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中에서 흘린 눈물 美에서 닦았다

진상훈 기자
입력 2019.07.22 06:00
현대·기아차가 올 상반기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엇갈린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보다 부진의 골이 더욱 깊어진 반면 미국에서는 전체 시장의 위축 속에서도 전년대비 판매량을 늘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중국에서 계속된 판매 부진으로 올 상반기 전체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은 현대·기아차가 반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현대차 미국 딜러점에서 한 고객이 차량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005380)는 올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최근 미국에서도 출시했다. 여기에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최초의 SUV 모델과 대형세단인 신형 G80의 출시도 앞두고 있어 미국에서의 판매는 계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美에서 약진한 현대·기아차…전체 시장 부진 속 판매량 3.1% 증가

1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64만8179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는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한 34만3335대를, 기아자동차(000270)는 3.8% 늘어난 30만4844대를 각각 팔았다.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 속에서 일궈낸 성과로 더욱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841만7804대로 전년동기대비 2.4% 줄었다.

기아차가 올해 미국에서 출시한 대형 SUV 텔루라이드. 텔루라이드는 매달 5000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기아차의 미국 판매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기아차 제공
미국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도 대부분 감소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판매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상반기 판매대수는 141만1185대로 전년동기대비 4.3% 감소했고 2위 업체인 포드는 123만1454대로 3.2% 줄었다. 도요타도 상반기 판매량이 3.1% 줄었고 닛산·미쓰비시는 7.1%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신차와 SUV를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재편하면서 미국 판매실적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차의 소형 SUV 코나는 올 초 SUV 부문에서 ‘2019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면서 상반기에 3만7089대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인 1만5193대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신형 싼타페도 전년동기대비 8000여대 증가한 6만7571대가 팔렸다. 제네시스의 중형세단 G70도 승용 부문에서 2019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고 상반기에 5715대가 판매되면서 힘을 보탰다.

기아차는 올 초 미국 전용모델로 출시된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효자’ 노릇을 했다. 텔루라이드는 3월부터 매달 5000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상반기에 총 2만3227대가 팔렸다.

◇ ‘블랙홀’ 된 中 시장…사드 보복 끝났지만 판매량은 ‘두자릿수’ 감소

반면 중국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이어져 온 판매 부진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중국 시장 판매량은 27만2212대로 전년동기대비 28.4% 감소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 줄어든 14만4472대를 파는데 그쳤다.

현대차는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계속되면서 지난 4월 베이징 1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은 현대차 베이징3공장에서 조업하는 근로자들/조선일보DB
문제는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최근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5월 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40.4% 급감했고 6월에도 36.7% 줄었다. 기아차 역시 5월과 6월 판매량이 모두 지난해보다 30% 넘게 감소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전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점이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의 전년동월대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3월 -5.2%, 4월 -14.6%, 5월 -16.4%로 최근 감소 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게다가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위치가 애매해진 점도 중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독일차와 일본차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한 단계 낮은 브랜드 인식되는데 최근 중국 현지 업체들이 개선된 성능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성장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 팰리세이드 증산에 제네시스 신차도 투입…美 판매 ‘날개’ 달듯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임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려 글로벌 전체 실적을 만회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팰리세이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출시된 팰리세이드는 지금도 구매하려면 1년을 기다려야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LA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 팰리세이드. /현대차 제공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텔루라이드의 인기를 감안하면 팰리세이드 역시 미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팰리세이드는 지난달 미국에서 383대가 판매됐지만,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하반기에는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현재 국내 울산 4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최근 노조와 울산 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를 만들기로 합의해 물량 부족 문제도 해결했다.

여기에 내년에는 제네시스 최초의 SUV 모델인 GV80과 신형 G80도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GV80의 디젤 모델을 먼저 국내에서 출시하고 내년에 가솔린 엔진 개발이 완료되는대로 미국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제네시스 브랜드가 2019 북미 올해의 차와 제이디파워(J.D.Power) 신차품질조사 등에서 연이어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면서 미국에서도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은 SUV와 고급 차종의 판매가 늘고 있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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