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ESS 불신 키웠다

안상희 산업부 기자
입력 2019.06.12 19:20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장치)는 대규모 배터리다. 전력이 남아돌 때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장치다. ESS는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원자력 발전의 대안으로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신재생 에너지로 불리는 태양광·풍력 발전은 날씨 변화에 따라 전력 생산이 일정하지 않아 생산 직후 곧바로 기업이나 가정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그때그때 생산된 전력을 ESS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1년 9개월여간 전국 ESS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23건이나 발생했다. 화재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말 ESS 가동 중단을 권고하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지난 11일 정부는 ESS 화재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터리 제품 자체 결함보다는 ESS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ESS 설치·운용·관리의 문제였다.

실제로 ESS 사업장은 2013년 30개에 불과했지만, 정부가 급격한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며 지난해 947개로 급증했다. 정부는 2017년 들어 전기요금 할인특례 등 각종 지원책으로 ESS 보급에 박차를 가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ESS관련 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정부는 ‘ESS 화재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연결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에너지업계에서는 원인과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정부의 ESS 화재 조사 발표가 이를 방증한다고 이야기한다. ESS 확대정책 속에서 안전관리가 소홀했다는 점을 자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발생한 23건의 ESS 화재 가운데 70% 이상은 신재생 연계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관련기업 수주 실적은 고꾸라졌다. 밀어붙이기식 재생에너지 정책은 전세계 ESS 산업 확대에 차근차근 경쟁력을 키워나가던 한국 ESS 산업에 안좋은 이미지만 남겼다.

정부는 현재 7~8% 수준인 재생에너지를 2040년까지 최고 35%까지 늘리겠다 계획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번 ESS 화재는 정부가 급진적인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무작정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산업 성장 속도와 국민의 수용성 등을 함께 감안해야 건강한 산업 발전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이라도 급격한 에너지전환정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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