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분양가 상한제 후폭풍에 '움찔'…지역 선정에 진통 예상

세종=정원석 기자 세종=김수현 기자
입력 2019.08.13 16:54
"경기상황 악화 우려에도 강행" 시각에 부담느낀듯
보도참고자료 배포…"지역 지정은 종합적으로 고려"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한 국토교통부가 예상보다 강한 후폭풍에 움찔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10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적용 대상 지역을 지정·발표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국토부는 최근의 경제침체 등 어려운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기획재정부의 우려를 무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강행했다는 시각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13일 10페이지 분량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상한제 적용에 따른 공급 위축 및 집값 상승 우려 등 여러 부작용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해당 자료에서 국토부는 "2007년과 달리 현행 제도는 시장 과열이 우려되는 일부 지역에 한정적으로 시행된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격에 적정 이윤을 반영하고, 가산비를 통해 추가적인 품질 향상에 소요되는 비용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해 사업 이윤 감소에 따른 공급 위축 우려도 적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민간 분양가상한제와 관련해 "무차별적으로 모든 지역에 적용한다기보다, 꼭 필요한 곳에 선별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연합뉴스
국토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실제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부처 협의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전날 "분양가 상한제 제도는 효과도 있지만 그 나름대로 단점도 갖고 있는 게 명확하다"면서 "부동산 상황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제로 민영주택에 적용하는 조치는 관계부처 간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보도참고자료에서 "관계부처 간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면서 "구체적인 상한제 지정 지역 및 시기에 대한 결정은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조 하에, 시행령 개정 이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택지 투기과열지구에 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 등을 거쳐 10월 초 시행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 25개 자치구 등 31개 투기과열지구 중 실제 적용할 지역이 정해진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중에서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으로, 주정심 심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혼자 (후속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주정심으로 가져가기까지 부처 협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한제가 적용될 지역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잇달아 낸 것도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전날 "10월쯤 적용시기와 대상 지역을 놓고 다시 한 번 논의하기로 했다. 이 부분까지 세부적으로 정리된 건 아니다"면서 추가 당정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 등도 상한제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각종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게 조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우선시하는 국토부의 뜻이 상한제 세부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관철됐지만 실제 시행에 필요한 협의 과정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지만 논란 끝에 분양권 상한제를 확대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속도조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발표된 국토부 보도참고자료도 ‘다른 부처의 반대 입장을 무시하면서 민간 택지 분양권 상한제를 밀어붙인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중심이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취지를 부정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은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권 상한제 적용을 국토부 재량대로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라면서 "부처 협의 등 기재부가 요구하는 의사결정 형식은 거치겠지만, 김 장관이 의도하는 규제 강도를 완화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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