수치의 인식계층 능력에 따른 단계별 수치발표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통계청이 재정경제부 산하에 있어 자료의 공정성 보장 및 신뢰성 회복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자체 기획과 예산을 집행하는 독립채산형태를 유지하거나 법안상정을 통한 공정성의 강화 및 민영화를 시도함이 바람직하다.

(崔榮勳 한신대 교수ㆍ정보통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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