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연금도 셀프로

이경은 기자
입력 2019.08.22 03:05

공적연금만으로는 힘들어 노후자금 일부를 펀드 넣어 매달 생활비 나오게 설계
달러 월 지급식 랩 등 금융상품도 연이어 나와

5학년 1학기(50대 초반을 뜻하는 신조어)를 앞두면, 대다수 대한민국 가장(家長)들은 덜컥 불안해진다. 가진 재산이라곤 집 한 채뿐인 경우가 많은데,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주던 직장에서 물러나는 시기가 바로 이때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일한 일자리(직장)를 그만둘 때의 나이가 평균 49.4세다. 문제는 국민연금(만 62세부터 수령)을 받을 때까지 10~15년에 걸친 소득 공백기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계속 늦어져서 2033년이면 만 65세까지 올라가므로, 현 40대는 선배들보다 노후에 현금 흐름 조달 문제로 더 오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나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오십줄에 준비 없이 은퇴하면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개인이 스스로 꾸준한 현금 흐름을 만드는 이른바 '셀프연금'을 활용하면 노후 보릿고개를 그나마 수월하게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 맘대로 꾸미는 셀프연금 시대

저금리·고령화로 노후 준비 중요성이 커지면서 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처럼 국가에서 받는 공적연금은 노후 소득의 중심축이지만, 수령 시기가 퇴직 시기보다 늦은 데다 수령액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부부가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한 경우 남편은 92만원, 아내는 66만원으로 월 158만원을 받을 수 있다. 20년이란 오랜 시간을 연금에 투입했건만, 부부가 노후에 받는 금액인 158만원은 국민연금연구원이 추정한 노후 최저생활비(176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저생활비란, 특별한 질병 등이 없는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말한다. 부부가 평범한 노후 생활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적정 생활비(243만원) 기준으로 따지면, 85만원이나 부족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공적연금은 수령 시기가 정해져 있지만, 셀프연금은 은퇴자가 직접 수령을 시작하거나 중단할 수 있으므로 연금 공백기의 소득원으로 적합하다"면서 "소비자 스스로 자신에게 꼭 필요한 내용만 쏙쏙 뽑아 취할 수 있어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셀프연금 맞춤형 상품 속속 나와

은퇴자 필요에 따라 연금 수령 기간을 정하고, 연금액도 자유롭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셀프연금에 최적화된 금융상품들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원화보다는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대세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달 말 출시하는 달러(USD) 월 지급식 랩은 미국 내 고배당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낸 뒤, 달러를 월급처럼 꼬박꼬박 지급하는 신개념 상품이다. 전환사채·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인프라(사회간접자본) 등 10개의 전략 자산에 투자해 연 4.8% 수준의 달러 월급이 매달 통장에 꽂히도록 설계했다. 박진환 한투증권 랩상품부서장은 "블랙스톤, 이튼밴스, 레그메이슨, 블랙록 등 유명한 글로벌 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상장 폐쇄형 펀드와 ETF에 투자해 중수익을 노린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가 21일 선보인 '신한 EPI 글로벌 채권 ETF랩'과 '글로벌 리츠 ETF랩'은 미국의 고금리 채권과 글로벌 선진국 국채, 글로벌 우량 부동산 등 주로 미국 달러로 거래되는 다양한 상품을 편입해 고정 수익을 노린다.

지난달 출시된 미래에셋운용의 '타이거 부동산인프라 고배당 ETF'는 맥쿼리인프라·맵스리얼티 등과 같은 국내 상장 리츠를 모아놓은 국내 최초의 부동산 ETF(상장지수펀드)다. 단 5000원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며, 개인들이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 계좌에 편입해 운용할 수도 있다.

고령자가 거주하고 있는 집을 담보로 사망 시점까지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도 노후 소득원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적연금이나 종신연금보험 등과 같은 안정적인 소득원을 충분히 확보해 뒀다면, 셀프연금 재원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노후 소득을 키우는 시도도 고려해 볼 만하다.

☞셀프연금(Self Annuity)

개인이 직접 인출 방법과 수령액, 수령 기간 등을 정해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으로, 자가 연금이나 혹은 DIY(Do It Yourself) 연금이라고 부른다. 보험료를 내고 나면 연금 개시 후 사망할 때까지 자동으로 연금이 나오는 공적연금·종신연금보험과는 구별된다.



조선일보 B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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