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심한데 세수마저 꺾여… 나라 가계부 '구멍'

김지섭 기자 신수지 기자
입력 2019.06.12 03:08

[오늘의 세상]
1~4월 통합재정수지 26조 적자·관리재정수지 39조 적자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선심성 현금복지에 19조 퍼부은 탓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나랏돈 푸는 데 적극 나서면서 올 들어 4월까지의 재정(財政)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 동향'에 따르면 올해 1~4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는 각각 25조9000억원 적자, 38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월별 재정수지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이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의 모든 수입과 지출의 차(差)이고,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올 상반기에 연간 재정의 61%를 집행하기로 했는데, 이에 맞춰 돈을 빨리 풀다 보니 올해 1~4월 재정수지가 크게 악화한 것이다.

선심성 복지 지출 늘어 나라 살림 '구멍'

29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1~4월의 통합재정수지는 작년과 2017년 같은 기간 각각 2000억원 흑자, 9조1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크게 악화한 것이다. 38조원대로 급증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작년과 재작년 같은 기간의 13조6000억원 적자, 5조원 적자보다 크게 불어난 규모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사회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뺀 금액이다 보니 적자를 기록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일반적이지만, 세금 등 나라 전체의 총수입에서 공무원 인건비 등의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한 국가가 특정 기간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많다는 것은 일반 가정으로 봤을 때 가계부에 구멍이 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직 연간 재정수지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1~4월 기준으로 25조9000억원이라는 적자 규모는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1~4월 통합재정수지가 악화한 것은 총지출이 급증한 요인이 크다. 이 기간 총수입은 170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69조9000억원)보다 9000억원가량 늘었는데, 총지출은 169조6000억원에서 196조7000억원으로 약 27조원이나 증가했다. 총지출 중에서도 기초연금, 아동수당과 같은 공적 이전(移轉) 지출(18조9000억원)이 전체 증가분의 70%나 된다. 현금성 복지를 무분별하게 확대하다 보니 재정수지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8년(18조8000억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헌 서울대 교수는 "재정수지 적자보다 심각한 것은 지출의 성격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투자 지출이면 경제성장으로 돌아오겠지만 기초연금 같은 이전 지출이 많아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수 불황 겹쳐… 재정 건전성 빨간불

정부는 "재정수지는 연간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재정 집행률 목표치를 애초에 61%로 잡고 있었기에 1~4월 적자 규모가 큰 것이고, 하반기부터는 현재보단 재정 집행 속도가 낮아지도록 조절하기 때문에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가 예산 집행 실적을 관리하는 '주요 관리대상사업' 291조9000억원 중 4월까지 집행된 금액은 127조9000억원으로 연간 계획의 43.8%를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 6조원 넘는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예정돼 있는 데다 최근 몇 년간 나라 살림을 든든히 해주던 세수 호황(好況)이 저물고 있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09조4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000억원 줄었다. 세수 진도율도 1년 전보다 3.9%포인트 떨어진 37.1%에 그치고 있다. 세수 진도율이란 정부가 1년 동안 걷으려는 세금 목표액 중 실제로 걷은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누적 국세 수입은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외 여건이 안 좋아 세수 감소를 막을 수 없는 것이 뻔한 상황에서 돈을 푸는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니 재정수지 악화는 누구나 예상한 것"이라며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부채 비율이 결코 낮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재정수지

한 나라의 예산은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분리하지 않고 국가의 살림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정부의 모든 수입에서 모든 지출을 뺀 수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경우 지금까지는 지급하는 돈보다 수입이 많기 때문에 통합재정수지는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리재정수지

통합재정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는 착시(錯視) 효과를 감안해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해당 연도의 실질적인 나라 살림 현황을 보여주는 재정 지표이다.


조선일보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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