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체 고순도 제품 개발"...불붙는 불화수소 국산화 경쟁

장우정 기자
입력 2019.08.12 06:00
기체 방식 고순도 불화수소는 100% 일본 의존
"장기적으로 韓·中·日 업체로 공급선 다변화될 듯"

"수년간 축적된 정제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동안 국내 생산이 안 돼 온 99.999% 이상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도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를 만드는 솔브레인의 박영식 부사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면서 고순도 불화수소도 국산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는 크게 액체·기체 두 가지로 나뉜다. 액체는 솔브레인 등 일부 국내 업체가 중국산 원재료(무수불산)를 받아다가 순도를 높이는 정제를 거치거나 일본 스텔라케미파·모리타화학공업으로부터 고순도 불화수소를 수입해 약간의 첨가제를 넣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납품하고 있다.

액체보다 공정·보관 등에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기체 형태의 경우 일본 쇼와덴코에서 100% 수입하고 있다. 2012년 구미 불화수소 누출사고, 2013년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화수소 누출 사고 등이 잇따랐을 정도로 폭발 위험이 높고 관리도 까다로운 편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 라인 내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제공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체 형태의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에 솔브레인뿐 아니라 SK머티리얼즈도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성과는 내년쯤 가시화될 전망이다. SK머티리얼즈는 7월 27일 "지난 1∼2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99.999% 이상의 고순도 불화수소 기술을 확보했으며, 연말까지는 시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공식 밝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연내 나올 시제품 테스트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동시에 중국산 고순도 불화수소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중이지만, 어떤 업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지, 진행 상황은 어떤지 등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산 업체들의 시제품 품질이다. 반도체 소재 업체인 메카로 이종수 사장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부품을 교체할 경우 최종 완제품 특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후 공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기간을 단축할 수는 있겠지만, 국산화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칭가스까지 국산화가 되더라도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서는 ‘국가별 공급선 다변화’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일본 수출규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국산화는 ‘공급선 다변화’의 한 선택지일 뿐"이라면서 "국산 제품이 적용될 수 없는 공정에는 일본산·해외산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규제가 본격화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해당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일본 소재업체들 사이에서도 자구책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출 금지’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절차가 번거롭고 실제 수출 허가도 1건만 나는 등 금수(禁輸)에 맞먹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모리타화학공업은 연내 증설될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한국 측 요청이 있을 경우 한국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중국 공장이나 중국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기 위해 세운 공장이지만 일본 본사에서 한국 수출이 어려워진 현실을 감안해 우회 공급망으로 중국 공장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모리타화학공업의 모리타 야스오(森田康夫) 사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관리 강화로)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앞으로도 한·일에서 비슷한 문제가 일어날 때는 일본 대신 중국에서 한국으로 출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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