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특사 방북] ‘한반도 위기’ 南北 인식차 뚜렷

입력 2002.04.04 20:00

남 "美北 대화로 풀자"- 북 "책임부터 따지고…"
이산가족 상봉등 주요현안 논의조차 못해

임동원(林東源) 특사 방북을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핵사찰 문제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고 교착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터보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이 초반부터 벽에 부딪히고 있다. 한반도 긴장의 책임 소재와
이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한 남북한의 인식과 입장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3일 임 특사와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대남비서간 회담에 이어,
4일 열린 김보현(金保鉉) 국정원 3차장과 김완수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간 실무접촉에서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이
국제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와
핵사찰 등을 둘러싸고 한반도 긴장이 조성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북대화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측의 인식은 이와 사뭇 달랐다. 한반도 위기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강경정책과 이에 동조하는 남한의 외세의존적 입장에서
비롯됐다는 게 북측의 입장이었다. 김용순 비서는 3일 회담에서 “6·15
공동선언 발표 후 좋게 발전하던 남북관계가 안팎의 호전세력의 전쟁도발
책동으로 공동선언 이행이 어려울 정도의 국면에 처해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이 미국과 남한에게 있다”고 지적했으며, 4일 실무접촉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와 함께 북측은 또 다시 주적론(主敵論)를 거론했으며 지난달 실시된
한·미 합동 전시증원훈련 등도 문제 삼아, 남한 당국이 외세의존적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번 특사 방북을 통해 남측에
‘민족공조’ 의지가 있는지를 분명히 밝히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4일 오후까지 이산가족 상봉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과 경협추진위원회와 국방장관회담의 재개 등
남북한간 합의하고도 이행하지 못하는 현안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4일 열릴 예정이던 임
특사와 김 비서간의 2차 회담도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임 특사의
김정일(金正日) 면담 일정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측은 당초 김 위원장의 면담이 4일 중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5일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위원장은 임 특사가
평양에 도착한 3일 평양시 외곽 미림지역에 위치한 서해지구
항공구락부를 시찰했으며, 4일 오후 현재까지 평양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임 특사가 김 위원장을
면담하기 위해 지방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특사
방북 결과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진 않다. 북측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열린 여러 차례의 회담에서, 초반에는 의제 외 사안을 강하게
주장했다가도 막판에 의제 합의에 임하는 태도로 전환하는 ‘전술’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4일 “오늘 실무접촉 때까지 북측이 전력이나 식량
등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나, 막판에 강경한 입장을 거두어들이는 대신
우리측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김정일 위원장이 모든 정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북한 체제
특성상, 임 특사의 김 위원장 면담이 성사되면,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공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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