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안 된다

김충령 기자
입력 2019.08.14 03:10 수정 2019.08.14 13:36

넥슨·넷마블·엔씨 2분기 영업이익 마이너스

국내 게임 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여 가고 있다. 뚜렷하게 내세울 신작 게임이 없어 이용자의 게임 결제액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 2분기 3대 게임 업체인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는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였다. 과감한 투자도 실종된 상황이어서 미래 전망도 어둡다. 이런 가운데 넥슨은 오는 11월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에 불참하기로 했다. "신작 개발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업계에선 "1위 업체가 14년간 개근한 전시회에 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위태롭다는 방증"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작 부재·불황에 '현질' 없어

넥슨은 2분기 매출이 57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9% 줄어든 1377억원에 그쳤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게임들 덕분에 외형은 성장했지만, 뚜렷한 신작은 없었다. 넷마블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526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6.6% 감소한 332억원이었다. 6월에 'BTS 월드'와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등을 출시했지만, 흥행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엔씨소프트도 같은 기간 매출·영업이익이 각각 5.9%·18.9% 줄었다. 대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출시 노후화로 매출이 줄어드는데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신작 '리니지2M'의 공개는 연기됐다.

/조선일보DB
수익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이용자가 게임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이달 초 발표한 '2019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의 월 이용액(모바일게임 기준)은 전년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가장 손이 큰 40대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3만9981원을 썼지만, 올해는 28.3% 감소한 2만8579원을 썼다. 1년 사이 1만원 이상 덜 쓰게 된 것이다. 20대 이용액은 28.1%, 30대는 26.6%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가 결제를 많이 하는 것은 신작이 출시되거나 기존 게임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해 게임 내용에 변화가 발생했을 때다. 이용자가 지갑을 열 만큼 재밌는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익이 뒷걸음질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황도 위기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동안 게임 산업은 불황에 강한 분야로 여겨져왔다. 경기 침체로 쇼핑을 하기 부담스러워지면 오히려 그 시간에 집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게임은 서비스업 부문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지출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최근 자영업자들의 주머니가 극도로 얇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사가 안돼 아르바이트생을 잘라야 할 처지인데 어떻게 게임에 돈을 쓰겠냐"고 했다. 지난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는' 게임 인기 등도 영향

돈과 시간을 들여 게임을 직접 하기보다는 게임을 '보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매출 창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유튜브나 트위치 등 온라인 방송을 통해 게임의 노하우나 스토리를 알려주는 방송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돈을 들여 게임을 하는 대신 이러한 방송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하는 이용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예능처럼 즐기는 이용자가 늘면서 이러한 방송 콘텐츠 시청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게임 플레이 시간은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게임 업계에 주 52시간제가 정착되면서 인건비 지출이 증가한 것도 수익 악화의 원인으로 꼽혔다.

신작 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실종된 상황에서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일본 게임 업계는 도전적인 신작을 내는 대신 시장에서 검증된 게임만 내놓으려는 경향을 보이다 위기를 맞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다"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업계에 만연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B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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