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브로드컴-시만텍 M&A 최종 변수는 트럼프?

박원익 기자
입력 2019.08.12 16:54
브로드컴-퀄컴 인수 무산시킨 트럼프 선례 재조명…中 견제 관측
업계 "사모펀드와 유사"… M&A 후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도

‘브로드컴의 시만텍 인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달려 있다?’

지난 8일 브로드컴(Broadcom)이 시만텍(Symantec)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밝히자 업계 일각에선 "미국 규제 당국의 견제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면 인수 과정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통신칩 공룡 브로드컴은 세계 최대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시만텍의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를 107억달러(약 12조9400억원)에 인수할 계획입니다. 양사는 이미 인수에 합의했고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의 승인만 앞두고 있습니다. 인수가 완료될 경우 사이버 보안 분야 최대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반대로 퀄컴 인수 무산… 中 견제 관측

일각에서 부정적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배경은 과거 전력입니다. 2018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합병에 반대해 거래가 무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브로드컴은 의욕적으로 세계 1위 통신 칩 업체 퀄컴 인수를 추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막혀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퀄컴을 인수하려는 브로드컴의 모든 시도를 금지한다.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행위"라는 공식 성명까지 발표하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여기엔 ‘브로드컴은 중국계’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세계 1위 통신 칩 업체의 기술력, 경쟁력을 중국의 패권에 넘겨줄 수 없다는 게 반대의 명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브로드컴은 싱가포르 법의 영향 아래에 있다는 강한 증거가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회사인 브로드컴은 2015년 싱가포르 업체 아바고(Avago)에 인수됐는데, 이 거래로 인해 하루 만에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계 회사가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수를 완료하면 인수하는 회사의 이름만 남는데, 이 M&A는 달랐습니다. 브로드컴의 브랜드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아바고는 사명을 브로드컴으로 바꿨습니다.

브로드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2대 주주인 혹 탄(Hock Tan)이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이라는 점도 영향을 줬습니다. 이후 브로드컴은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로 옮겼지만, 이미 거래는 종료된 후였습니다. 시만텍이 세계 1위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한번 안보 이슈를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특히 미국이 지난 5일 중국을 25년만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양국간 9월 워싱턴 무역협상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될 만큼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 입니다.

업계 "사모펀드와 유사"…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도

업계에서 "브로드컴은 사모펀드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한 가지 배경입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비싼 가격에 되파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데, 브로드컴도 마찬가지란 분석입니다.

시만텍 인수도 기술적인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기보다 재무적인 효과를 기대한 인수·합병이라는 것입니다. 브로드컴은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포브스는 "브로드컴의 반도체 부문과 신규 사업인 소프트웨어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의 기술적 시너지 효과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브로드컴 홈페이지 첫 화면. /홈페이지 캡처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 해고와 분사가 진행될 경우 해당 기업이 가진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해도 모자란데 인력을 줄이고 회사를 분할하는 구조조정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CA테크놀로지(CA Technologies)를 190억달러(약 22조97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후 미국 직원 4800여 명 중 2000여 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브로드컴 인수 발표가 나오면 해당 기업 직원들이 해직 공포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시만텍 역시 인수 후 대량 해고와 구조조정을 거쳐 분할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당국이 인수 승인을 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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