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와 진짜 뒤섞인 정보전쟁… 뉴스도 품질 보증이 필요하다"

신동흔 기자 구본우 기자
입력 2019.05.16 03:10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뉴스의 미래' 세션

15일 열린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뉴스의 미래(Future of News)' 세션에선 인공지능(AI)과 소셜 미디어, 가짜 뉴스 폐해 등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서 저널리즘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2013년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인수한 이후 AI를 편집에 도입하는 등 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샤일레시 프라카시 최고정보책임자(CIO), 디지털 플랫폼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글로벌 미디어로 변신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말콤 옹 제품책임자, 미래연구 싱크탱크인 밀레니엄프로젝트의 제롬 글렌 회장이 패널로 나왔다. 분쟁 지역 전문 특파원으로 유명한 짐 클랜시 전(前) CNN 앵커는 사회자이자 정통 저널리즘의 옹호자로 나서 자기 견해를 피력했다.

◇"정보 전쟁 시대에 대비해야"

AI와 음성 인식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 세계 미디어 업계에선 새로운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말콤 옹 SCMP 제품책임자는 "앞으로는 구글 검색이 아니라 자동차나 시계에 음성으로 말하면 답을 얻는 환경으로 바뀌고, 이용자들은 지금처럼 수십 개 검색 결과가 아니라 단 하나의 결과만 받게 될 것"이라며 "이 환경에서 누가 콘텐츠를 제공할지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음성 인식 환경에서 '맞춤형'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말이었다.

15일 오전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뉴스의 미래’ 세션에서 짐 클랜시(왼쪽부터) 전 CNN 앵커, 샤일레시 프라카시 워싱턴포스트 최고정보책임자, 제롬 글렌 밀레니엄 프로젝트 회장, 말콤 옹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제품 책임자가 토론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글렌 회장은 "소셜 미디어로 뉴스가 유통되고, 허위와 진짜 정보가 뒤섞여 독자들의 인식(認識)을 공격하는 '정보 전쟁' 시대에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범죄 단체가 정보 환경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며 "과거 전쟁을 통제하기 위해 국가 간 조약을 맺었던 것처럼 정보 유통과 관련한 국제조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플랫폼의 시대를 맞는 언론인들의 문제의식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질문에 나선 존 이어우드 전(前) IPI(국제언론인협회) 회장은 "애플이 시작한 뉴스 서비스인 애플뉴스는 AI가 아니라 베테랑 기자들이 뉴스를 선별한다"면서 '앞으로 언론 역할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편집국 회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

뉴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뉴스 생산 주체들의 영원한 숙제다. 클랜시 앵커는 "아침마다 신문·방송사들은 뉴스데스크 회의에서 킴 카다시안(미국 연예인) 뉴스를 제공할 것인지, 자신들 생각에 소비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줄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면서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이런 아침 회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프라카시 CIO도 "구글처럼 빠르게 정보를 제공하고, 아마존처럼 편리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세상이지만 기자와 편집자들이 소비자가 봐야 할 뉴스가 무엇인지 알고,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점은 워싱턴포스트의 철칙"이라고 했다.

반면 말콤 옹 SCMP 제품책임자는 "기술과 저널리즘 콘텐츠가 별개로 존재할 수 없으며, 우리가 다루는 모든 것이 데이터와 연결되어 있다"면서 "기자가 '나는 기술을 모른다'고 해도 안 되고, 기술자가 '나는 엔지니어일 뿐'이라고 숨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와 가짜 뉴스까지 횡행하는 시대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프라카시 CIO는 "우리가 먹는 식품에 영양성분을 깨알같이 상세하게 기재하는 것처럼 뉴스도 품질 보증을 위해 기자가 20년 경력 전문기자인지, 퓰리처상 수상자인지, 누가 편집했는지 등을 상세하게 제공하면 페이스북이나 AI 알고리즘이 이를 근거로 더 자주 눈에 잘 띄도록 노출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 품질이나 진위 판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가 컸다. 클랜시 앵커는 "(정보가) 허위인지 아닌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아니며, 앞으로 가짜 뉴스라는 용어보다는 프로파간다(선전)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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