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5% 성장률 전망치 얼마나 낮출까…3가지 체크포인트

세종=정원석 기자 조은임 기자
입력 2019.07.12 06:00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0% 안팎으로 낮추고 있다. 미국계 IB 모건스탠리는 2.2%에서 1.8%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에서 2.0%로 0.4%포인트(P)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오는 18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국은행 전망치에 이목이 쏠려있다. 한은은 지난 4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6월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면서 성장 전망을 또 하향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은이 7월 수정 전망에서 내세우는 수치가 향후 금리인하 횟수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3가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요약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21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2.3 or 2.4%, 숫자 따라 달라지는 금리인하 시기·횟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지난 4월 전망치(2.5%)가 어디까지 내려갈지다. 전망치 조정폭으로 금리인하 시점과 횟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된 전망치가 현재보다 0.1%P 하향된 2.4%라면 3분기 중 금리인하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하 횟수가 연내 1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질 수 있다. 한은이 ‘불확실성이 확대돼서 성장 전망을 낮추지만, 금리인하는 경기악화가 본격화됐을 때 시작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성장률 전망치가 0.2%P 낮은 2.3%로 제시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7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가 없더라도 8월에는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최근 1~2년동안 한은이 전망을 수정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0.2%P씩 낮춘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악화된 성장경로를 금리인하를 통해 복구하겠다’는 통화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2.4%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의 전망치 하향 조정폭은 0.1%P에 그칠 것으로 본다. 더 내리면 금리를 바로 인하하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어서 많이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은이 전망치를 2.3%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수출이 개선될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자연스레 한은이 7월 혹은 8월에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0일(미국 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이달 금리인하를 강하게 시사한 것도 3분기 내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뒷받침 하는 요인이다.

이 경우 7월에 두 명의 금통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내면서 금리 인하 신호를 준 뒤 8월에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3, 4분기에 각각 1회씩 금리를 내리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하향 조정하는 것은 보다 적극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기 위한 명분을 쌓는 행동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신선대 정상에서 바라본 부산항 전경/연합뉴스 제공
②日 수출규제, 성장 전망에 반영될까

두번째 포인트는 일본 수출 규제 영향을 전망치에 반영할 지 여부다. 경제전망을 담당하는 한은 조사국은 상반기 중 발표된 생산, 투자, 소비 실적을 토대로 성장률 전망치를 도출한다. 하반기 경기흐름은 각종 선행지표와 각종 국제기구의 전망 등을 참고해 경제전망을 작성한다.

이 때문에 이달 초 불거진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은 돌발변수를 경제전망에 반영할 지는 항상 논쟁거리였다. 사태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돌발변수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확정된 변수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한은은 전통적으로 돌발변수 반영에 소극적이었다.

이와 달리 IB 등 금융기관들은 불확실성을 전망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경향이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8%로 낮춘 모건스탠리는 "일본과의 무역마찰은 이미 국내외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국 경제에 추가 하방압력이 될 수 있다"면서 전망치 하향 사유를 밝혔다. 일본측 수출규제로 인한 마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이 변수를 성장 전망에 반영하지 않으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경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은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회사 이코노미스트는 "한은 경제전망은 통화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됐기 때문에 확정되지 않은 변수는 전망 수립에 최소한으로 반영하려 한다"면서도 "만약 한은 집행부가 금리인하에 좀 더 적극적인 태도라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가운데)가 지난 4월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2019년 경제전망(수정)'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정부 전망치와 시장 눈높이 사이에서 고민할 듯

마지막 변수는 정부와의 인식공유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적인 판단을 중요시한다. 통화정책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그러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엇박자나지 않도록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수시로 소통한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회동 때마다 ‘경제인식을 공유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기재부의 수정 성장률 전망치(2.4~2.5%)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가경정예산 효과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한 것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나치게 낮은 전망치가 정부의 경제인식을 비판하는 논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점도 한은에는 부담이다.

한은 전망치가 2%초반에 맞춰져 있는 시장 눈높이와 차이가 크게 날 경우 통화정책 신뢰도에 상처가 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2.4~2.5%의 전망치를 제시한 이후 ‘지나치게 낙관적인 상황판단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기재부에 쏟아지고 있다는 점도 한은 실무진들을 고민스럽게 할 요인이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 "정부가 제시한 숫자는 목표치이고, 한은은 전망치인데 정부가 종전 전망치(2.6~2.7%)에서 0.2%P 내린 이상 그것보다 조정폭을 좁히진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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